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미연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정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고,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의원은 ‘제27회 세계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미연 위원, 프리웰 김정하 대표, 전장연 박경석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정부에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자 장애인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 않았다.

또한 협약 제19조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동참'과 관련된 정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장애계에서는 선택의정서를 비준하고 적극적으로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라며 정부를 압박해 왔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상희 의원은 "선택의정서 비준과 탈시설 정책은 중요한 과제"라며 "현재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지금 국회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20대 국회에서 꼭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쟁과는 무관한, 장애인들의 삶과 인권을 위한 법안들이다. 저도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미연 위원은 "오늘은 전 세계 10억 명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함께 기념하는 날"이라며 "협약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이 인류 발전과 사회·경제적 빈곤을 퇴치하고 인류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제19조에서 장애인들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 선택의 자유, 특정한 거주 형태로 살 것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그리고 국가가 지역사회의 지원서비스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시설은 단순히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협약 제14조에서는 안전과 자유권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다. 국가에서 완벽한 개별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탈시설이라는 이슈가 단순히 복지의 관점으로만 잘못 이해되고 있는데, 이것은 인권 문제다. 우리 사회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국가의 계획을 기대하며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프리웰 김정하 대표는 "어제 서울시 장애인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 당사자 분이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32명의 장애인이 어제 지역사회의 집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3만 명이 시설에서 살고 있다"며 "장애인에게 시설에 살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들이 모두 나와 살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서울시에서 지원주택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서울시 지역에 국한된 제도다. 전국적으로 장애인지원주택이 제도화되어 모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또한 "국가가 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다리라는 말부터 하지 말고, 지금 당장 그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탈시설 로드맵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1970년 노르웨이에서 탈시설 운동이 시작됐다. 1980년 노르웨이 정부는 공식보고서를 통해 '시설에서 발달장애인의 생활 여건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1988년 시설해체법을 만들었으며, 2008년 1월 마지막 시설을 해체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협약을 비준한 대한민국이 장애인 권리의 이름으로 선택의정서를 비준하고 장애인거주시설해체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시설해체법을 전면에 내걸고, '인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시설'을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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