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무원 제임스 파커씨가 한인회장이 교통안전과 관련해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담긴 신문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세상에 이런 공무원이 있다니!'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한국장애인문화협회로 구성된 영국방문단을 깜짝 놀라게 만든 영국 공무원이 있다. 그는 바로 신선한 아이디어로 교통안전정책을 펼치고 있는 킹스턴 카운슬(Kingston Council)의 교통 안전 및 여행 인식개선 부서(Road Safety and Travel Awareness Unit)의 매니저 제임스 파커(James Parker)씨다.

제임스 파커씨는 1982년부터 현재 맡고 있는 일을 해왔는데, 그의 일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경찰, 학교, 소방서 등 관련기관과 함께 킹스턴 카운슬 내에서 교통사고가 줄어들도록 정책을 바꾸고, 지역사회의 인식개선을 유도하는 일이다.

킹스턴 카운슬은 런던시의 외곽 서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의 60% 이상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한국 식당과 수퍼마켓, 부동산 등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는 곳이다. 11일 오후 제임스 파커씨와의 만남은 킹스턴 카운슬 뉴몰든의 재영한인회 강당에서 진행됐다.

한인들과 함께 교통안전교육 실행해와

"한인들과는 지난 2004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5년전 한인들이 교통안전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한인회장이었던 신우승씨는 한인들이 술마시고 운전하고,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등 안좋은 운전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같이 일을 시작했는데, 토요일마다 열리는 한인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교통안전에 관한 포스터를 한국말로 제작하도록 했다. 한인들이 영어를 몰라서 교통표지판을 못봤다고 하는 핑계를 댈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 신우승 회장이 직업 영국지역신문에 나와서 교통안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만약 영국사람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한인을 차별한다고 얘기했겠지만, 직접 한인회장이 나와서 얘기하니까 효과가 좋았다. 킹스턴의 교통사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모범적이라면서 상도 받게 됐다."

제임스 파커씨는 자신이 한인들과 함께 벌여온 교통안전사업을 소개하면서 직접 아이들이 제작한 포스터와 지역신문 등에 나온 기사들을 보여줬다. 킹스턴 카운슬에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친근하고 거부감이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아이를 가르치는 교통안전교육

그는 항상 눈높이를 맞추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는 효과가 높은 어린이 교통안전교육방법의 중의 하나라며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방법을 전해줬다.

"굉장히 좋은 방법이 있는데,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이를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다. 두 명의 아이에게 교통안전대사가 되도록 하고, 아이들이 재미있을 수 있도록 만든 자료나 물품을 주면 알아서 퍼트린다. 그리고 대사 역할을 맡은 아이들에게는 각종 상을 준다."

그가 전해준 아이디어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도 있었다. 이른바 '막대사탕 아줌마'라는 것인데, 아이들의 부모들이 직접 등하교 시간에 횡단보도에 나가서 교통안전봉을 갖고 교통신호를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직접 나와서 눈으로 보니까 아이들 교통안전에 도움도 되고, 특히 자기 아이들이 걸어다니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안심을 주는 것이다. 직접 나서서 해보니까 알 수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 모두 피할 수 있는 것"

제임스 파커씨는 한국방문단이 첫 방문지로 선택한 로드 피스의 활동을 잘 알고 있고,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방문단이 로드피스측과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문제로 한달전에 자신에게 로드 피스측에서 상담전화가 왔다고 소개하면서 로드 피스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영국은 교통사고를 중대 범죄로 생각하지 않고 실수에 의한 사고로 생각하는 점이 달랐지만, 한국은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 보상금으로 치료비도 모자라 재활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장애가 심해지는데, 영국은 기본적으로 치료비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체계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로드 피스에 있는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서 아주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잘 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은 모두 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중파 방송을 통한 캠페인 중요한데…

한국방문단은 교통안전과 관련한 텔레비전 공익광고에 대한 영국의 상황을 묻기도 했는데, 제임스 파커씨는 "영국 BBC 등에서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인상적인 공익광고가 나오는데, 여태까지는 피해자가 나왔다면 최근에는 가해자가 나온다. 그 사람의 모든 일상에서 자신이 저지른 교통사고 장면이 떠오르는 장면인데, 메시지는 피해자의 인생도 끝이 나지만 자신의 인생도 망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신벽향 실장은 제임스 파커씨에게 교통안전과 관련한 공익광고 이야기를 꺼내며 하소연을 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전문 케이블채널이 늘어나면서 공중파에서 교통사고관련 공익광고를 하지 않게 됐다. 교통전문채널에도 우리가 돈을 내고 광고를 해야하는 실정이다."

제임스 파커씨는 "영국 정부에서도 텔레비전에 공익광고를 내는 것이 돈이 많이 드니까 줄이려고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하는데, 이를 알릴 기회가 줄어드니 다른 방면으로 많이 알아보고 해야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파커씨는 이날 만남에서 한국의 교통안전 캠페인 현황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측이 전한 경기도 양평에 들어올 예정인 교통사고 피해자 전문재활센터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지속적으로 관련 소식을 전해듣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만남에서 얻은 정보를 글로 써서 지역신문에 내서 한인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후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이광식 경주지회장은 "제임스 파커씨가 정말 공무원답게 교통안전을 위해 다양하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 한국의 공무원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다른 한국방문단들도 이구동성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고, 공무원 신분으로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훌륭한 공무원'이 실제 이뤄낸 성과는 얼마나 커다란 것일까? 제임스 파커씨는 "20년 전 킹스턴에서 1년에 1,000명 이상 교통사고가 났는데, 지금은 400명도 안 된다"면서 "뒤돌아봤을때 굉장히 큰 성취감에 기쁘다"고 전했다. 1982년부터 현재까지 교통안전이라는 한 가지 일을 맡아 전문성과 신념을 갖고 일해온 제임스 파커, 그를 있게 만든 영국사회는 배워야할 점이 많은 곳이다.

재영한인회 강당에서 킹스턴 카운슬의 제임스 파커씨와 한국방문단이 만남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인학교 한 어린이가 만든 포스터를 직접 들어보이며 눈높이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국방문단이 전한 선물을 받고, 오늘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한 제임스 파커씨. ⓒ에이블뉴스

지역신문에 한국의 교통안전현황을 전하는 칼럼에 함께 쓰고 싶다며 기념촬영을 먼저 요구한 제임스 파커씨.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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