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장애인권단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의 장애인 비하발언을 규탄하고 인권위의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장애인권단체는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규탄하며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로 진정했다.

앞서 여 위원장은 지난 7일 법사위의 검찰 국정감사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병X 같은 게”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 단체는 여 위원장의 발언 중 ‘병X’이라는 욕설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32조 3항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에 대한 금지’ 조항에 의거 ‘장애인 차별행위’라는 입장이다.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진정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공동대표는 “정치인의 장애인 차별 발언에 대한 인권위 진정이 오늘로 벌써 세 번째”라며 “선거철만 되면 가본 적도 없는 장애인 시설과 복지관으로 찾아가 한 표 찍어달라고 허리를 굽히면서, 평소에는 장애인을 우습게 보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또한 인권위를 향해 “인권위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며 “인권위마저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지 말라”며 인권위의 강경한 조치를 촉구했다.

실제로 이들 단체는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신·신체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해 진정했으며, 올해 8월에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의 ‘벙어리’ 발언을 진정했으나 아무런 시정권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장애인권단체 기자회견에서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대표(사진 좌)와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사진 우)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수정 부대표는 “아이가 ‘왜 기자회견에 가느냐’고 묻는데 해줄 말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너무 부끄러웠다”며 “법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장애인 차별 발언을 했다는 것은 정치인들이 평소 장애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반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혜실 공동대표는 “정치인들이 특권의식으로 상대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태도가 결국 장애인 비하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소수자의 상처에 민감해져라. 스스로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없애는 입법을 추진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거리에 차별 발언이 넘쳐나는데도 인권위에서 특별한 권고를 내리고 있지 않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진정서 제출이 하나의 형식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즉각적인 권고가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권위 인권상담조정센터에 여상규 위원장을 대상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며 “여기에 다시 오고 싶지 않다.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11일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상담조정센터에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인권상담조정센터 관계자에게 진정서를 제출하고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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