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상가족협의회 연극동아리의 연극 '신방자전'의 한 모습.

눈이 수북이 쌓이고 급격히 온도가 떨어진 지난 1월 27일. 한 모녀가 두툼한 외투를 걸친 채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빙판이 된 덕수궁 길을 걸어 정동극장으로 향했다. 극장 앞에는 사람들이 꽃다발을 한 아름 안아 들고 모여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보이길 꺼려하는 화상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첫 발을 내딛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사)한국화상가족협의회 연극동아리 8명의 회원은 기존의 춘향전과는 달리 각각 파트너가 교체돼 해학적으로 각색된 ‘신 방자전’을 2개월 여의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올렸다.

춘향이의 등장으로 시작된 연극은 방자의 리얼한 전라도 사투리와 애드립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변사도가 기생을 선별하는 과정에서는 익살스럽게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모습으로 인해 공연장은 한 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관객들과 하나된 공연을 마치고 인사를 하는 배우들의 모습에는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관객들도 쉽지 않은 결심으로 무대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게 박수갈채로 답례했다.

이렇게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공연을 마친 배우들은 연습기간 중 화상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불안감과 연습장소가 없는 문제로 연습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남들의 시선을 회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념과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보여줘 새로운 자아를 찾겠다는 의지로 연습을 새로 시작했다.

(사)한국화상가족협의회 한상교 회장도 매주 일요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을 연습장소 내줬다. 이처럼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사람들 앞에 서기 위한 작은 시도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춘향 역을 맡은 우숙형 총무는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 때문에 배우들이 많이 불안해했다”며 “이제는 사회구성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화상인들의 목소리를 높여 사회와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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