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이의 꽃밭’ 책표지. ⓒ에이블뉴스

동화작가 김효진이 “깡이의 꽃밭”을 쓴 것은 장애인 인권교육 교재를 염두에 두고서다.

요즘 출판업계가 불황이어서 책이 거의 팔리지 않고 있어 인터넷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는데, 그 영향으로 작가들 세계에서는 글을 써서 밥을 먹기는 이제 힘들다는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순수문학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교재용 도서는 좀 사정이 났다고 하는데, 김효진 작가도 이러한 수입을 고려하여 장애인 인권교육 교재용으로 동화를 쓴 것일까?

김효진 작가는 늘 장애인 인식교육을 위한 아동용 교재의 필요성을 말해 왔으며, 아동기에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고, 그러한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

동화를 읽어보면 아동의 눈높이에 맞는 단어의 선택과 아동의 여린 생각과 상상력, 아동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상황을 묘사하는 힘이 강하다.

이는 작가의 생각이 늘 순수하고 작가 자신도 아동스럽고 귀여울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한다.

이런 아동의 심리적 상태와 아동 세계 속에 사는 듯한 상황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어 자녀를 통해 과거의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재생해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마치 작가가 어린 시절 일기를 찾아 펴 놓고 그것을 다시 동화로 재현한 듯한 생생한 상황 묘사는 너무나 섬세하여 과거 어린 시절의 상황을 이렇게 선명하게 하나도 빠짐 없이 그 당시의 심리적 상태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작가적 창작능력 외에 월등한 기억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동화 “깡이의 꽃반”은 최정인 화가의 삽화가 적절히 어우러져 부담 없이 끝까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깡이의 그림이 마치 김효진 작가를 그린 것처럼 너무나 닮아 있다.

왜 주인공의 이름이 ‘깡이’인가를 궁금하게 하는데, 이름은 한강이지만 장애인이 깡으로 산다는 깡과 아동들이 별명을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흉내낸 것이 아닌가 한다.

동화는 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매우 자연스럽다.

‘소풍날’에서는 장애로 인하여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지 못하였지만, 어머니가 별도로 김밥과 간식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먹는 것만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고 심통이 나서 소풍을 간 동생 신이를 기다리고, 동생이 소풍에서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친구집에 놀러간 것을 샘하다가 동생이 집으로 돌아오자 소풍간 이야기를 들으려고 동생에게 이야기를 독촉한다.

이 에페소드에서는 장애인이 집에서의 소외와 외로움을 담고 있다. 행사날 혼자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심정을 묘사하면서 그래도 만만한 동생에게 심통을 부리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대결’에서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자신에게는 국어실력이 뛰어나 틀리지 않게 책읽기 시합을 친구들과 하여 마지막 승자가 되어 자부심을 가지게 되며, 친구들에게서 왕따를 당하고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지만 자신의 장점에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이겨내는 모습을 그린다. 친구들이 놀려도 내가 너희들보다 잘한다는 자부심이 장애를 이겨내는 방어기재가 된다.

‘꽃상여’에서는 늘 병을 앓든 언니의 죽음에서 장애인은 꽃상여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언니의 죽음에 대해서도 가족들은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지 않아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심지어 할머니가 차라리 장애인인 자신이 죽었어야 할 것을 언니가 죽었다는 혼잣말을 엿들으면서 자신이 가족에게서 철저하게 부담이 되는 존재라 여기게 된다.

‘약’에서는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며 먼 친척의 가져다 준 신비의 돌가루약 특효약을 억지로 먹으면서 겪었던 괴로움을 이야기하면서, 지나친 이웃들의 관심이나 왜곡된 치료 정보, 장애를 치료하고 싶은 심정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치료를 위한 방법이 장애인에게는 육체적으로도 고통스럽지만 심리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됨을 보여준다.

‘초대’에서는 친구 생일날 초대받지 못한 장애인의 소외감과 그러한 친구를 생각하여 자기집에 놀러 가자고 해 준 친구의 고마움, 이제 마음을 열고 친구를 사귀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이라고 하여 친구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생각해 주고 인정해 주는 친구가 있기 마련인데, 그 친구들과의 사귐을 통해 집에서만 있던 장애인이 밖으로 나가게 되는 계기가 되고, 또래집단에서 지지세력이 되어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모여 동아리와 같은 모임 이름을 정하자 집안 식구들은 놀림 반 칭찬 반으로 주인공을 대한다.

‘비밀상자’에서는 장애인 동생에게 늘 차갑게 대하고 무시하는 언니의 방에 몰래 들어가 일기상자를 열어 보고 죽은 언니의 사진이 집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몰래 간직하면서 그리워하고 있는 언니의 심정을 알게 된다. 그리고 늘 병을 앓고 있었던 죽은 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언니와 심정적으로 만나게 된다.

‘합동작전’에서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언니의 뒤를 밟아 죽은 언니의 무덤에 가고자 작전을 세우게 되는데, 버스를 타려고 하자 장애인 아이를 태워주지 않는 운전기사의 말에 기가 죽게 되고, 다시 다음 버스를 타려고 시도하지만 이것마저 좌절되고 만다. 태워주지 않는 기사에게 항의하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사실 이동권이라고까지 이야기하기에는 좀 더 나간 것 같고, 단지 사회의 부정적 시각이나 편견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지만, 억지로 타려고 하는 모습은 이동권 투쟁의 모습과 닮아 있다.

‘왜 나만’에서는 버스를 타지 못하여 좌절하고 돌아서서 좀더 적극적으로 탑승을 하기 위해 노력해 보지 못한 후회보다는 그래도 노력을 해 본 시원함을 느낀다. 먼저 버스를 타고 죽은 언니의 무덤을 찾아가려다가 뒷모습이 동생인 것 같아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돌아온 언니를 만나 언니가 자신에게 차갑게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언니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꽃밭’에서는 온 가족이 언니의 죽음으로 인한 우중충한 분위기와 슬픔을 이겨내고 꽃나무를 심으면서 삶의 희망을 다지게 되는데, 주인공 깡이도 직접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면서 장애인이 가족의 부담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랑과 화합을 나누게 된다.

가정에서의 방임과 같이 느끼는 외로움, 학교생활에서의 홀로 있거나 참여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장애로 인하여 갈수 없었던 외출, 그리고 장애인으로서 잘 할 수 있었던 강점, 차갑다고 생각햇던 언니의 따뜻함과 가족의 사랑을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함으로써 작가는 가족과 친구로서 장애인에게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으며, 이런 생각의 과정을 질문과 대답을 통하여 장애인식 교육을 시도하고자 하고 있다.

이 동화는 출판사 파란자전거에서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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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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