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숙 전의원의 유작 '꿈꾸는 강'. ⓒ방귀희

당신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정지되었습니다.

당신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으니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더 화가 났었습니다.

신을 원망했습니다.

장애에 암까지… 이건 너무 지나친 반칙 아닙니까?

장애를 갖고 50년을 살았는데 생의 마지막을 암과 투병하게 하시다니…….

그래도 당신은 하느님께 감사하며 그분 곁으로 가셨으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장애인복지가 척박했던 시절 여성장애인으로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는 장애인들과 함께 살기 위해 실로암의 집을 운영하였고

장애인 인권 운동을 전개하며 여성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앞장섰습니다.

그런 활동을 인정받아 2008년 장애인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여

의정활동도 아주 성공적으로 하였습니다.

야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간 당신이 그림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이 참 멋있었습니다.

예술은 인간을 성숙하게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도구라는 사실을

당신이 알고 있다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장명숙 위원 부군상에 갔다가 만난 당신은

너무나 야위어있어서 애처로웠습니다.

당신 몸 구석 구석에 퍼져있는 고통이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정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혼자서 눈을 감았을 당신,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마음 놓고 화를 낼 남편도 자식도 없는 당신,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혼자서 암과 싸웠을 당신,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당신은 우리에게 “괜찮아요.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라고 위로해주었지만

우리는 당신에게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라고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당신이 그린 <꿈꾸는 강>, 그곳을 건너 천국으로 가세요.

그곳은 여성장애인이 살기에 아주 좋은 곳일 테니 안심이 됩니다.

이제 이곳을 여성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계속 지켜봐 주실 거죠?

*이 글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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