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슬레지하키는 격렬하지만 짜릿한 스포츠.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올림픽을 향한 합숙훈련 과정이 KBS1 TV에서 26분간 다큐로 방송된다. ⓒ제이넷티비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가 열려도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없는 장애인 스포츠. 장애인 스포츠는 재미없다는 통념은 사실일까? 장애인 스포츠는 재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장애인 스포츠 중 가장 박진감이 넘치는 볼거리 풍성한 스포츠. 장애인 스포츠는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창단 72년이 되도록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꿈의 무대로 불린다. 그 설욕을 장애인들의 아이스하키,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이 창단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씻어주었다. 2006 토리노올림픽에 이어 장애인올림픽을 향한 두 번째 도전 만에 이뤄낸 값진 쾌거이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캐나다, 미국 등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 높은 장애인 스포츠로 세계무대의 벽이 높다. 선수들이 쓰는 하키썰매, 슬레지(sledge)는 전량 캐나다 수입품.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하키썰매는 부러진 곳곳마다 용접한 자국이 선연하다. 스피드가 생명인 운동인데, 장비 지원도 선수 지원도 미흡한 현실 속에서 열정과 강력한 팀워크로 열악한 현실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나 밴쿠버동계올림픽의 뚜껑을 연 순간 우리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결과는 참혹했다. 조별 리그 3경기 모두 참패. 우승 후보 미국과 맞붙은 첫 경기에서 5대 0으로 졌고, 일본전에서도 역시 5대 0으로 패배했다. 마지막 체코와의 경기에서 2골을 넣었지만 4대 2로 결국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역사적인 한국팀의 첫 승리는 18일 열린 5~8위전에서 나왔다. 겨울스포츠가 발달한 스웨덴을 2대 1로 꺾고 6강 진출에 성공한 것.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도 맘껏 누리지 못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결과에 의기소침해 있다.

누가 이들을 경기 결과로 탓할 수 있을까. 국가대표 선수촌 대신 모텔을 숙소로 삼고, 동네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이들. 편의시설이 돼 있지 않은 아이스링크에서 그것도 링크가 비는 시간에 맞춰 운동하느라 점심을 오후 4시에 먹는다. 균형 잡힌 고칼로리의 식사 대신 식당 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가난한 운동선수들.

넘어지고 쓰러지며 부상을 달고 다니면서도 차가운 링크를 뜨겁게 달궈 왔던 이들의 치열한 훈련 기록이 3월 20일(토) 오후 1시, KBS1 TV '열린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같은 날, 체코와의 5, 6위 순위 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뜨겁고 우렁찬 박수가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올린 감격의 첫 승만으로도 이미 15명의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는 빛나는 챔피언이다.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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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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