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

"전쟁터에 나가서 죽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 남았습니다. 이제 100호를 목표로 마음을 다잡아 야죠."

계간지 솟대문학 50호 발행을 마친 방귀희(여·47) 발행인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81년 세계장애인의 해에 장애인들의 수가가 많이 나와 책으로 엮어 졌습니다. 출판사들은 장애인 작자들에게 수기를 쓸 것을 종용하고 다른 작품은 외면했습니다.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지면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같은 방 발행인의 생각은 비가 많이 내리던 여름 휴가 때 책을 정리하다가 장애인 작가가 쓴 100여권의 책을 발견하고 더욱 구체화 됐다.

"이렇게 많은 장애인 작가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장애인작가를 위한 문예지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장애인단체 종사자 한 분도 그러면 단체를 만들라는 조언을 하더군요."

솟대문학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시작하기 전 몇 번 나오지 않아 폐간할 게 뻔한데 왜 하냐고 만류했다. 특히 방 발행인의 어머니는 '돈벌어서 노후 대책을 세워야지 돈도 없이 그 힘든 일을 어떻게 할래'라며 반대가 심했다.

"어머니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50호 발행을 하기까지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였습니다. 제작비 마련에 애타는 나를 보고 '힘들어도 해야지. 하다가 중단하면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해'라는 꾸짖음으로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50호를 보지 못한 채 지난 3월 돌아가셨습니다."

이처럼 방 발행인과 솟대문학의 관계가 남다르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장애인문예지로 자리 매김 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계간지로 발행되는 일반문예지가 대략 200여종이 있는데 50호가 넘는 것은 5개 남짓일 만큼 단명 하는 예가 많다. 이처럼 지난 91년부터 장애인과 가족, 장애인 관련 단체 종사자들의 다양한 시, 수필, 동화, 소설 등을 연재해 온 솟대문학의 50호 발행은 큰 의미를 지닌다.

물론 순탄한 길만 걸어 온 것은 아니다. 방송 일을 하며 번 돈을 인쇄비로 사용하던 중 IMF를 만나 원고료 50% 삭감과 함께 외부 방송원고가 들어오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간사를 1명만 두는 등 규모를 늘리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 맺다.

"후원금이 없고 주위에 아는 분들이 구독료로 돈을 넣어 주고 있었기 때문에 IMF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한 업체가 후원자로 나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98년부터는 작지만 원고료를 지급,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을 정도로 발전했어요."

"든든한 후원자였던 어머니 영전에 솟대문학 50호를 가져다 바치겠다"는 방 발행인은 "장기적으로 출판사를 운영해 베스트셀러 장애인 작가를 배출하는 토대를 마련, 전업작가도 작품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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