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동료장애인 활동가들과 함께 장애인 편의시설들을 조사하기 위해 전주시시외버스터미널에 간 적이 있다.

시외버스 터미널 내부로 들어가는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 등 어려가지 장애인 편의시설들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조사하였다. 조사하면서 역시 우리나라 공공장소의 장애인 편의시설들은 형식으로 설치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외버스터미널 내부로 들어가는 경사로는 매우 급경사였고, 장애인화장실도 아주 낡은 모습이었다. 시외버스 탑승권을 예매하는 곳도 너무 높아서 수동휠체어이나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이용 할 수 없을 것 같이 보였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의 장애인 편의시설들이 그야말로 쇼윈도용 시설들로 생각되었다.

잠시 후에 전주시 시외버스터미널의 장애인편의시설들이 쇼윈도용으로 설치될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전주시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은 타 지방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갔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용 할 수 있는 저상시외버스가 전무한 현실을 생각하면, 전주에 사는 전동휠체어와 휠체어를 장애들이 전주시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전북장애인차별연대에서는 명절 때마다 전동휠체어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저상시외버스를 도입해 달라고 하면서 집회를 벌리고 있다. 물론 장애인콜택시나 기차를 이용하면 전동휠체어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도 고향에 갈 수 있다. 하지만 기차는 철길이 놓여있는 곳만 갈 수 있는 곳들만 갈 수 있고, 장애인콜택시는 어렵게 예약해야 이용 할 수 있다.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명절에 고향방문을 할 때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명절 때뿐만이 아니라 전동휠체어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도 생활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다른 지방으로 방문해야 되는 때가 많이 있다. 이런 때에 저상시외버스가 있다면 휠체어와 전동휠체어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좀 더 편하게 지방 간 이동 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3월 장애인권익연구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소속된 전국 8개 단체들은 국가, 지자체, 운송회사 등 8곳을 상대로 수동휠체어나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도 시외버스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묻지 않고 운송회사의 책임만 물었다. 휠체어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승하차를 할 수 있게 승강기를 설치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승강기 장치는 안전성이 보장이 안 되면 휠체어와 전동휠체어 사용하는 장애인들의 지방 간 이동문제를, 운송회사에만 책임을 묻은 판결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운송회사인 금호고속은 정부가 먼저 휠체어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에서는 2019년까지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외버스의 표준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버스 표준 모델 개발을 위한 정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용 할 수 있는 버스의 표준모델을 조속히 제시하길 바란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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