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별한 여행을 떠나자.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蒲谷面) 가실리(稼室里)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국내최대 규모의 사설 미술관으로서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삼성그룹 전(前)회장 호암 이병철(李秉喆)이 수십 년간 수집한 미술품들을 1978년 삼성미술문화재단에 기증함으로써 형성되었던 개인 기업소장의 박물관이다. 수려한 숲속에 함박꽃 처럼 자리잡고 있었던 건물은 한옥의 단아한 모습을 머리에 이고 위풍당당한 다보탑을 옆에 끼고 있었다.
그 유명세에 대한 기대감때문 이었을까? 한국 건축의 전통미를 살린 이 미술관의 외장은 처음에 기대한 바와는 다르게 외소한 듯 보였다. 그러나 내부시설의 견고함,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를 둘러보면서 나의 경솔한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이곳은 미술품의 영구보존을 위해 온습도 자동조절시설, 퇴색방지용 자외선 차단 조명시설, 전자 자동경보시설 등 세계적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하니 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배려가 한나라의 문화재관리수준보다 낫다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1층 전시실은 기획전시실로 불교 미술과 17∼20세기의 한국민화를 대표하는 걸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 전시실에는 서화실과 도자기실이 있어 고서화 및 도자기류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4전시실에는 가야유물을 전시하여 가야시대의 문화유산을 선보이고 있다. 그 밖에 학술연구실·도서실·세미나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호암미술관의 또 하나의 자랑은 희원(熙園)이다. 다시 말하자면 희원안에 호암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닌데 미술관을 아늑하게 싸고 도는 희원은 한국식 정원으로 약 3만여㎡에 달한다. 아름다운 정원에는 야외 조각전시장이 마련되어 국내외의 저명한 조각작품 9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프랑스의 거장 부르델의 대형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테마별로 곱게 꾸며져 있는 정원은 그리 화려하지도 않지만 매우 자연적인 한국정원의 품격을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으로 꾸며 놓았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지라 가족이, 연인이 함께 거닌다면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에 아낌이 없으리라.
호암미술관과 희원을 돌아보며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노약자를 위한 섬세한 배려들이다. 그것이 단순이 이동권을 위한 작은 배려들이지만 당사자들에겐 아주 요긴하게 박물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들이라 나는 많은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이곳을 추천하고 싶었다.
수도권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주말을 이용한 가족 나들이로 용이한 곳 뿐 아니라 주변의 에버랜드 민속촌 등의 오락시설과 함께 동반여행이 가능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주말에도 개장하지만 월요일에는 휴관하며 장애인은 입장료 50% 할인을 해주며 장애인 동반 자원봉사자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