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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사회의 짐’으로 만드는 사회

비장애인 중심 사회, 제공자 중심 정책 등이 ‘장애인의 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02 09:07:05
비장애 중심의 사회로 인해 자폐성 장애인이 받는 stress, stress를 풀어주기 위해 필요한 relax.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비장애 중심의 사회로 인해 자폐성 장애인이 받는 stress, stress를 풀어주기 위해 필요한 relax. ⓒPixabay
교회에 있는 한 동생과 나를 아는 가족들은 나에게 이런 말들을 종종 하곤 했다. “형은 눈치 좀 챙겨!” “배려 좀 해!”

처음엔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몰라서, 사람들을 배려하는 게 부족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내가 좀 더 배려해보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배려하지 못하는 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이 계속 그 말을 해서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이런 지적질이 계속되면서 속으로 이런 감정이 들었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데 눈치 챙기고 배려하라고 계속 그러네. 어디까지 노력해야 하나? 내가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주위와 가족에게 크나큰 짐인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치’, ‘배려’라는 말은 나에게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오며, 이들에게 반발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동생에게서 눈치라는 말이 또 나왔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눈치라는 말 좀 그만해! 너의 말은 나에겐 오히려 스트레스야.’

동생이 봤을 땐 나의 말, 행동이 조금이라도 배려가 없었으니 그 말이 나왔을 거다. 그런데 나도 잘 배려하지 못하는 건 알겠고, 바꾸고 싶지만, 잘 안 되는 걸 어쩌나? 자폐성 장애 특성 가운데 하나일 수 있고, 그렇다고 장애를 핑계 삼고 싶진 않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잘되지 않는 것을 계속하라고 하니 그의 말이 나에겐 짐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나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자폐인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주위에 좀 되는 걸로 안다. 한국 사회는 배려 차원을 넘어 웬만한 눈치 이상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고맥락 사회라, 상당히 억압적이다. 이런 상태에서 자폐인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생존에 가까울 정도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와 같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폐인들을 ‘사회의 짐’으로 여기도록 만들었지만, 자폐인들에게는 크나큰 짐이라고 항변하련다.

얼마 전 코로나19 위증중 환자·사망자 4명 중 1명이 장애인이었다는 한 국회의원실 소식을 들었다. 사망자 가운데, 장애인은 31.3%로 가장 높았고, 위중증·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이 확진자 장애인의 비율보다 약 6~7배였단다. 질병관리청에선 60대 이상 인구비율이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서란다.

작년 송파구 A장애인거주시설 앞에서 ‘더 이상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긴급분산조치 유지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개최한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작년 송파구 A장애인거주시설 앞에서 ‘더 이상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긴급분산조치 유지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개최한 모습. ⓒ에이블뉴스DB
또한, 확진자 중 위중증·사망자 비율인 ‘중증화율’은 비장애인이 0.25%이지만, 장애인은 2.38%였단다. 확진자 중 사망률인 ‘치명률’에선,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약 9.5배였단다. 이렇게 된 데는 시설 코호트 정책 유지, 시민사회의 공공병원 설립 요구를 정부가 무시한 것, 열악한 장애인 의료접근성 등에 그 요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설에 오래 있다 보니 폐쇄적인 공간에선 코로나가 활개를 치기 유리해,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집단감염이 되기 딱 좋다. 정신의료기관 이용인들도 강제투약, 치료에 영양이 부실한 등 면역이 취약해 역시 코로나 감염되기 딱 좋다.

그래서 장애계에선 코호트 중단하고, 긴급탈시설로 지역사회에서 치료받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 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 코호트를 고수하고 있어, 시설 거주인들은 계속 감염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런 걸 보며 시설 거주인을 지역사회에 나가면 안 되는 ‘사회의 짐’으로 사회에서 여긴다는 느낌마저 든다.

2년 전부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민사회에선 공공병원 설립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공공의료체계 확충 및 예산 증대를 아울러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병원 눈치를 본 나머지,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 3곳 추가 증설하는 대책 내놓기에 그쳤다. 공공의료체계 증대에 소극적인 나머지 피해는 장애인, 성 소수자 등이 보고 있는 형국이다.

장애인 의료접근성도 열악하다.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2층, 3층 등에 보건의료시설이 많은 등 물리적 접근성은 안 좋다. 장애인 의료비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으로 한정돼, 얼마 정도 소득을 벌면, 비급여가 많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특성상 의료비 수억 원으로 가정파탄 정도의 상황도 발생하는 등 경제적 접근성도 떨어진다.

한편 못 일어서는 뇌병변장애인에게 일어서라는 의료진 말에 ‘나 못 일어선다’고 의료진과 실랑이를 벌였단다. 이 정도로 의료진의 장애에 대한 인식은 떨어지는데, 장애인건강권법에 건강권과 관련한 인권교육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결국엔 물리적·심리적·경제적 접근성이 열악한 등 장애인 의료접근성은 떨어진다.

열악한 공공의료체계와 의료접근성, 시설 위주 정책으로 인해 장애인들은 사소한 병을 크게 키우며, 면역력이 약해지는 등 건강권 침해에 노출돼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코로나 사망률이 높은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이런 환경을 만든 정부·지자체의 제공자 중심 정책은 장애인에겐 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혐오 댓글들. ⓒDaum 사이트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혐오 댓글들. ⓒDaum 사이트 캡처
최근에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가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시위한 걸 가지고, 시민들에게 피해 주지 말라며, 장애인 시위를 진압할 방법까지 SNS상에서 알려주는 바람에 장애계와 장애인 당사자들은 분노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겉에서 봤을 때는 장애인이 피해 줬으니 시민들한테 잘못한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지하철로 접근 시 지하철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간격이 10cm이상 된 곳이 상당히 많아 장애인에겐 위험하다. 특별교통수단도 지역마다 운영방식이 달라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하고, 저상버스 도입률도 서울을 제외한 지역엔 평균 30% 미만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계속 요구했지만, 정부, 지자체는 묵묵부답이라 이들이 오죽하면 지하철에서 시위했을까 이해된다. 비장애인은 시위로 임종을 보지 못하는 등의 일이 잠깐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 중심의 교통체계로 인해 직장에 지각하거나, 가족 임종을 보지 못하는 등의 일을 일상적으로 겪는다.

이런 현실을 모르거나 애써 알려 하지 않은 채 이준석 대표는 비장애인의 불편함만 부각, 국민들로 하여금 장애인을 ‘사회의 짐’으로 여기며 혐오하도록 만들었음은 물론 장애계 단체들끼리의 분열도 조장했다. 장애인 이동권 갈라치기를 정파 싸움으로 이용한 정치권, 이에 찬동하는 시민들이 장애인에겐 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지난 5월 26일 오전 11시 서울 용와대 인근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에서 헌화하는 추모객들.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5월 26일 오전 11시 서울 용와대 인근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에서 헌화하는 추모객들. ⓒ에이블뉴스DB
이외에도 자폐성 장애인의 소위 문제행동(사라져야 하는 말)이란 게 비장애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는데,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미명 하에 이 행동을 자폐인 배제 근거로 삼으며, 이를 통해 자폐인을 ‘사회의 짐’ 정도로 취급한다. 그러기에 오히려 이런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자폐인에겐 짐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주 한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를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안타까운 사건을 들은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절규를 남겼다는 게 나의 뇌리에 많이 남는다. 나도 과거에 가족에겐 짐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 말이다.

가족지원제도가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와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고, 소득수준과 구 장애등급, 예산 등으로 대상을 가르고, 지원조차 거의 쥐꼬리인 상황에서 암담한 미래를 보고 있으니 그런 일을 벌인 게 이해가 간다. 그러면서도 장애인 생명권을 경시하는 쪽으로 간 건 장애인을 권리의 객체로 여기는 행동이라 화가 난다.

장애인을 권리 객체로 보는 사회, 구 장애등급과 소득수준에 기반한 제공자 중심 가족지원제도 등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은 자신을 가족의 짐이라고 생각하게까지 만들었다. 우리는 사회에서 같이 살면 안 되냐는 한 발달장애인 발언에선 발달장애인을 ‘사회의 짐’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지경까지 된 사회가 오히려 장애인에겐 재앙이자 짐이라는 점을 말해두련다.

따라서 비장애 중심의 사회, 제공자 중심의 정책 등이 장애인에겐 크나큰 짐이자, 장애인을 ‘사회의 짐’으로 만드는 사회의 요인이라고 말하겠다. 새삼스럽긴 하지만 오랫동안 생각하며 얻은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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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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