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 ⓒ조현대

점자투표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시행 당시 공론화되었다. 하지만 당시 시각장애인들은 점자투표에 부정적이었다. 개표 시 시각장애인들이 가진 정치 성향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 후 보조 용구가 시각장애인의 투표를 도왔다.

필자 역시 보조 용구를 활용해 여러 차례 선거에 임했다. 투표용지 기표란의 가로 길이는 1.5cm, 세로 길이는 1cm다.

그런데 후보자가 많아지면 칸과 칸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정확한 곳에 기표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선거 때마다 후보자와 정당의 수가 달라 투표용지의 길이는 매번 제각각이다. 거소 투표의 경우 인주가 제공되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렇듯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원활하게 행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이 올바른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공론화되지 않았다. 공론화되었더라도 그다지 실효성 있는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재 시각장애인은 보조 용구를 활용하여 투표한다. 그러나 보조 용구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다. 투표 시 보조 용구를 활용하면 시각장애인 본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확인할 수 없다. 몇 번에 도장을 찍었는지 직접 봐야 하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15번에 투표한 경우, 빨간 도장이 15번에 찍힌 것을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볼 수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은 지인이나 활동 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정치 성향을 타인에게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인은 비밀선거의 취지를 되살릴 수 없는 것이다. 현행 투표 방식은 이와 같은 점이 부족하다.

그러나 점자투표 방식은 다르다. 점자투표는 시각장애인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본인이 기표한 후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시로 점자투표는 15번을 점자로 찍은 다음 손가락으로 만져 보면 명확하게 15번에 기표한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점자투표의 도입은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 선거의 핵심인 비밀선거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한편 점자투표의 도입 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첫 번째로 비밀선거의 원칙에 따라 개표 시 엄격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전국의 점자투표지를 따로 모아 집계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전국의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10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10만 명의 투표용지를 한곳에 모아 개표한다면 시각장애인의 정치 성향이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이는 전국의 개표소에서 개표 직전 점자투표용지의 기표 결과를 일반투표용지에 옮긴 다음, 다른 일반투표용지와 함께 개표하면 말끔히 해결될 일이다.

빠른 시일 내에 시각장애인이 활동 지원사나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 투표할 수 있는 방안이 생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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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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