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쳐

장애인 정당한 편의제공을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등 편의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을 비롯한 장애인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식의 변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생활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 의무화 등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해 장애인 관련 법이 강력하게 개정돼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 접근권 등이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복지가 아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28일 오후 2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유튜브 캡쳐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장애인단체,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장애인 편의제공의 현실과 재화 용역을 중심으로 생활편의 시설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에 따르면 생활편의 시설은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에 따라 300㎡ 이하일 경우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아 편의점, 식당, 작은 병원, 약국, 등 많은 시설을 장애인 당사자는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국가 통계 포털 조사(2019)에 따르면 4만 3975개의 편의점 있다. 이 중 300㎡ 이상이 되는 편의점은 830개다. 1.8%만이 설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이외 모든 편의점은 출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높이를 제거할 의무도 없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건물들이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도 갖추고 있지 못하기에 장애인 당사자들은 맛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갈 수 있는 식당만 찾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가 2020년 11월 11일 광화문 광장 인근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앞에서 턱을 없애고자 뿅망치로 계단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에이블뉴스DB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에 편의에 관한 많은 규정이 있지만, 대부분이 의무가 아니라 권장 사항으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규정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며, “현재 법은 장애인의 편의보다는 기본적으로 형식적으로 편의시설을 갖춰놔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엇보다도 장애인 접근권이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는 것에 인식이 다른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이것을 당연한 권리가 아닌 시혜적 복지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결국에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장애에 대한 이해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인식이 공유되고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는(왼쪽부터) 법무법인 디라이트 김용혁 변호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 대외협력실장,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 ⓒ유튜브 캡쳐

법무법인 디라이트 김용혁 변호사는 “장애인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법률이 굉장히 취약하다. 강력한 법적인 개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며 이를 위해 공익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되는 것은 편의시설 설치를 해야 하는 대상,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을 법령이 아닌 대통령령, 시행령을 통해 규모가 300㎡ 이하인 건물과 1998년 법 제정 이전에 설치된 건물에는 편의시설 설치를 면제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으로는 법이 바뀌어야 한다. 법령을 통해 편의시설 설치의 범위와 종류 등 구체적 내용을 규율해야 하며 바닥면적에 대한 설치의무면제제도는 철폐돼야 한다. 또 장애인들에게 접근권이란 매우 중요한 공익적인 사유인 만큼 건축 시기에 따른 설치 의무 면제도 변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 대외협력실장은 “장애인의 삶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집에서 혹은 시설에서 지내다가 사망하는 그러한 획일적인 삶을 살다가 가는 삶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장차법이 13년 됐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갈 곳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어 “장애인 접근권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도 안 된 곳이 많지만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장애인이 사용하지 못해 무용지물인 곳도 많다.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개선을 위해 장차법을 포함한 장애인 관련 법들이 강력하게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은 “장차법상 정당한 편의제공은 설치 의무 등 비용이 많이 들고 고정돼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어 장차법 개정이나 정책을 설계하는 경우가 있다면 장애인 당사자에게 필요하면서도 적절한 개별적 적용, 이러한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론회에서 발언한)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할 경우에는 편의점과 식당들이 영세해 시민의식이라던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것의 개정이 힘든 것이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접근권은 당연한 권리지만 또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것을 규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실질적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인권위에서 복지부에 전달한 바닥면적 50㎡ 이상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적용하라는 의견을 수용해서 연구 진행 중이다”면서 “저는 이 사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소송을 통해서 판례를 만들어 나가고, 입법과정에서 사안이 법제화됐을 때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며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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