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한 ‘돌계단 산책로’. 지압효과가 있는 자갈길이 점자블록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성북구 개운산 자락에 총 7km 구간으로 조성된 산책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산책로가 꾸며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7km중 약 1km로 조성된 '돌계단 산책길'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산책로다. 그런데 직접 이곳을 찾아가 보니,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개운산 산책로는 여러 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시각장애인 산책로는 개운산 스포츠센터 부근에서 시작된다. 성북구의회와 개운산 스포츠센터 조금 못 미치는 곳에 개운산 공원 안내도가 있고, 성북구의회 쪽으로 좀 더 걸어 올라가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도 겸 시각장애인 안내 유도기가 보인다.

촉지도에는 공원의 전체 지도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돌계단 산책길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그런데 음성 안내 버튼을 눌러보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또한 점자블록이 촉지도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그대로 지나치도록 돼 있었다. 촉지도가 있는 곳과 돌계단 산책길이 시작되는 지점 사이에는 점자블록이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

개운산 공원 입구에 설치된 촉지도 겸 시각장애인 안내 유도기. 음성안내버튼이 작동되지 않았다. ⓒ에이블뉴스

점자블록이 촉지도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그대로 지나치도록 돼 있다. ⓒ에이블뉴스

촉지도가 있는 곳과 돌계단 산책길이 시작되는 곳 사이에 점자블록이 끊어져 있다. ⓒ에이블뉴스

점자블록을 따라 ‘돌계단 산책로’까지 올라가봤다. 돌계단 산책로의 초입에는 일반 노란색 점자블럭이 설치돼 있었고, 조금 걷다보니 점자블럭이 발바닥 지압 효과가 있는 자갈길로 바뀌었다. 자갈길이 점자블럭의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자갈길이 이어진 산책로 사이사이에는 정자나 간단한 운동기구 등이 마련된 쉼터가 있고, 자갈길이 끝나는 곳에는 헬스기구와 벤치 등이 있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산책을 하다가 잠시 쉬어가거나, 운동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자갈길에서 쉼터·정자 등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전장치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점자블록은 물론 장애인을 위한 어떤 표시도 돼 있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은 자갈길 위로만 왕복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편의시설은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자갈길에서 화장실로 이어지는 길에는 점자블록이 없었고, 남·여 장애인 화장실의 문 앞에만 각각 점자블록이 몇 장 깔려 있었다. 게다가 남자 장애인화장실의 형광등 스위치는 고장이 나 있었다. 화장실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한참 전에 누가 떼어갔다”고 말했다.

개운산 산책로에 취재를 간 날, 산책로에서는 운동을 하거나 쉼터에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돌계단 산책길’이 ‘시각장애인 산책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되려면, 편의시설의 좀 더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돌계단 산책길에는 중간 중간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돼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은 접근 할 수가 없다. ⓒ에이블뉴스

돌계단 산책로 중간에 있는 쉼터. 시각장애인의 접근이 어렵다. ⓒ에이블뉴스

돌계단 산책로 중간에 있는 화장실. 점자블록이 이어져 있지 않다. ⓒ에이블뉴스

남·녀 장애인 화장실 앞에 점자블록이 있지만 나가는 길로 이어져 있지 않다. 남자 장애인화장실의 형광등 스위치는 고장나 있다. ⓒ에이블뉴스

돌계단 산책길이 끝나는 지점. 시각장애인은 공원에 들어가기 어렵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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