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우 화백이 전시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양정신이 담긴 서예가 크로키라는 서구적 양식으로 담아졌다.

석창우 화백은 지난 1일 방배동 본점에서 선과 묵, 그리고 누드의 세계를 주제로 제13회 와인 빌 개관 기념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된 석 화백의 그림 20점은 단순한 선과 소박한 먹이 창조하는 서예크로키라는 독특한 장르로 짧은 순간 신체의 특징을 서예의 필획으로 생동감 넘치게 나타냈다. 또한 주재료로 사용됐던 화선지가 아닌 전시 후 남는 카다로그 봉투에 먹과 수채화 붓을 이용, 다양한 여체의 움직임을 작업한 것이 이채롭다.

이와 관련 석 화백은 "안양에서 하고있는 선사랑 누드크로키 모임을 지도하러 갔을 때 어떤 사람이 카다로그 봉투에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 조금씩 봉투를 가지고 다니며 간간이 그림을 그렸다"며 "화선지만 고집하다 새로운 종이를 접하니 생각보다 쉽게 의도한 그림이 나오지 않아 서예 붓이 아닌 수채화 붓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작업했던 소품이 많이 쌓이자 전시를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혀 있을 때 와인 빌에서 개관 전시 지원자를 찾는다는 인터넷 게시판을 보고 신청, 전시회를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카다로그 봉투에 먹과 수채화 붓을 이용, 다양한 여체의 움직임을 작업한 것이 이채롭다.
손병철 서예 평론가는 석 화백에 대해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드로잉이 탁월하고 인체의 동작을 찰나적으로 낚아챈 선묘들은 몇 개의 선 그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지닌다"며 "그의 의수에 의한 무기교의 예술세계는 그리는 개념에서 쓰는 개념까지 크로키 본래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와인 빌 방배동 본점(☎02-583-1791)에서 오는 15일까지, 청담점(☎02-515-1741)에서 17일부터 31일까지 순회해 열린다.

한편 석 화백은 불의의 사고로 양팔을 잃은 뒤 절망을 극복하고 프랑스 파리, 독일 함브르크, 영국 런던 등 5번의 해외 초대전을 비롯해 총 12회의 전시회와 120여회의 그룹전을 가졌다. 그리고 신체적 활동의 어려움에 따른 고통을 내면에서 용솟음 치고 있는 작가의 억눌린 자아의 미적 표현을 누드크로키와 활동적인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의 정열을 붓 끝에 담아 표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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