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리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청산항. ⓒ정재은

청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푸른 4월을 맞아 남도저편의 청산도로 떠났다. 이제는 다리로 이어져 섬이 아닌 섬 완도에서 하루를 묵고 새벽녘부터 서둘러 완도항으로 향했다 청산도로 가려는 사람들로 외딴 남도의 아침은 술렁이고 있었다.

하늘도 바다도 산도 푸른 청산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정재은

카페리호는 여행과 자동차들을 가득 싣고서 20km 남짓 떨어져 있는 청초한 섬에 40여분을 달린다. 나는 아랫목이 있는듯 따뜻한 대합실에 누워가는 재미를 잠시 느끼며 푸른 섬 청산도에 도착한다.

청산도 전경. ⓒ정재은

하늘을 닮은 바다에 푸른 보리, 그리고 노란 유채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섬은 아담하면서도 고왔다. 특히 선착장에 내려서 시작되는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마을 어귀로 접어들면 느껴지는 시골 섬의 정겨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늘과 바다와 보리가 푸르구나. ⓒ정재은

사실 청산도는 서편제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었고 아직도 나의 뇌리 속 에서는 보리밭사이의 돌담길에서 흥겹게 진도아리랑을 부르면서 내려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아련하다.

서편제에 이어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청산도의 유난스런 유채꽃 밭인 듯 했다. 유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 세트장은 한 폭의 동화처럼 아기자기 하다.

봄의 왈츠 쵤영지. 유채와 세트장이 동화같은 풍경으로 어울어져 있다. ⓒ정재은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푸른 보리는 바람의 형상을 담고 있다. 바람은 보리를 통해 제 모습을 알린다. 보리는 거센 바닷바람에 출렁거려 보는 이의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저 푸른 청보리 덕에 청산도란 어여뿐 이름이 지어졌는지 모르겠다. 보리의 틈을 찾아 자리 잡고 있었던 유채의 향연은 그야말로 봄빛 가득이다.

봄의 왈츠 세트장. ⓒ정재은

서편제에서 느껴오던 우리네 음악의 깊은 한(恨)은 봄의 왈츠로 가벼워지기는 하였으니 모두 가상의 공간이기는 하나 여인네의 서글푼 한(恨)이나 소녀의 아름다운 첫 사랑이나 모두 이곳 청산도는 거뜬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유채와 보리, 바람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겨울의 흔적이 하나하나 모여 봄의 왈츠, 봄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엇는지 모르겠다.

요즘 같은 화창한 봄날에 청산도의 해안도로와 섬 마을의 돌담길을 슬로우 스텝으로 걸으며 봄을 만끽하는 것은 봄을 즐기는 가장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아직도 내 가슴속엔 바람이 청보리와 함께 살랑인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에 재직 중이다. 틈틈이 다녀오는 여행을 통해 공단 월간지인 장애인과 일터에 ‘함께 떠나는 여행’ 코너를 7년여 동안 연재해 왔다. 여행은 그 자체를 즐기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심리활동이다. 여행을 통해서 아름답고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기쁨을 갖는다. 특히 자연은 심미적(審美的) 효과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 주는 심미적(心美的) 혜택을 주고 있다. 덕분에 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장애라는 것을 잠시 접고 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자연의 많은 혜택과 우리네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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