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장애여성 디나 라드케(Dinah Radtke, 독일DPI 부회장)씨. <에이블뉴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8차 특별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장애여성들과 호흡을 맞추며 장애여성조항을 성사시키는데 주력한 독일의 장애여성 디나 라드케(Dinah Radtke, 독일DPI 부회장)씨. 그녀로부터 독일의 장애인 정책이 어떤 수준에 올라있는지 들어봤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장애인복지와 관련해 선진국이다.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어떠한 법과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00년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위한 법률을 만들었고, 올해 여름에도 또다시 장애인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장애인복지를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도 갖추고 있고, 교육, 고용 등에서 장애인이 소외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선진적인 법 체계를 갖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지난 2000년에 만들고, 왜 또다시 차별금지법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00년에 제정한 법은 주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법이었다. 하지만 올해 통과된 법은 유럽연합조약에 따라 만들어진 법이다. 이것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각종 소수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유럽연합에 속해 있는 국가들이 모두 비슷한 차별금지법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

“지금 모든 회원국들이 모두 유사한 법률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법률은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수준이 높다. 유럽연합에서 정하고 있는 것 이상을 국내법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5년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해서 약 10년 동안 캠페인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 독일 통일이후에 연방법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조항이 있었는데, 너무 포괄적이고 선언적이었다. 이를 현실화시켜야한다는 문제의식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게 된 것이다."

-장애인 고용 문제로 가보자.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지원체계를 갖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장애인이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 기업들에게 장애인 고용을 장려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시장에서 봤을 때, 아직도 장애인들의 실업률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의무고용제를 두고 있는데 6%를 적용하고 있고, 만약 지키지 않으면 패널티를 부과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 출발한 자립생활운동(Indepedent Living Movement)를 알고 있는가? 독일에도 자립생활운동이 있는가?

“우리는 ‘Indepedent Living’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Self-Determined Living'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자립생활’이라는 말을 쓰는 것보다 ‘자기결정’이라는 말이 더 옳다고 본다. 예를 들면,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에는 이를 돕기 위한 센터가 각 지역마다 존재하고 있다. 나도 센터에서 동료상담 쪽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독일의 경우는 어떤가?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다. 개인별로 시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시설에서 나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아직 수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살고 있다. 독일에는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이 없나?

"독일도 아직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엔지오들이 앞장서서 계속 시설에서 사는 것은 장애인에게 매우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을 사회에 알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지난 2000년에 모든 시설을 없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장애여성조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 장애여성들의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장애여성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매우 기쁜 일이고, 한국에 감사드릴 일이다. 한국이 발의에서부터 계속 노력해왔다. 전 세계의 장애여성들이 같이 일함으로써 서로 강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이 기사는 시민단체 전문통역사 김병수님의 통역 지원으로 쓰여졌습니다. 김병수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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