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증정신질환자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정신질환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공공정신과 전문의 제도 도입과 응급입원을 공공 영역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등 의료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현장의 경찰과 사설구급대원이 판단하는 응급입원 시스템과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폐쇄 병동에만 의지하는 의료 시스템은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4개 단체는 17일 ‘반복되는 중증정신질환 관련 사고’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조현병을 가진 20대 아들이 6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숨진 아버지는 사건 한 달 전 아들이 피해망상과 환각 증세를 보여 살해 위협을 한다며 경찰에 직접 찾아가 신고를 했다.

경찰은 당시 집으로 출동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설구급대원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는데 현장에서의 판단으로는 강제 입원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2018년 경관 사망 사건, 진주 방화 사건을 비롯해 이번 사건까지 중증정신질환자의 관련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열린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이사. ⓒ에이블뉴스DB

비자의입원 결정, 가족 아닌 사회가 판단 해야

우리나라의 비자의입원 중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추정자이며 자·타해의 위험으로 급박한 상황인 경우 경찰관 또는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호송하게 되며 보호의무자 동의입원은 보호자 2인의 동의와 전문의 1인의 진단을 통해 입원이 결정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이사는 “우리나라는 중증정신질환 입원자 대부분은 가족, 사설구급대를 통해 입원한다. 이번 사건 또한 경찰의 눈앞에서 상황이 발생하지 않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같은 사건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정신질환자 입원에 대한 시스템이 다르다. 미국은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법원에서 판사가 판단해 결정되며 호주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의 준사법기관에서 이를 결정한다.

백 법제이사는 “비자의입원의 결정은 가족이 아닌 사회에서 결정을 해야한다. 이러한 변화에 법개정도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면 최소환 응급 시스템이라도 우선적으로 개선돼야한다. 경찰이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송을 담당하고 응급입원판단은 의료진이 하는 등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 방치되지 않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 3월 30일 열린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위원. ⓒ에이블뉴스DB

24시간 전담 공공정신과 전문의 제도 도입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위원은 “중증정신질환으로 안해 시급하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가족, 이웃이 경찰 등에게 신고했을 때 이송을 결정하기 위한 경찰과 사설구급대원의 자체적인 판단이 힘들다. 이번 사건에서도 핵심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는 정신과 정신의가 같이 출동해야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전문가 및 요원 등이 출동할 때 동행하고 이송여부 결정을 경찰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한 실시간으로 전문적 조언을 위한 24시간 정신건강 공공정신과 전문의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경찰의 바디캠을 통해 현장상황을 전송하는 것으로 이 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며 현재의 기술로도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비자의입원 유형 중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최소화 하고 국가가 개입하는 응급행정입원을 활성화 해서 응급상황에 국가가 적극 개입하고 어느부분 책임을 져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정신질환자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 ⓒZOOM 캡쳐

응급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참사의 반복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이번 사건은 응급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참사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신보건 위기대응을 보면 경찰, 응급 이송단, 가족, 정신건강 복지센터, 응급실 등 모두 폐쇄 병동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치료환경이 좋아야 하지만 인력이 없다 보니 병원안에서 인권침해들이 발생한다”며, “특히 응급환자들이 입원하는 시스템은 응급인력들이 풍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응급 시스템 개선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먼저 치료환경에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재는 당사자가 가고 싶은 환경이 아니다. 그런데 치료만 강제하니 위기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며 “강제치료를 했다가 나오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강제치료 중 진압되고, 외톨이가 되고, 소통이 불가능하고,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지내는 것은 굉장한 휴유증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폐쇄 병동만 치료의 시스템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우리는 위기시에 선택지가 없다. 의료 도움, 위기쉼터, 회복지원 네트워크 등 정신질환 당사자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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