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수업한 장애이해교육 현장 모습. ⓒ한지혜

장애이해 교육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간다면 이제 정말 필연적으로 받게 되는 교육이 되어버렸다.

교육부에서는 초중고 학년 기를 지날 때 매년 교육과정에 의무교육으로 지시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에서도 직장인이라면 사업주의 추진 아래 매년 이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공익캠페인을 비롯하여 누구나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들까지 포함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계몽을 위해 이 사회가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적 변화와 주무 부처들의 노력에 비해 대중들은 얼마나 그 가치에 부합하고 있을까? 현장에서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입장으로 절대 직면해서는 안 되는 당황스러운 사례들을 자주 마주한다.

오랜만에 뵙게 된 강사 선배님이 속상했던 일화 하나를 들려주셨다. 얼마 전 한 학교에서 방송교육으로 장애이해 교육을 해달라는 섭외를 받으셨다고 한다. 흔쾌히 승낙한 후 강의 교안과 프로필을 보냈고 곧 교육일시까지 회신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 강사님은 강의를 앞둔 며칠 전 당일 이동 동선과 방송실 사정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그때 자신이 시각장애인 강사라는 것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교사는 매우 당황해하더니 “곤란할 것 같다”며 강의 의뢰를 일방적으로 갑자기 취소하였다고 하였다. 장애이해 교육을 신청해 놓고 장애인 강사가 온다고 하니 취소를 하다니? 이 상황을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

그 섭외자는 장애인 강사가 방송화면을 통해 나오는 것이 학생들에게 불편감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였을까? 아니면 본인이 직접 이동을 보조해 주고 여러 가지 챙겨줘야 할 수도 있으니 번거로움을 막기 위한 미연의 자기방어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장애인 강사는 비장애인 강사에 비해 수업의 퀼리티(Quality)가 떨어질 거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속단 때문이었을까?

강의 의뢰를 취소한 분의 내재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분은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실수를 자초한 것이다.

장애이해 교육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지니고 있는 그릇된 편견을 계몽하고 배척하지 않는 수용의 태도로 상생해 나가기 위한 첫 물꼬이다. 그런 목적에 역행하는 학교 관계자의 결정은 앞으로 장애인 인식개선을 함에 있어 두고두고 비 모범적 사례로 화두 될 것이다.

장애이해 교육은 장애 당사자가 직접 강사로 나섰을 때 그 자체만으로도 교육생들이 받아드리는 감흥과 인식 재고의 깊이는 훨씬 호소력 있다. 어쩌면 그 학교 관계자의 편견은 더 멋진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수업 기회를 스스로 단절시키게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 선생으로 인해 학생들은 소중한 공감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침해받은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의뢰자가 어떤 마음으로 강사를 섭외하는가에 따라 그 수업의 질과 여운, 그리고 나중에 교육생의 변화된 기대치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외에도 섭외자들의 불성실함은 여러 사례들로 나타난다. 필자 역시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직면한 적이 있다.

한 초등학교에 교육을 하러 갔는데 교육 요청을 한 특수교사는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맞이하는 사람도 배웅해주는 사람도 없어 이 상황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였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명 의식을 갖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그 담당 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교육청에 평가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그날 어떤 종류의 수업을 했는지 물으신다. 평가자는 특수교사 본인인데 그날 인기척도 없다가 평가를 위해 무슨 수업을 했는지 되묻는 교사 앞에서 필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바쁘다 한들 4차시나 되는 시간동안 잠시도 들리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런 담당자가 외부강사의 수업을 어떻게 평가하여 교육청에 보고 하겠는가? 이는 강사에 대한 엄청난 무례였다.

우리 강사들 역시 바쁜 기존 업무를 뒤로하고 통합사회를 꿈꾸는 사명의식 아래 어렵게 시간을 쪼개어 곳곳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노고를 안다면 환대는 못하더라도 교육 취지에 입각한 기본 역할은 임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대부분의 의뢰기관에서는 이러한 무례를 행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말 이상적인 모습으로 오히려 우리 강사들에게 감동을 주고 더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만들어 주는 사례들도 있다.

좋은 자료를 함께 공유하여 수업을 듣지 않는 반에도 전달하고 싶다는 교사, 수업 자체가 너무 감동이었다고 별도로 전화를 주시는 교사, 다음에 기억하시고 재의뢰를 해주시는 분에 이르기까지 그런 분들이 있어 지치지 않고 인식개선 강사로의 소임을 이어가는지도 모른다.

장애이해 교육은 이제 법적으로 의무교육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발적인 의뢰가 아닌 외력에 의한 의무적인 시간 채우기 교육으로 잘못 인지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장애이해 교육은 장애인복지 차원의 교육이기 전에 인간존중에 근간을 둔 사회 안에 모두를 위한 가치 있는 소양 교육이다.

앞으로도 학교, 직장 등의 의뢰 담당자는 기획 의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 그래서 상기에 서술한 장애인 강사라서 배척하는 이, 수업 참관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보고서로 소임을 마무리 짓는 또 다른 누군가가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염원한다.

여전히 왜곡되고 나태한 시선으로 장애상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에게 소리 높여 외치고 싶다.

장애인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하는 상황과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일 뿐이다. 즉 못하는 상황과 환경이 개선되면 더 이상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우리 강사들은 오늘도 이러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불편한 상황과 맞닥뜨리더라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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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칼럼니스트 집에서는 좌충우돌 쌍둥이들의 엄마! 직장에서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의 책임자. 외부활동에서는 장애인인식개선 강사. 동네에서는 수다쟁이 언니. 이 모든 것과 함께하는 나의 장애. 장애인들은 슬프기만 해야 하나요? 우리를 바라만 봐도 안타까우신가요? 장애인의 삶을 쉽게 예단하지 마세요. 우여곡절 속에서도 위풍당당 긍정적 에너지를 품고 매일을 살아가는 모든 장애인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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