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6연패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39명의 대표 선수들의 운명의 주사위가 던졌다.

치열했던 선발전, 그리고 3개월간의 합숙훈련 등을 거친 기능강국의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경기 1일차인 25일(현지시간, 시차 8시간), 시간대별 선수단의 하루를 담았다.

(위)경기1일차 경기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경기장으로 출발했다(아래)양복 직종 경기장 뒤쪽에 마련된 한국 대표단 본부.ⓒ에이블뉴스

AM 7:30 보르도 풀만 호텔→보르도 엑스포파크

“7시 반 차! 7시 반 차 탈 사람 얼른 오세요!” 비가 보슬보슬 떨어지는 이른 아침, 일찍 경기장을 찾아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한 소수의 선수들, 대회 본부를 차리기 위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원들이 아침부터 긴박해졌다. “연습한 대로 파이팅하고 오세요!” 박승규 선수단장의 응원 속에 경기장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탑승했다.

“우리처럼 이렇게 준비한 곳 없을걸요?” 고요한 경기장 속 경기장 한편에 돗자리를 펴고 태극기도 달았다. 물론 우리나라 대표단만이 유일했다. “일본은 각 직종마다 방송사 카메라가 하나씩 붙어서 유난떨고, 우리는 이런 걸로 유난떨고.하하.” 긴장되는 마음에 비타민을 나누며 격려하는 이들, 6연패 도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위)경기에 앞서 재료를 정리하고 있는 미용 직종 이정화 선수(아래)도자기 직종 정동휘 선수가 손가락을 다쳤다며 보여줬다.ⓒ에이블뉴스

AM 8: 30 떨림, 설레임 ‘워밍업’

본격적으로 경기를 위한 선수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KOREA’가 쓰인 라벤더색 경기복을 입고 경기 장소를 찾았다. “안 떨려요. 믿는 분이 계시니깐요.” 자전거조립 직종에 도전하는 문규배 선수의 여유로움부터 잠을 제대로 못자 빨간 눈을 한 채 재료 정리에 여념 없는 미용 직종 이정화 선수까지. “떨려요. 잘 할 수 있겠죠?”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지난 23일 재봉틀을 보자마자 “아이고~ 내가 안쓰던긴데”며 걱정하던 양장 직종 공귀남 선수의 얼굴도 하루 사이 평온해졌다. “안 떨려요. 어제 조금 연습해보니까 괘않든데예.”

반면, 도자기 직종 정동휘 선수는 손가락에 상처가 나서 걱정이다. “여기 문에 살짝 쓸렸어요.” 위생 점수가 포함되는 만큼 손가락 상처는 치명적이지만, 문제는 없단다. “13개를 똑같이 만들어 내야 한다네요. 저기 뒤에 중국 선수 있죠? 저 사람이 진짜 장인이래요.” 재료 정리를 돕는 통역 선생님의 마음만 더욱 급할 뿐이다.

회화 직종 유일한 지적장애인 선수인 이용우 선수는 컨디션이 날아다닌다. “자전거 조립, 문규배 형…4월9일 소림학교” 끝은 오늘도 역시 “파이팅”이다.

(위)회화 직종 유일한 지적장애인인 이용우 선수가 본격 경기에 들어갔다(아래)화훼 직종 우혜숙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AM 11:00 그동안 흘렸던 땀, 기쁨의 눈물이 되리

1일차 오전 경기가 시작됐다. 긴장되는 선수들과 더 긴장되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지도위원, 그리고 함께 자리하고 있는 통역담당자까지. 화훼 직종의 경우 디자인 카피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우혜숙 선수의 손이 바빠지자 이지언 지도위원의 눈도 바빠진다. “걱정 안 해요. 정말 잘 하고 있어요.”

경기 초반 지적장애인 이용우 선수의 흥분된 모습에 신제남 지도위원은 “아구 걱정돼 죽겠네”라며 눈을 떼지 못한다. 국제대회에 첫 참가하는 이 선수가 오늘따라 유난히 웃고 흥분하느라 시간이 조금 더디단다. 다른 선수들은 벌써 캔버스가 가득 채워져 가지만 이 선수의 캔버스는 절 반 이상이 채워지지 못 한 상태. “그래도 용우는 시간 내 해낼거에요.”

가구제작 직종 임채범 선수의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자 최환갑 지도위원이 막아선다. “옆에 가서 파이팅 하면 안 돼요. 지금 집중하고 있으니까.” 멀리서만 사진 찍기를 당부, 또 당부하는 최 지도위원. “잘 하고 있어요. 걱정 안합니다” 선수에 대한 애정이 깊이 느껴졌다.

아직 경기 시작 전인 캐릭터디자인 엄기원 선수에게는 박승규 선수단장이 방문했다. 청각장애인 선수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는 박 선수단장, 그리고 웃음으로 화답하는 엄 선수. 선수들은 그렇게 제9회 보르도 국제장애인올림픽대회를 저마다 즐기고 있었다.

(위)오후2시 정동휘 선수의 본격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함께 외쳐주고 있다(아래)프랑스 한인회가 마련한 부스에 프랑스 학생들이 방문한 모습.ⓒ에이블뉴스

PM 2:00 경쟁 넘어 하나 되는 ‘올림픽’

가장 에너지가 넘친다는 오후 2시. 제9회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가 열리는 보르도 엑스포파크에는 학생들의 견학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내 꼬박 3시간30분간의 첫 번째 경기를 마친 회화 직종 이용우 선수는 신이 났다. 노래와 춤을 추며 주변인들의 호응까지 얻어냈다. 갑자기 바뀐 룰 때문에 속타는 신제남 지도위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림학교 선생님 차번호를 연신 외치며 경기의 끝남을 자축했다.

오전 동안 열심히 재료 준비를 했던 도자기 직종 정동휘 선수는 2시부터 본격 경기에 임했다. 제비뽑기로 인해 집중이 되지 않는 자리를 택한 것이 지도위원과 담당 통역사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지만, 선수단의 응원에 한 번 더 힘을 내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날 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한인회에서 부스를 마련해 태극기 페이스페인팅, 전통 문양이 그려진 책갈피를 무료로 배포했다. 다른 나라 중에서 프랑스 학생들에게 큰 환심을 샀다.

부스를 지킨 신옥전 한인회장은 “아이들에게 책갈피를 한 개만 가져가라고 했는데 계속 온다”며 “두 개에는 100불을 내야 한다고 농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다”며 방긋 웃었다.

(위)경기를 마친 자전거조립 직종 문규배 선수의 아쉬운 표정을 담았다(아래)“후련합니다” 1일차 경기를 마치고 함께 경쟁한 선수들과 격려하고 있는 캐릭터디자인 직종 엄기원 선수.ⓒ에이블뉴스

PM 5:00 ‘만족·묵묵’ 교차하는 선수들 “힘내요”

경기장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박수가 터졌다. 1일차 직종 경기가 하나씩 마무리 되가는 것. 그간 연습한 열정을 최고로 쏟아부었다며 만족을 보인 선수가 있는 반면, 완성을 못했다는 속상함에 고개를 떨군 선수도 있었다.

캐릭터디자인 직종 엄기원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자신감을 보였던 선수였다. 다른 선수에 비해 속도도 빨랐으며, 엄 선수의 마우스 클릭 하나 하나를 많은 언론이 집중했다. 1일차 경기를 마친 엄 선수는 “후련하다”며 소감을 보였다.

100점 만점 중 80점이라고 평가한 그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내일 또 2시간의 경기가 있다. 내일도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일 모든 경기가 마무리되면 함께 경쟁했던 선수들과 놀고 싶다는 소망이다.

반면, 자전거 조립 직종 문규배 선수는 “Finish!” 소리와 함께 박수 치는 선수들 사이로 고개를 떨궜다. 조용히 경기장을 나온 그는 “완성을 못했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에 도착해 꼬박 숙소에서 연습에 몰두해 온 데이터 처리 직종 최광일 선수는 “딱 시원섭섭하네”라며 소감을 전했다. 생각 만큼 나온 것 같지 않았다는 그는 내일 조직위에서 준비한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다. “어휴~ 그동안 관광 한 번 못했는데, 내일부턴 즐길겁니다. 일단 맥주 한 잔 하러 가야겠네. 껄껄”

한편, 제9회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는 오는 26일 2일차 경기를 끝으로 3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한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6연패의 성공 여부는 내일 경기를 모두 마친 후에야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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