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 제정·시행 전 2012년 7월 발표된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에서 소개한 전체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발달장애인의 연령별, 등급별 구성분포 현황들.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넘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제공자 중심의 법 내용과 정책 시행으로 인해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사회참여 증진과 인간다운 삶은커녕 삶의 질은 거의 변화가 없는 현실이다. 이들과 그 가족들의 불만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어디서 그런 불만들이 쏟아질까? 지적‧자폐성 장애인들과 그 가족이 고용, 교육, 소득, 가족지원 등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현황이 나타난 자료가 있으면 불만이 쏟아지는 지점을 찾고, 이들의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한 정책을 수립할 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발달장애인법 제6조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실태 파악과 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한다고 실태조사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발달장애인법 시행 후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발달장애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게 있을까? 애석하게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현재까지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대한 어떤 계획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나마 올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발달장애인 실태 전수조사를 위한 시범사업예산 3억을 따냈고 구체적 실행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예산은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실태조사 전 실시하는 시범사업 성격의 것이다. 그런데 내년에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를 한다는 보장도 아직까진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다.

결국, 국가 차원의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실태조사가 없다 보니 고용, 교육 등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관련 현황은 어떤지 알지 못하게 되어 지적‧자폐성 관련 정책은 이용자 중심의 정책으로 갈 리 만무하다. 오히려 주먹구구식의 제공자 중심 정책으로 가기 쉽게 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시행 전 2012년 7월 발표된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에서 소개한 발달장애인 월평균소득(좌측)과 전체장애인 월평균 소득(우측)의 구성비율을 비교한 도표들. ⓒ보건복지부

그래서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용자 중심의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24만 명과 그 가족의 구체적 필요와 욕구가 담겨,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이들의 삶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수 실태조사여야 한다.

또한,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은 특성과 욕구가 각기 다르기에, 분리해서 통계를 내는 것, 실태조사 정보형태가 쉬운 글이나 그림, 또는 맥락에 따르는 정보 등으로 되어야 함도 아울러 말하고 싶다.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관한 방법, 조사내용 등 구체적 계획을 가까운 시일에 보건복지부에서 내놓고 이를 실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

실태조사에는 분명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구체적 실태가 담겨야 하므로, 이에 대해 알기 위해 관련 예산이 상당히 많이 든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거의 없어 충분한 실태조사 예산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 통계청도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기재부의 경우 관료들 대부분이 경리 출신이라 그런 것도 있다. 따라서 인권 감수성이 높은 인사들, 그리고 재정을 집행하는 곳인 만큼 경리 출신이 아닌 재정에 전문적인 사람들이 기재부에 기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기재부와 통계청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계층에 대한 인권 감수성 제고를 위한 장기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구체적 상황과 삶의 모습이 담긴 실태조사가 나올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이들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권리 기반의 이용자 중심의 정책이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임을.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제공자 중심에서 탈피해 이용자 중심 정책 방향으로 한 발짝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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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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