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장애아동의 바람직한 행동 형성과 행동 지원을 위해 대부분의 특수교육 교재들은 강화를 통한 행동 수정 방법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쉽게 말해, 올바른 행동을 할 때마다 아이가 좋아하는 강화물로 보상을 하여 바람직한 행동을 조금씩 늘려나가게 하는 방식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잠재적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오이를 먹지 못하는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현 특수교육에서는 오이를 먹게 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체계적 둔감법을 씁니다.

즉, 처음엔 멀리에서 오이 냄새를 맡게 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아주 조금씩 다가오게 하여 냄새를 맡게 합니다.

가까이 올수록 강화물을 제공하지요. 그리고선 또 오랜 기간에 걸쳐 오이를 아주 조금씩 맛보게 합니다. 조금씩 맛볼수록 강화물을 제공하여 마침내는 오이를 먹게 하는 방식을 씁니다.

쉽게 말해, 강화를 통한 행동 수정 방법을 적용해 오이를 맛보게 하는 방식인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오이를 억지로 먹을 수는 있어도 결코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오이를 먹을 수 있게 됐어도 오랜 기간 오이를 먹지 않으면 다시 오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은 오이에 대한 근본적인 관념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실제 방송에서는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라는 심리치료 기법을 통해 오이를 대학생이 좋아하는 고추로 대체시키고, 평소 좋아하는 언니를 연상하게 하여 오이 알레르기를 극복하게 하였습니다.

즉, 오이를 바라보는 마음의 관점을 변화시켜, 오이를 먹을 때마다 대학생이 좋아하는 고추 맛이 느껴지고 언니가 떠오르게 만든 것이지요.

그 결과 대학생은 불과 30분도 안 걸려 오이 알레르기를 극복하고 오이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의 작용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행동에 문제가 있다.’라고 하여 강화물을 통해 행동을 고치려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변화시키기가 매우 힘듭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마음(잠재의식)을 변화시키면 그 아래 행동이나 환경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발달장애 아동이 보이는 여러 도전적인 행동, 산만한 행동, 자기중심적 행동, 자기자해 행동, 폭력적인 행동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문제행동이 일어나지 않게끔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강화물을 제공하며 대체행동을 교수해서는 시간만 오래 걸리고 결코 장기적인 효과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행동을 하고자 하는 잠재의식적 마음이 변화될 때 비로소 문제행동을 안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해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는 여러 도전적 행동이 있는 장애학생의 행동 수정을 위해 긍정적 행동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문제 행동(도전적 행동)이 있는 학생들을 선별하여 이들의 올바른 행동 형성을 위해 지원하고 있지요.

서울시의 경우 긍정적 행동지원 사업으로 2억원 가량의 예산(2019년 기준)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효과의 지속성입니다. 행동 중재 전문가가 포함된 대규모 지원팀이 구성되어 최소 1학기 이상 아동을 컨설팅하고 중재 계획을 적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적 효과를 거두는데 그치고 맙니다.

습관화되고 패턴화된 도전적 행동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을 변화시키려고만 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근원에 숨어있는 무의식적 마음의 작용을 바꿔주어야 진정한 행동 변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보이는 부적절한 행동이나 문제들은 겉으로 볼 때는 행동적인 문제들로 보여도 사실은 잠재의식, 즉 마음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화물을 통해 행동을 고치는 것이 아닌 마음, 즉 잠재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ABA나 긍정적 행동지원으로는 단기적으로 아동의 행동이 개선되는 현상을 보일 수 있으나, 그러한 행동이 대부분 오래 지속되지는 못합니다.

이것은 긍정적 행동지원의 근본 방식이 ABA와 마찬가지로 아동의 심리나 정서는 고려하지 않은 올바른 행동에 강화만을 강조하는 행동주의에 기초한 접근법이기 때문입니다.

ABA나 긍정적 행동지원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먼저 ‘올바른 행동은 강화를 통해 유도된다.’라는 훈련법을 아이들에게 적용함으로써 아동을 수동적 존재로 취급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면 행동을 교정하고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게 할 수는 있어도, 결코 자연스러운 사회성 발달로 이어지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간헐적으로 강화 계획을 세워도 아동은 강화물에 의존하는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도전적 행동의 원인이 되는 무의식적 욕구나 아동이 바라는 상태를 외면한 채,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을 보고 이를 수정하려고 해서는 결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아동의 잠재의식 속에 저장된 습관화된 행동 패턴, 해소되지 않은 욕구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한 아무리 행동을 수정하고 환경을 바꿔주어도 언제든 행동적 문제들은 겉으로 들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인지 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고 해서 발달장애 학생들이 신념이 없거나 정체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증 장애 학생을 보고 ‘이 학생이 무슨 생각이 있겠어? 무슨 가치관이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지 수준이 떨어져도 신념이 있고 가치관이 있으며 잠재의식(마음)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기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보고 신념, 가치관, 정체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즉 마음(잠재의식)을 변화시킬 수 대화 기법과 심리치료 방법을 써야 문제 행동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올바른 학습 태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잠재의식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아동의 잠재의식에 바로 접속해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심리치료 기법과 대화를 구사하여야 합니다.

깨어있는 의식을 우회하여 잠재의식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화와 상담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토대가 마련됩니다.

이제는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위해 행동주의 방식의 자극-반응-강화라는 틀에 갇힌 방법에서 벗어나, 아이의 잠재의식을 바꿔줄 수 있는, 마음을 바꿔줄 수 있는 그런 교육과 행동 지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 이상 행동주의적 관점이 아닌, 인본주의적 관점에 기초한 상담과 행동 지원이 이루어질 때,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고 궁극적인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특수교사(교육학박사, 교육심리・상담 전공) 이진식(https://blog.naver.com/harammail75)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