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전국장애인단체활동가대회를 총괄했던 한국DPI 김대성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고 진행요원으로 봉사해준 제주대와 제주관광대생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DPI

'전국장애인단체활동가대회'는 장애인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중 예산이나 참가인원 면에서 최고를 기록한다. 한국장애인재단의 대표 사업으로, 단기사업임에도 지원 액수가 가장 크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경주에서 개최된 2회 때는 리프트 특장차가 부족해 중증장애인들이 버스에 업혀 오른 후, 차안에서만 관광지를 돌아봐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로 인해 제주에서 개최된 3회 때는 휠체어장애인의 참가를 제한했지만, 항공권 발권 문제로 서울지역 장애인활동가 82명이 김포공항에서 발이 묶여 밤 9시경 제주도에 도착, 첫날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교류와 쉼’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올해 '제4회 전국장애인단체활동가대회'는 적어도 앞서 도출되었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중증장애인들도 만족했던 숙박시설=마지막 밤, 진행을 총괄했던 한국DPI 김대성 사무총장은 “제주도를 다 뒤져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직접 돌아보고 고른 곳이다. 특급호텔이라 해도 여기 금호리조트만큼 장애인들에게 편리한 곳은 없을 것이다”라며 흡족해 했다.

작년에 개관한 제주도 금호리조트는 콘도형 숙박시설. 1층 공중화장실에 각각 남녀 장애인화장실이 있고 2층엔 장애인 전용 객실도 1개 마련되어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전체 객실 모두 화장실에 턱이 없어 어느 방에 묵든지 휠체어로 화장실을 드나들기가 용이하다는 점.

리조트 내 부대시설도 대체적으로 경사로 설비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 누구든지 야외정원을 오가며 제주도의 자연을 즐기기에 편리했다. 거실과 방 2개, 화장실로 이뤄진 객실은 온돌방과 침대방이 구비돼 있어 참석한 휠체어 사용자들은 모두 침대방에 배정될 수 있었다.

▲동원된 비행기는 왕복 19대=이번 대회에는 제주도를 향하는 편도행에만 총 9대의 비행기가 동원되었다. 서울발 4대, 부산․대구․원주․광주․청주발 각 1대의 비행기가 각각 시차를 두고 일정에 차질없이 제주도로 향했다. 여유롭게 배편을 이용한 팀도 있었다.

한국DPI 김대성 사무총장은 “다수의 참가자가 이동하다보니 3달 전 예약을 시도했음에도 좌석이 없었다”며 “대한항공에서 직할 여행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항공권을 설득하여 모아주었기에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고 진행 과정의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역대 최다 전동휠체어 사용자 참가=휠체어 사용자, 특히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비행기와 차량에 승하차하는 데는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장애인 행사라고 할지라도 편의상 휠체어장애인들은 배제되기 쉽다.

이번 대회는 전동휠체어 사용자 15명, 수동휠체어 사용자 22명이 참가하여 역대 대회 중 휠체어장애인이 최다 참가한 대회가 되었다. 김대성 사무총장은 “중증장애인들이 여행할 기회는 많지 않은 데다 어렵다. 그래서 각 단체에서 추천한 휠체어장애인은 우선적으로 신청을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참가율이 떨어졌던 시․청각장애인들도 일정 부분 신청률을 맞춰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김대성 사무총장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DPI에서 인원 배분을 셋으로 나눠놓고 신청을 받았다”며 “그 부분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한국농아인협회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장총에서 추천한 분들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제공된 저상버스=이번 대회에 동원된 리프트 차량은 모두 10대. 제주도에 11대밖에 없는 저상버스 중 특별히 3대가 지원됐고, 기관 특장차 1대 외에도 제주 전역 각 기관에서 리프트 승합차 6대가 모였다.

대회의 실질적인 진행을 맡은 제주DPI 이영석 사무국장은 “‘절대 휠체어를 들거나, 업고 옮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김대성 사무총장의 특별지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번 행사가 장애인 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대와 제주관광대생 14명이 진행요원으로 함께 한 것도 원활한 행사운영에 도움이 됐다. 둘째 날, 자유여행 빼고 4코스의 관광 일정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원을 수송할 차량이 필요했는데 앞서 언급한 특장차 외에도 관광버스 3대, 25인승 1대, 12인승 승합차 1대와 다수의 개인 차량들이 투입돼 이번 대회 기간 투입된 차량은 공식적으로 총 15대에 달했다.

▲감동을 준 세심한 배려=첫째 날 밤, 휠체어 사용자들이 묵은 방엔 샤워의자가 배달됐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꼭 휠체어장애인에겐 필요한 보조용품. 활동보조인으로 전신마비 딸과 함께 참가한 어머니는 “벨이 울려 나가보니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리조트 직원이 방마다 하나씩 배달해주고 있었다”며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 주최측의 배려에 감사를 전했다.

둘째 날, ‘제주 문화체험’을 떠나는 참가자들에게 하나씩 제공된 도시락. 샌드위치와 김밥, 음료수를 넣어 나눠준 작은 가방은 제주 특산품 갈옷감으로 만든 것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참가자들은 어깨에 메어보며 “제주를 나타내는 특색도 있고, 돌아가 가족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이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금호리조트는 남쪽 객실은 바닷가를 향하고 북쪽 객실 창으론 한라산이 보인다. 행사 주관측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을 남쪽 객실에 우선 배정, 섬세한 감성을 갖고 있는 여성들로부터 “창밖의 바다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찬탄을 얻어냈다.

▲풀뿌리 활동가들을 위한 행사=한국장애인재단 박춘우 사무총장은 매회 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부터 마지막 날까지 전 일정을 함께 했다. 그는 “시민단체에는 활동가대회가 있는데 장애인 쪽은 장애유형을 떠나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며 “이 대회는 전국 풀뿌리 조직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라고 대회를 규정했다.

후원단체의 운영위원으로서 그는 “이번 대회는 사전준비를 많이 한 것과 진행이 원활한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2박 3일이면 일정이 짧은데 지역에서 세미나는 많이 하니까 구태여 여기까지 와서 하는 것보다 지역끼리 교류, 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런 분위기도 대회 취지에 맞는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발 기준 지켜져야=4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1~3회 대회 참가 경험이 없는 사람, 단체 활동 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을 우선해 선발한다는 기준을 내세우고 출발했다. 덧붙여 신생조직일 경우 1년 이상인 사람, 장애여성 중에서 20% 이상을 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풀뿌리 조직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행사라기엔 여느 때처럼 큰 단체 참여율이 높았다. 김대성 사무총장은 “왔던 분들만 오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신청자 선발에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이번 대회는 처음 온 분들의 비율이 높아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