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과 탈시설 절차적 권리보장'을 주제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시설보호정책에서 탈시설 자립생활정책으로 변화가 요구되지만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국회의원 김상희․윤소하,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는 쟁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과 탈시설 절차적 권리보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팀장, 신규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통합과 연립의 시대, 탈시설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 발제자로 나선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은 우리나라 장애인거주시설의 문제점으로 집단성, 격리성, 비선택성, 비인권적 생활환경 등을 꼽았다.

지난 2008년 이후 당사자의 경험을 규명하는 질적 연구들이 이뤄진 결과 탈시설 이후 장애인들이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자기결정 경험을 통해 인간적으로 발달하며, 시설에서의 사물화로부터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 시설화로 인한 당사자 개인의 퇴행과 발달 지연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과 탈시설 절차적 권리보장'을 주제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유 원장은 “세계적으로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강조하며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4년 9월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시설화에 우려를 표명하며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을 개발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외 주요국의 공통적인 커뮤니티 케어 요소는 ‘당사자 중심의 통합성’, ‘서비스 설계의 유연성’, ‘지방정부 중심의 책임성’”이라면서 “우리도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탈시설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탈시설 국가계획 수립, 추진체계 구성, 탈시설지원센터 등 이행 기관 구성에 나서고 광역지자체의 경우 탈시설 이행계획 수립과 전담부서 설치, 개인별전환지원팀 구성과 모니터링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 여기에 기초지자체의 역할로는 장애인의 지역정착을 위한 서비스연계와 지원, 예산 배정 등을 꼽았다.

특히 유 원장은 탈시설 정책의 쟁점으로 의사능력이 약한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 기존 시설 직원들의 거취 문제를 들었다.

유 원장은 “당사자 본인이 가진 욕구와 지적·물리적·신체적 능력들을 감안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능여부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발달장애인의 경우 가족반대가 심하다. 그들에게 어떻게 동의를 얻어낼 것인가에 대한 섬세한 전략이 요구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존 시설직원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행정직과 기술직 고용연계를 위한 재활병원 등을 확충해 신규 일자리를 마련하고, 탈시설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유 원장은 “무엇보다 장애인 개인의 필요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사자의 개별적 서비스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과 탈시설 절차적 권리보장'을 주제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사진 좌)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토론자로 나선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있었던 것이다. 시설이라는 게 태초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자 만들어진 것이 시설이 아닌가. 이제 국가가 원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지적한 뒤 “해외 사례처럼 국가와 지자체 주도 하에 진행하면 된다. 학대 문제가 발생한 시설에 강경한 폐쇄조치를 내리고 지역사회 자립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을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탈시설의 방향은 이미 다 나왔다. 탈시설 로드맵이 만들어진 시점에서 답도 나왔다. 남은 것은 실행할 수 있는 국가의 적절한 예산 편성이다. 그것만 된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탈시설 전수조사, 탈시설 이해확산과 인식개선을 위한 방법 강구, 탈시설 지원을 위한 별도 법률 제정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지금 모두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부딪치고 있다”며 “복잡하지만 간결하고 선명하게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의 사회적 합의가 그 시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미국 탈시설 연구의 권위자 제임스 콘로이 박사를 초청한 간담회에 참석해 가족들과 기존 시설 노동자들의 반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냐고 질의한 결과 ‘시설에 기간을 정해주고 언제까지 시설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매입을 지원했다’고 답변했다는 것.

박 상임공동대표는 “정부 입법 차원에서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을 제정하고, 가족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과 탈시설 절차적 권리보장'을 주제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반면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팀장은 “아마 부모의 입장에서 탈시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듣고 싶어서 저를 부르셨을 것”이라며 “여기 계신 분들과 약간 어긋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현재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 연구가 덜 된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 팀장은 “지금 지역사회에서 사는 장애인들에게 충분히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냐”고 의문을 표한 뒤 “그들도 시설거주 장애인들과 동일하게 고립되고 배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탈시설을 해야 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복지부에서 오래 전부터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탈시설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들이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가족들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팀장은 “탈시설은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복지부가 탈시설을 준비하겠다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화 과정도 필요하다. 현재 복지부에서 부모의 활동지원사 자격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다시 부모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갖춰진다면 부모들도 탈시설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과 탈시설 절차적 권리보장'을 주제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에서 신규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에 대해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규호 사무관은 “1년 동안 거주시설을 20회 이상 방문하고 지역사회에서 사는 당사자들도 만나본 결과, 지역사회에 계시는 분들이 조금 더 행복해 보였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지금 당장 시설 거주 장애인들을 모두 내보낼 수 없다. 인권 문제 때문이다. 모든 장애인들을 단기간에 자립시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거주시설 개편이 자립지원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말씀하셨던 것들을 이뤄내려면 결국 법, 정책 문제”라면서 “우선 법적인 부분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체적으로 법률에 자립지원과 초기 정착 지원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어떻게든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 사무관은 시설과 관련해서도 “지금 대규모 거주시설이 전체 시설의 40% 이상이다. 인프라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에 단기간 시설 축소는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현재 누구나 들었을 때 알만한 특정 대규모 시설들과 조금씩 협의해서 시범적으로 축소하고 빠른 시일 내에 변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축소와 더불어 신규시설 역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도 거주시설을 축소하고 자립생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신 사무관은 주거, 초기정착 비용 등 탈시설 지원과 관련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신 사무관은 “지난해 9월 국토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기존 주택을 자립지원주택으로 리모델링하거나 매입하는 것에 대해 국토부와 물량 확보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편의시설 역시 의무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기기를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24시간 의료특화 주거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자립수당이 추가 신설됐다. 앞으로 ‘자립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자립 초기 3년간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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