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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살 발달장애 딸과 엄마를 응원한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22 11:03:21
발달장애인 서른세 살 딸과 사는 지인이 있다. 딸은 자폐, 언어발달장애,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3개월 때 엄마는 직장을 다녀야 해서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 시댁은 외풍이 심한 집이었다. 아이가 감기로 열이 나서 병원에 갔다가 뇌척수 검사 시 의료사고가 있었다.

100일 전에 보행기를 타던 아이가 시술 직후 축 늘어져 있었다.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없었다. 너무 어린아이가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돌이 되어서도 고개를 제대로 못 가누어 쇼파에 기대어 세운 뒤, 겨우 돌 사진을 촬영했다. 아이 발달은 모든 게 늦었다.

만 2세 때 동생을 출산하기 위해 휴직하고 아이와 함께 지내다 또다시 복직을 하게 되었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었고 시어머니는 자신이 힘드니 아이 모르게 가라고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면서 아이가 갑자기 말문을 닫았다. 모든 요구를 손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당시 엄마는 큰며느리이다 보니 직장을 다니면서 아들도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있었다. 자폐증세임을 알게 된 엄마는 아이 상태의 심각성을 가족들에게 알렸지만 조금 늦은 거라며 반응이 없었다.

엄마는 아들도 낳고 딸아이도 돌본다는 마음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의 말문을 열기 위해 언어치료를 병행했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만 한 달에 100만 원이 넘었다. 엄마는 딸아이를 돌보는 동안 동생도 함께 돌봐야 했고, 아들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유산이 계속되면서 산후 우울증도 겪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딸아이는 여전히 대답은 하지 않았다. 엄마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어느 순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 엄마는 말문을 열기 위해서만 노력했던 방법을 바꿔서 아이에게 글을 알려줬다.

아이는 얼마 되지 않아 동화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글을 쓰고 읽는 것을 보니 언젠가는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충분한 경험을 주려고 여행도 다니고 일부러 에티켓을 배우게 하려고 레스토랑, 수영장, 볼링장도 데리고 다닌다.

엄마는 딸아이가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글로 표현하다 보면 상처받은 마음도 조금 풀리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는 요구도 많다. 함께 있을 때는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엄마도 일해야 하니 혼자 있는 일이 생기면 문제가 시작된다.

딸아이는 이전에 자신이 있던 곳에 전화하기 시작한다. 엄마 몰래 하려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한다. 왜 전화했냐고 전화를 못 하게 하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전화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전화를 한다.

나중에 왜 전화했냐고 물었더니 딸아이는 자기에게 잘해줬던 사람이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엄마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오랜 시간을 함께 있었으니 잘해준 사람도 있고 잘못한 사람도 있었겠지? 란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짠한 마음에 속상했던 마음이 풀어진다.

엄마는 힘들지만, 희망을 품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딸 아이는 보여준다. 다독여주고 참으면서 사랑해 주는 것만이 그 희망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임을 안다. 같이 지냈던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서른세 살의 딸과 그런 딸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엄마를 마음속 깊이 응원한다. 엄마와 딸이 지치지 않기를 바라며,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진정한 복지사회도 기대한다.

*이 글은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최순자 원장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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