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와 박한울 감독. ⓒ서인환

박한울 감독은 이제 겨우 21세로 군입대를 앞두고 휴학 중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뮤직비디오 ‘크리미널 스쿨’(대구 학교폭력 피해자 자살사건을 소재로 함)을 제작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페만사’(페이스북을 만드는 사람들)를 통해 영화제작비를 모금하고, 국회의원 정병국 의원과 청소년관련 단체에서 조금씩 지원을 받아 500만원으로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 ‘호루라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가 사실은 감독 자신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피해자로서 경험한 아픈 실화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에 출연하여 그의 가정과 학교에서의 아픈 기억들이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그가 처음 학교폭력에 노출된 것은 초등학교 때에 반장을 맡아 아이들 이름을 선생님에게 적어내면서 ‘고자질쟁이’로 낙인화되었고, 그 친구들이 진학을 하여 다른 친구들에게 낙인화된 것을 전파하면서 무려 6년 이상을 피해자로 살게 되었다.

친구들의 집단 폭력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큰소리를 지르면 교사들은 ‘정서불안자’ 취급을 하였고, 이를 참지 못해 부모님의 도움을 청하면 부모는 아들인 자신에게는 덜떨어진 놈으로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면서도 가해학생들에게는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라며 전혀 개의치도 않았다.

아버지가 천성이었는지 아니면 불고기 식당과 경비원 등의 직업에서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업실패와 실업 후 술과 친해지면서 아들에 대해서는 더욱 가혹해졌다고 한다.

술에 취하면 울화가 극대화하여 취중 가정폭력이 가해졌던 것이다. 학교폭력에 신음하다가 경찰의 도움을 요청한 것은 다시 ’고소쟁이‘라는 딱지로 돌아왔고, 아버지는 아들이 못나거나 잘못한 탓으로만 여겼다.

수차례 수면제를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하면 아버지는 ’나가 죽으라‘는 말로 더 큰 상처를 주었다. ‘용서’ 프로젝트에 출연한 이후 아버지의 공포적인 무시는 어느 정도 해결되어 아들을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술을 즐기시는 것은 여전하여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자 이웃집에 따로 생활하고 있다.

박한울 감독이 장애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신이 약자로서 피해를 입으면서 장애인으로 인식된 바 있다는 것과 발달장애인 부모를 만나 장애학생의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들으면서였다.

그렇게 하여 출연료 없이 재능기부로 무명배우를 발굴하여 출연시킴으로써 제작비 1300만원으로 90분짜리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이 영화가 바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 영화는 복지부, 국회의원 류지영 의원, 대구시교육청, 대구강북경찰서 등에서 지원을 받아 제작비를 마련하였으며, 촬영과 편집에 각각 2개월씩 걸렸다.

이 영화에는 발달장애 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인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진다’는 희망과 학교폭력에서 ‘단 한 명이라도 진정한 편이 있으면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 ‘자신이 무능하고 쓸모 없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모두 상처를 준다해도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자기에게도 있다는 자존감에 대한 상처를 치유하는 포용과 사랑한다'는 위로, 스스로가 ‘나 자신은 소중하다’는 인식 등을 박 감독은 치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줄거리를 소개하면, 동훈은 딸 세연이 세 살 때에 의사로부터 발달장애라는 판정을 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충격,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식스센스’에서의 유령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딸을 두려워하게 된다. 즉 분노, 죄책감, 두려움, 슬픔과 같은 심리적 과정을 겪게 된다.

동훈은 어느 날 15세의 발달장애 아동을 만나게 되는데, 상당히 장애가 개선된 것을 보고 자신도 교육과 가족사랑의 힘을 믿게 된다.

동훈은 ‘응용행동분석’이라는 기법으로 장애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행동을 세부적 단계를 분석하여 하나씩 그 행동요소를 개선하도록 지도하는 방법이다. 특정 행동은 여러 개의 작은 행동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식사’라고 하면 그 식사에는 숟가락을 드는 것, 밥그릇에 숟가락을 밥 속으로 꽂는 것, 손을 비틀면서 밥을 떠 올리는 것, 입을 벌려 숟가락을 입에 넣는 것, 입술을 다물면서 숟가락을 입에서 빼는 것 등의 행동으로 나누어진다. 그 중 현재 가능한 것, 시간적으로 앞의 동작부터 스스로 하도록 지도하고 나머지는 도와주면서 한 행동씩 스스로 하도록 그 범위를 넓혀 결국 식사를 혼자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응용행동분석이다.

응용행동분석을 통해 세연이가 신변처리와 눈맞추기가 어느 정도 되게 되었는데, 감동과 행복의 시간도 잠시 동훈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절친인 형사 철용에게 성년후견인을 지정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임종하던 날 동훈은 세연이에게 ‘이리 와, 세연아!’라고 불러 보게 되는데, 한 번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세연이가 다가와 안기자 눈물로 작별인사를 한다. 세연이를 돌보다가 시장바닥에서 잃어버린 세연의 오빠 세훈이를 결국 찾지 못하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 세연이는 상당한 치료효과로 어느 정도 학교생활을 적응할 정도로 성장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유미래라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등장하는데, 그는 가정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며 얼굴이 어둡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 왕따를 당한다.

여기에서 박 감독은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으로 연결되며,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가족의 태도가 ‘너 같은 것은 낳지 말아야 했다’는 것을 지적하며 피해자는 정말 누구 하나 손잡아 주지 않음을 보여준다.

유미래는 세연이가 장애인이어서 친구라 생각지 않고 무시하지만 세연이는 다가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결국 장애인직업재활훈련인 바리스타 교육을 같이 받기도 하면서 세연이를 이하하고 친구로 받아들이고, 세연이는 학교폭력에 개입하여 같은 편이 되어 주기도 한다. 여기서 닫힌 마음을 서로 열어 치유라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철용이 사건현장에서 세연의 잃어버린 오빠 세훈을 찾게 되어 성장과정을 알아보니 양아버지로부터의 심한 폭력을 발견하게 되고, 세훈이도 자살 등의 몸부림을 친다.

박 감독은 세훈을 통해, 또 상처로 고통을 신음하는 사람과 포용으로 치유하는 세연을 통해 사랑의 결손이 만든 폭력의 치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양부모의 ‘아이의 교육차원에서, 아이가 되바라져서’라는 폭력에 대한 변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피해자의 결과는 피해자 잘못이 되어버리는 문제를 지적한다.

세훈이 친아버지의 ‘사랑한다’는 생전 영상을 보며 세연을 동생으로 받아들이며 걱정하게 된다. 세연이는 유미래를 도와준 것으로 인해 폭력가해자에게 쫓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행인들 앞에서 가해 학생들이 오히려 세연이를 나쁜 아이로 뒤집어씌우는 장면, 가해자 대장 수민이가 출동한 경찰에게 잘못이 없다며 대드는 장면, 세훈이가 자신도 그렇게 반항하며 살아온 것을 생각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흉기를 든 수민에게 다가가 설득하는 장면, 수민이가 처벌을 받고 심리치료사와 마주하여 꽃을 보면서 ‘정원의 꽃은 사랑을 받아 저렇게 예쁘게 되었다’는 수민의 의견에 대해 심리치료사는 ‘사람이 사랑을 주자 잘 자리지 못했는데, 내버려두자 자연의 사랑을 받을 기회가 생겨 더 잘 자라더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는 박 감독이 나도 사랑을 못 받아 가해자가 되었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정설에 대해 누구나 사랑을 받으나 그것을 모를 뿐이라는 해석을 하며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기를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얼핏 보면 장애인 세연이 이야기에서, 유미래 이야기로, 유미래 이야기에서, 세훈이 이야기로, 세훈이 이야기에서 수민이 이야기로 중심이 없이 변해가는 것 같고 4트랙으로 주인공이 누구인지 혼돈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학교폭력과 치유라는 중심을 유지하면서 장애치료와 폭력피해자 치유라는 것을 복선으로 깔면서 모두는 사랑이라는 해결책을 원한다는 멋진 결론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세연이 역을 맡은 김희연이 직접 부른 주제곡은 ‘아무도 없는 차가운 시간 난 지금도 늘 그린다./ 고통에 따르는 아픈 기억 나는 이겨내고 싶었어/ 넌 언제나 나를 보면서 두 손 꼭잡고 내게 말했지/ ... 시간지나 아픔 견디고 너의 상처와 마주하는 날/ 그때도 지금도 따뜻했던 내가 너에게 하고픈 말/ “사랑하는 아가야 아빠는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한단다’의 내용이다.

박 감독은 이미 자신이 한때 원망했던 아버지에 대해 사랑의 눈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처의 치유는 사랑이라고 외치고 있다. 인류의 희망의 꽃을 사랑으로 피우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제청소년단체 'Weawake'가 주관하고 대구강북경찰서가 지원하였으며, 대구강북경찰서와 동성로, 두류공원 등이 촬영의 주무대가 되었다.

포용으로 품음으로써 치유가 되고 상호작용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면. ⓒ서인환

꽃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게 핀 것에 대해 자연의 사랑과 통합사회를 이야기하는 영화 장면.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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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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