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좌측),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 목표8인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관련 그림(우측). ⓒWikimedia Commons

21세기를 맞아 UN에서는 절대빈곤과 기아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남녀평등 및 여성권익 향상, 기타 각종 질병 퇴치 등의 8개 목표와 21개 세부목표를 제시,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새천년 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 MDGs)를 발표했다.

빠르게 빈곤 제거 성과를 달성하고, 국제 사회에 개발문제 이슈화 등에 성공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구조적 빈곤 문제를 간과하고, 정부 중심으로 개발목표에 참여하다 보니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부족했고, 가부장적 정치문화 관행에 대한 이해 없이 목표를 추진했기에 여성차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맹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후 이 목표는 15년 후에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로 바뀐다. 이전 MDGs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단어로 포괄된 다양한 항목들이 세부적으로 제시되는 등 17개 목표와 167개 세부목표로 나와, 목표가 전과 비교해 세분화됐다.

또한, 민간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있고, 개도국만이 아닌 선진국도 대상 되는 목표이다. 그리고 시급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겉의 문제점을 빨리 개선하고자 했던 성격의 기존 MDGs에서 사회경제적 변화를 촉구하며 근본적 해결의 의지를 담은 목표로 진화했다.

이런 SDGs 가운데, 장애인 근로와 고용 분야와 관련된 목표는 통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을 다룬 목표4가 있겠다. 또한, 지속적・통합적・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과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증진이란 목표 8, 국내 및 국가 간 불평등 감소라는 목표 10 등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목표들이 장애인 근로‧고용과 관련해 겪고 있는 차별로 인해 멀어져 가고 있음을 장애인권리협약 27조 일반논평 초안 논의를 들으며 느끼게 되었다.

정신건강 유럽(Mental Health Europe)에서 발표하는 모습. ⓒUNWebtv 캡처

먼저 정신건강 유럽(Mental Health Europe)에서는 정신장애인이 일에 적합하지 않을 거란 오해와 편견들이 일터에 만연하고, 이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지 못해 합리적인 편의 제공마저 요구할 수 없어 일할 권리에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을 남겼다.이와 관련해 서면의견서에는 이런 장벽을 해결할 프로그램, 정신장애인이 노동시장 취업을 유지하는 정책과 같은 조치를 일반논평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차별적 편견과 관례로 인해 정신장애인이 근로‧고용에서 차별받는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는 목표 10의 세부목표 가운데 차별적인 법령과 정책, 관례들을 철폐하라는 내용과 상당히 연관 있다.

우리나라도 정신장애인이 위험하고 일에 적합지 않을 것이란 편견이 만연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정신장애와 관련한 결격조항은 약 120여 개나 된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가 있으면 의료인이나 변호사 등이 될 수 없다.

장애가 있어도 사람 잘 치료하고, 변호할 능력만 충분하다면 의사, 변호사로 직업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차별적인 법령은 정신장애인의 꿈을 산산조각내고 있다. 사회가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벼랑 끝으로 내몰며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막고 있는 거다. 성년후견을 받는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의 경우는 국가/지방공무원으로 일할 권리를 박탈당하기에 그런 정책은 차별적이다.

그래서 성년후견 대신 의사결정조력제도로 대체해 공공분야를 원하는 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정신장애를 차별하는 법령과 관례를 철폐해 변호사, 의사 등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평등과 비차별 권리를 실현하는 게 정신적 장애인에겐 근로‧고용의 기회를 평등하게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

3년 전, 정신장애인 권익옹호 단체 관계자들이 한국사회복지사협회를 향해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 결격사유 폐지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러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익을 옹호하는 국제단체인 인클루전 인터내셔널(Inclusion International)의 마크 마펨바 부회장은 임금이 낮고 통합교육, 통합직업교육 등 교육 접근성 미비로 고용주들이 요구하는 자격증과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관련해, 서면의견서에는 어디서든 지적장애인 개인의 필요에 따른 통합직업교육 기회에 접근해 지적장애인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통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을 다룬 목표4의 여러 세부목표 가운데 장애인 포함한 취약계층이 모든 수준의 교육과 직업훈련에 평등하게 접근토록 보장한다는 내용과 관련 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라 본다.

통합교육과 통합직업교육의 경우 장애학생에게 합리적 편의를 제공하게 되면서, 직업능력 및 직업에 대한 자신감 향상은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평등 증진으로, 장애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을 높여주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강력하게 권장하는 통합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체계가 보장되지 않고 미비한 상태에 있으며, 통합직업교육,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도 제한돼, 실제로 고용주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졸업장과 자격증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특수교육 및 특수직업교육정책을 시행했고, 이를 통해 장애인들은 단순 업무를 배우게 돼 저임금 일자리로 갈 가능성을 높인다. 더군다나 통합교육 효과성 연구가 국가 차원에서 없는 등 정부의 통합교육 의지는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를 상대로 장애인이 통합교육, 통합직업교육, 고등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양질의 일자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설명‧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특수교육과 특수직업교육예산을 통합교육, 고등교육 및 직업교육에 대한 예산으로 재분배해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통합고용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경제적 통합 방향으로 가는 등,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한 기초를 쌓아야 한다고 본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아멜리아 가미오 리오스 부의장 총평 모습. ⓒUNWebtv 캡처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아말리아 가미오 리오스(멕시코 출신) 부의장에게서는 전 세계 장애여성이 일터에서 폭력 등 여러 유형의 인권침해에 직면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현실 때문에 스페인의 비영리 단체인 세르미 재단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터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본다. 그래야만 비장애인과 동등한 차원에서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이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이는 SDGs의 목표5인 성평등 달성과 모든 여성 및 여아의 권익 신장 가운데, 공적 및 사적인 영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없앤다는 것과 관련 있다고 본다.

이외에도 장애인 노동착취를 언급한 대한민국 사례와 최저임금 적용제외로 인해 정신적 장애인이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 임금 원칙을 달성하지 못했음을 암시한 인클루전 아일랜드의 사례 등이 있었다.

노동착취와 관련해서는 목표 8중 강제노동, 인신매매 등을 근절하라는 내용의 세부목표와 관련 있고, 동일가치 동일 임금 원칙도 역시 목표 8에서 나온 세부목표의 내용 중 하나이다. 이런 사례들은 이전 칼럼들에서 언급했으니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

통합적 교육 보장,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적인 법령과 관례 철폐,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일터 폭력 포함일터에서의 장애여성 대상 폭력 포함) 근절,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 임금 원칙,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금지 등. 이런 것들은 지속 가능 발전목표(SDGs)에서의 목표와 세부목표들이다. 그런데 이런 목표들과 거리가 먼 장애인 근로‧고용 차별은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에 걸림돌이 되는 거다.

장애인 근로‧고용 차별을 철폐할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함께 일하고 어울릴 것이다. 그래야 지역사회에서 불평등을 감소시키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및 발전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 세계 시민단체와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계는 장애인권리협약 근로‧고용 일반논평을 논의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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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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