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일부터 2007년 6월 30일까지 서울광역의회 전체 회의 234건 중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정책 발언이 나온 것은 144건에 불과하다. 전체 서울시광역의원 106명에 대비하면 소속의원당 1인당 1.36건, 관련 발언을 개진한 의원들 26명에 대비하면 1인당 5.54건 정도의 발언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서울광역의회가 다시 한 번 장애인을 소외계층으로 내몰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의원 중 약 25%만이 장애인과 관련된 발언을 한 저조한 상황에서도 장애인정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열심히 의정활동을 펼친 의원들이 있었다. 서울장애인인권포럼은 의원들의 ‘발언수’와 ‘발언 1건당 정책의 질’, 2가지 측면을 면밀히 살펴 장애인정책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의견을 개진한 의원들을 우수의원으로 선정해 격려했다.

전체 총점에 의해 서울시의회 우수의원으로는 선정된 의원들은 나은화, 이수정, 이종은, 김혜원, 박경덕 의원 이상 5명이었다. 이와 병행해 평가한 우수 발언 부문에서 우수의원들의 발언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발언의 양은 발언의 질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 우수발언을 살펴보는 것은 구체적으로 서울시의회에서 장애인정책과 관련해 어떤 내용의 발언이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먼저, 우수 발언 1위는 활동보조지원사업에 한국형 파견기준표와 산정기준표가 마련이 필요함을 역설한 이수정 의원의 발언이 차지했다.

“정부가 활동보조지원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안일함에 빠져 있는 것 같음.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이 잘 시행되고 있는 외국이 일본 말고도 미국, 스웨덴, 독일 이런 데가 잘 되어 있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함. …일본은 각 자치구에 장애판정위원회를 사회복지사, 해당 전문가, 그리고 장애인 등으로 구성을 해서 이 장애판정위원회에서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의 요청이 있을 때 약 108가지 문항에 해당하는 답을 구해서 어떤 유형의 활동보조를 받을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함. …이런 사례를 모델로 삼아서 우리나라도 한국형 파견기준표와 산정기준표를 만들어야 된다 이런 생각이 들고…”

이 질의는 활동보조지원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장애 정도에 따른 활동보조지원서비스의 지원 유형을 달리할 것과, 활동보조인의 노동 강도와 시간에 따른 수당 차등 지급, 이를 위한 중증장애인 전면적 실태조사를 외국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짚어간 이 발언은 그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 발언 2위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엄수하지 않은 서울시정의 허점을 지적한 김혜원 의원의 발언이 올랐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사업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장애공무원의 비율은 의무고용률 2%에 못 미치는 1.32%에 불과한 서울시의 앞뒤 다른 행정실태는 구체적으로 자치구,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예까지 거론해가며 밝혀낸 이 발언에 의해 파헤쳐졌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같은 경우는 12개 산하기관 중에서 4개 기관이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음.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 법을 만들었고, 그리고 이 법을 모범으로 지켜야 되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선되어야함. 그럼에도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 서울시가 법 규정을 위반하고 있음.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울시 장애인 편의시설 지도를 GIS시스템으로 개발해 줄 것을 건의한 나은화 의원의 발언은 우수 발언 3위에 꼽혔다.

“…작년도 인식개선사업 결과로 해서 지도 제작한 것을 한번 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어요. 서울시 전역의 입체지도를 만들고 거기에다 휠체어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근린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를 담아서 지도를 만들었거든요. 제가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이것을 인터넷상에 정보를 올릴 수 있게 해 보자고 여러 번 건의말씀을 드렸었는데, 장애인복지과장님이 지난번에 보고하시기를 지리정보담당관과 협의를 해서 GIS시스템으로 한번 개발을 해 보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됐는지, 그쪽이랑은 대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됐는지 듣고 싶고…”

행정처리 절차에는 여러 부서의 협의가 필요한 것들이 있고 그러한 일들일수록 진척이 더디게 마련이다. 2006년도에 만들어진 장애인 편의시설 지도를 실제적으로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인터넷에 올릴 것을 건의하고 결과까지 챙기는 나 의원의 끈질긴 활동은 칭찬받을만하다. 발언속에서도 나타나듯이 장애인복지과와 지리정보과 등 여러 부서의 협의 진행사항까지 점검하는 열의는 지방의원들이 정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이외에도 ‘공동주택 장애인 특별공급제도의 허점’을 지적한 발언 역시 우수발언 4위에 올라 나은화 의원은 다방면에서 장애인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수발언을 살펴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장애인의 현실과 유리된 의정회의가 되어서는 안되며, 의회는 좀더 주도면밀한 연구와 고민 속에서 장애인정책을 이야기함으로써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여 장애인정책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광역의회 의원들이 장애인 문제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문제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장애인과 장애인단체들의 의견에 귀를 여는 열린 사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응원합시다]베이징장애인올림픽 선수단에게 기운 팍팍!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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