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25개 기초의회들에 소속된 전체 의원수는 416명이며, 이들 중 한 건이라도 장애인정책 발언을 한 의원은 212명이다. 서울장애인인권포럼은 장애인과 관련된 질의가 나온 전체 745건의 발언들을 5개의 지표에 따라 통계수치를 내고 평가위원들을 선정, 세밀히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강서구 송영섭, 관악구 이동영, 노원구 고만규·김승애, 송파구 이정인, 성북구 정형진, 양천구 경영숙·장용수·이중효, 종로구 김성은 의원이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전체 발언 중 각 지표에 의해 종합 순위 상위에 오른 우수 발언들을 살펴보는 것은 각 지자체의 행정에 기초의원들이 얼마나 열의를 갖고 참여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수 발언 1위는 강서구의회 김상현 의원의 발언이 차지했다. 이 발언은 행정재무위원회 업무보고의 자리에서 나왔다. 기획순찰 업무보고를 의례적으로 일관한 감사담당관의 직무태만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 발언에서 주목할 점은 조목조목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유모차를 끈 주부가 그거를 돌아가기 위해서 몇 미터 정도 돌아가야 하는지 한번 산출해 보신 적 있나? … 보행으로, 도보를 통해서 차근차근 다니면서 다 기획심사를 했습니다 하고 딱 인터넷에 그럴싸하게 올라와 있음. … 공항동에 있는 육교는 장애인이 올라가려면 못 올라가는 사람이 몇 미터를 돌아서 가야 되는지를 판단해야 되고, 그렇지 않나?… 그렇다면은 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 육교를 헐어야 될 건지 말아야 될 건지, 안 헌다면 장애인이 올라갈 수 있는 리프트를 만든다든지? 맨날 허울 좋은 거 하면 뭐하는가?, 이거 감사? 어깨에 힘주고 다른 부서에 가서 큰 소리 치고, 이것만이 감사가 아니지 않는가?”

우수의원에 선정되진 못했지만 강동구의회 김종희 의원의 발언은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우수발언 2위에 오른 이 발언은 강동구 안에 위치한 장애인성폭력상담소 방문 후, 장애인성폭력 문제를 실감하고 이에 대한 성교육 강화를 제안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장애인성폭력상담소 또 여성가정상담소 어제는 423번지를 다녀왔음. 그래서 장애인성폭력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달았음. … 그 곳을 방문한 결과 전화 상담이 하루에도 엄청 많이 들어오고 1년 실적이 전화 상담만 555건이 들어오고 있음. 거기에 일하는 인력은 3명이 일을 하고 있었음. … 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이나 정신지체(지적장애의 옛말) 아이들이 내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그게 싫다는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성교육을 강화시켜 주시기 바람.”

이 발언에서 돋보이는 것은 기관방문을 일회성 활동으로 흘려 버리지 않고 관련 자료까지 꼼꼼히 파악해 본회의 구정질문으로 연결시킨 김종희 의원의 치밀함이다.

공교롭게도 우수 발언 3, 4위를 차지한 것은 송파구의회 이정인 의원의 발언이다. 발언 모두는 지적장애 및 자폐성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직업재활센터의 설립을 다루고 있다. 같은 날 본회의 구정질문에서 연달아 제안된 두 발언을 살펴보면 이 문제를 심도 깊게 연구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을 언급하며 설립 근거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송파구 실태를 서울시 현황과 비교 언급한 것은 송파구에 왜 이러한 시설이 필요한지 설득력을 갖는다.

“…발달·정신지체(지적장애의 옛말)장애인들은 학습의 전이와 일반화가 극히 어려움. 따라서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실제 공간에서의 실습이 가장 효과적이며 필수적임. 현재 우리 구에서는 송파도서관, 송파우체국, 제주농축산물 직판장 등이 이들 장애인들에게 직업체험실습장으로서의 역할을 아무런 대가없이 해 주고 있음. 앞으로 이러한 기관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장애인직업체험학습기관”을 적극적으로 위촉해나가는 이러한 소위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운동을 송파구청이 민과 더불어 함께 펼쳐나갈 것을 제안함. …이러한 「Happy Together」 운동에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것은 효과의 면에서나 우리 구의 이미지 고양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임.…”

특히, 이정인 의원의 의정활동에서 높이 살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도표와 자료 화면까지 제시한 철저한 준비성이다. 그에 더하여 지자체 사업에 대한 자료 검토는 물론이고 2006년 수립된 계획에서 장애인 현실과 차이가 있는 부분은 무엇이며 보완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자료까지 뒤져가며 공부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이번 회기에 이정인 의원이 장애인정책 관련, 26건이나 되는 많은 양의 발언을 쏟아낸 것은 노력 없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렇게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성동구’와 ‘광진구’ 같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관련 발언수가 전부 합해 10건이 못된다. 1년 동안 전체 통틀어 각각 2건과 4건, 엄연히 ‘복지건설위원회’가 결성돼 있음에도 관련 회의에서조차 각각 1건과 3건의 발언을 냈다는 것은 해당 의원들이 직무태만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인들의 의식 수준은 앞서가고 있다. 귀중한 의정회의 시간을 낭비하는 하나마나한 발언은 장애인정책에서 무용지물일 뿐이다. “우리나라가 장애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 그런데 진짜 어떻게 보면 장애인들 참 외로움. 별 마음이 다 들음. 괜히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병들고 마음에 병이 들게 되면 아무 일 아닌 것 가지고도 오해를 하게 되고 그러는 수가 있음.” 이런 식으로 아직도 장애인정책을 시혜와 동정으로 생각하는 일부 의원들의 사고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장애인의정모니터단은 지금도 의원들의 발언을 주시하고 있다.

[응원합시다]베이징장애인올림픽 선수단에게 기운 팍팍!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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