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제주도에서 제4회 전국장애인단체활동가대회가 열렸다. 대회를 주관한 한국DPI 채종걸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DPI

활동보조인 포함 21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2박 3일. 장애인활동가, 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어가는 걸까? 아쉬운 마지막 밤, 잠들지 못하고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방이 많았다. 그 중, 무작위로 몇 사람의 방문을 두드려 보았다.

“활동가들이 모이는 행사는 많이 다녀봤지만 방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 곳은 없었는데 그 점이 좋았다. 첫째 날, 새벽부터 달려오느라 아침밥도 못 먹었는데 점심을 안 줬던 건 아쉬웠다. 리조트 식당은 비쌌고 주변엔 갈 곳도 없었는데 미리 안내도 안 해줬다. 같이 온 일행들과 한 방을 배정해줘 다른 분들과는 서먹했던 것도 아쉽다. 방 배정을 여러 지역의 사람들과 섞어서 해주었더라면 더 많은 분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이영순, 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분위기 자체가 여유롭고 편안했다. 음식도 맛있었고. 요즘 여러 가지 복잡한 일상에서 개인적인 쉼이 되었다.”(정유미, 장애인미디어센터 바투)

“쉽게 접할 수 없는 <39파운드의 사랑>이라는 다큐영화를 본 게 감명 깊었다. 언어장애가 있지만 장애인계 활동을 한 지는 몇 년 안 된다. 6살짜리 딸아이와 동행했는데, 둘째 날 우리 일행은 ‘자유기행’을 선택해 차를 렌트해서 소인국테마파크를 다녀왔다.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이제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어 흐뭇하다.”(서정화, 경남DPI)

“행사 개요는 좋으나 장애인단체를 위해 오래 활동하신 분들이 모였더라면 더 의미가 있었을 거라 본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유능한 분들이 오셔서 저명한 분들을 모셔놓고 좋은 말씀을 듣는 것이 더 좋았을 거다. 나이어린 사람들은 기회가 많으니까 이런 행사에는 사회에 나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역 단체장들이 많이 모였으면 한다.”(하광남, 강원도 원주시 장애인단체총연합)

“많은 사람들, 특히 우리 방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다. 만찬시간에, 장애인 가수 양종현씨가 나온 순서에서 모든 사람들이 같이 노래하고 그랬던 게 흥겨웠다. 모두가 하나가 된 듯 했다.”(황성욱,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격의 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 장애인활동가들에게는 동지의식과 남다른 유대감, 그런 게 있다. 복지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장애인이면서도 그런 분위기 속에 들어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우리’라는 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장애인들이 한 데 모여서 자기들 센터에서 뭐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정보교류도 되었다.”(전영자, 예산군장애인복지관)

“사람이 너무 많아 친해지기 어려웠다. 200명 넘는 사람이 모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100명 정도로 하면 안될까?”(채경훈, 대구DPI)

“오기 전에도 차질 없게 하느라 일하다 왔고 돌아가면 또 밀린 일하느라 바쁠 것이다. 여기서도 잠깐 인터넷으로 사무 처리를 해야 했다. 그래도 바다도 보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너무 좋다. 남들은 밤새워 이야기를 하던데 나는 피곤했는지 잠만 자고 가는 것 같다. 마지막 날 아침, 해돋이도 멋있었고 리조트 앞 바닷가 산책길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장소다.”(고정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숙소만 봐도 주최 측에서 사전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 얻어가는 건 사람이다. 단지 쉼은 충분했으나 교류에 대한 배려는 좀 부족했다. 단체별 교류 시간을 통해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조규화, 서울DPI)

“봉사자로서 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기까지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 아쉬웠다. 비가 와서 날씨 상황을 고려해 대회를 개최했더라면 하는 맘이 들었다. 한미모라는 봉사 동아리에 속해 있어서 작년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장애인 분들과 한라산을 갔었다. 이번에는 2박 3일 동안 장애인 분들과 많이 만났다.”(조천근, 제주관광대학 레저스포츠학과 한미모로타리클럽)

“‘자유기행’ 시간에 우리 일행은 비 맞는 것도 귀찮고 그래서 시각장애인 셋, 활동보조인 셋 다 같이 방에만 있었다. ‘자유기행’ 신청자들에겐 도시락과 2만원씩을 활동비를 줬는데 나중에 이 돈으로 노래방도 가고 사우나도 가기로 했다. 이곳이 너무 외져서 활동하기가 어려운데 자유기행이라고 해도 셔틀을 돌려 서귀포 중심지에만 내려줘도 나을 거 같다. 2박 3일은 짧으니까 다음엔 대회를 이틀 더 했으면 좋겠다.”(김두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만약을 위해 119를 준비해뒀다는데도 사고가 없어서 안 쓰게 돼 기쁘다. 내부 장애인들의 속사정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이번에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대중매체 속 장애인당사자> 강의 때,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골고루 짧게 보여줬다. 하지만 그보다는 절망에 빠지지 않고 장애를 극복하는 내용의 한국영화 한 편을 쭉 보여주면 보는 사람들이 기가 살지 않았었겠나 싶다.”(김흥쌍, 신장장애인협회 부산지회)

제주공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 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저상버스, 리프트 승합차가 대거 지원돼 중증장애인 이동이 편리했다. ⓒ한국DPI

둘째 날 저녁, 비가 와서 바비큐 파티 대신 실내에서 만찬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한국DPI

장애인 가수 양종현씨가 진행한 참가자 노래자랑 순서는 화기애애했다. ⓒ한국DPI

제4회 전국장애인단체활동가대회에는 66개 단체, 21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한국DPI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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