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주최한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및 문학상 심사결과 전통자수기법을 이용한 화관(花冠) `시집가는 날`로 전체대상에 선정된 이정희씨.

"지난 23년 동안 자수에만 매달려왔습니다.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이제야 평가받은 것 같아 정말로 기쁘고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주최한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및 문학상 심사결과 전통자수기법을 이용한 화관(花冠) '시집가는 날'로 전체대상에 선정된 이정희(여·39·지체장애1급)씨는 벅차 오르는 기쁨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2남2여 중 장녀로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미혼의 그는 세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됐다. 학교 한번 가지 못한 채 방안에서만 지내던 중 친척언니의 손에 이끌려 전남 장성 사창리 부연마을로 내려가 17살 때 처음 실과 바늘을 잡기 시작했다.

시골 기와집에서 자수를 익히기 위한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먼 화장실, 높은 토방 등 편의시설이 전무했고 조금하다 그만 두겠지 라는 편견 때문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여기서 소나무와 잎을 수놓는 작업만 반복, 실증을 느낀 그는 전통자수라는 새로운 세계를 찾아 서울로 떠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자수장 중요무형문화제 80호 한상수 선생님을 지인(知人)의 소개로 만나 2년 동안 궁수를 사사 받았다.

이러한 배움과 창작의 노력이 더해져 그의 작품은 전통자수 중 5방 색(자색, 남색, 백색, 황색, 검정색)을 주조로 꼰사(꼬임이 있는 실)로 수를 놓는 궁수(宮繡)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해 내고 있다.

다른 동양자수에 비해 작업 과정이 어렵고 오랜 시간이 요구되지만 작품 완성 후 보풀이 일지 않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고 일본자수나 중국자수에 비해 우아한 광택으로 고급스런 기품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제13회 장애인 미술대전 심사위원들이 전통자수기법을 이용, 전통 화관을 재현한 작품으로 일반인도 제작하기 어려운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이라고 극찬하며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거리라고 하는 서울 인사동에 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팔리고 있는 기념품 대부분이 중국자수더라 구요.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것을 지키고 보존하는데 무심했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그는 전통자수 재현에 대한 긍지와 고집이 대단하다. 수많은 작품들이 손에서 탄생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품이 아니면 낙관을 새기지 않았다. 천연염료를 사용, 전통 기법으로 염색한 명주천만 사용했고 실도 공장에 직접 주문해서 쓴다.

물론 긍지와 고집이 만용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작품 소재를 찾기 위해 전통문양 집을 뒤지고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책자들을 찾아 모두 섭렵했다.

"자수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권할 만한 작업입니다. 작품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성취감도 있고, 더 나은 작품을 위한 도전의식도 키울 수 있죠. 그리고 차분한 가운데에서만 작업이 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자기수양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전라북도 정읍시 외곽에 2개월 전 문을 연 전통자수 작업장 '예다움'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그에게는 "후대에 길이 남을 벽화 등 대작을 제작하겠다"는 희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생각에 하루 하루가 짧다.

한편 그의 자수는 올해 초 전라북도 정읍의 농·특산물로 선정, 내장산 단풍 등 정읍의 문화 알리기 홍보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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