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은 가을을 맞이하고 높디높은 푸른 하늘 아래 살랑살랑 상큼한 가을바람이 우리들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무어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이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가을 느낌에 강원도 봉평만큼 잘 어우러지는 곳이 없을 듯하다. 그 향기에 이끌려 봉평의 메밀꽃 축제를 다녀왔다.
강원도 산골의 어느 읍내가 다 마찬가지이겠지마는 봉평은 아늑하고 정겨워 우리들의 고향 같다. 그렇지만 이곳은 거산 이효석의 고향으로 우리 나라 단편소설의 백미 ‘메밀꽃필무렵’의 배경이 된 곳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유명세를 타고 일명 ‘뜨게’ 되면 사라지고 마는 그 지역의 소박함이 늘 아쉽게 느껴지지만 이곳에 와서 느끼는 왠지 모를 쓸쓸하고 애잔한 기운은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어색하게 꾸미지 않았고, 강원도 산골짜기 작은 마을 그대로의 소박한 정취를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도 이효석의 문학에서 볼 수 있는 잔잔하고 애달픈 서정성과 문학적인 체취가 곳곳에 묻어있기 때문이리라.
봉평읍내 중간쯤에 봉평중·고등학교 쪽으로 우회하고 다리를 건너면 우측으로는 허생원과 서서방네 처녀가 마주쳤던 물방앗간이 있고 좌편으로는 산허리가 온통 메밀꽃 천지다. 소설의 이미지에 맞게 모두 메밀꽃으로 심어 놓았는데 제주도의 유채 밭의 화려함과는 대조를 이루고 하늘하늘 수수하고 소박한 몸짓들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가산은 그의 소설에서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표현으로 그 이미지를 형상화시켰고 허생원과 서서방네 처녀가 물방앗간에서 사랑을 나누는 이유도 ‘달빛’ 때문이라고 굳이 밝히는 이유는 메밀꽃을 배경 삼은 달은 그 빛이 더하여 오묘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1Km, 남짓 가면 오른쪽으로 ‘이효석생가터’가 위치하고 있다.
사실 메밀꽃은 옛강원도의 빈곤한 삶의 상징이며 이러한 우리 민족의 限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형상화하였기 때문에 가산의 문학세계가 오늘날 이토록 인정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봉평의 곳곳에 새겨져 있는 가산의 글귀를 읊조린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 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메밀꽃 밭을 둘러보며 푸른 하늘 꽃구름아래 애잔한 꽃들의 움직임을 눈에 익히니 마음속의 감정들이 순화됨을 느낀다. 잔잔한 가을의 서정을 내 마음에 깊이 새겨보니. 메밀꽃밭의 아련한 정취는 가을의 향기같이 애잔하고 돌아오는 내 발걸음도 나귀처럼 시원스럽다.
1. 메밀꽃으로 가로수를 단장한 고속도로를 잠깐 달리다 영동고속도로 둔내I.C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진입하여 굽이굽이 태기산을 넘는다. 태기산을 넘으며 9Km정도 직진하면서 왼쪽으로 무이리안내판이 나오고 이를 휘 돌면 봉평읍내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2. 호법 혹은 신갈IC에서 영동고속도로 진입 후 원주, 새말을 지나 장평IC 에서 나와 봉평방향 6번국도 8KM지점에 위치한다
☻봉평내에서의 여행은 걷는 코스가 많이 없고 있더라도 험하지 않은 평지길이니 노약자가 쉽게 감상할 수가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