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회 때 퀴어차별 발언을 한 안철수 후보와 이에 대해 반박하는 금태섭 후보의 모습. ⓒ금태섭 TV영상캡처

1개월 전, 무소속 금태섭 후보와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나온 당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퀴어 축제를 도심에서 해서는 안 되며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퀴어축제 조직위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는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개인의 정체성을 이룬다. 이것을 존중할 때 개인의 존엄성도 지켜질 수 있다. 그러기에 퀴어들 입장에서 안철수 후보의 발언은 자신들의 정체성, 심지어는 존엄성마저 부정당하기에 차별이자 혐오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달 PD연합회‧한국기자협회 등이 공동주최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당시 안 후보는 퀴어축제를 도심에서 해선 안 된다는 발언이 차별‧혐오의 시선이 담겨 있다는 질문을 받고, 축제가 열리는 걸 반대한다면서도 “특화된 곳을 만들어 거기서 즐기면 그곳은 명소가 되고 외국에서도 찾아올 것”이라 말하며 ‘퀴어특구’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소수자 차별은 절대로 반대하고 집회의 자유도 존중한다 했지만, 과도한 노출과 성행위 등을 아이들이 의도치 않게 보기에 도심 집회는 반대하고 퀴어특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면서도 소수자 차별은 반대한다는 것은 퀴어들 입장에서는 앞뒤가 전혀 안 맞는 말이다.

그리고 퀴어특구를 만든다는 건 퀴어 등의 성 소수자들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들을 분리하겠다는 것이 안 후보의 진짜 의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소수자 차별을 반대한다고 했지만, 차별이 맞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게 만든다.

차별·혐오와는 반대 의미를 가진 동등한 권리(좌측) , 회원이나 참가자들을 성, 인종, 계층, 성, 장애 등에 의거해 추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나 방침을 나타내는 단어인 Inclusivity(우측). ⓒPixabay

이런 사회 맥락이기에 트랜스여성으로 군 복무를 하겠다고 했지만, 강제전역을 받았던 변희수 하사와 성소수자 활동가 김기홍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이런 게 장애인에게는 남 일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장애를 다양성이 아닌 고쳐야 하는 것, 치료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식으로 대개는 장애인이 장애 정체성을 사회에 의해 부정당하는 게 현실이다. 퀴어 등의 성 소수자들이 성적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특히 자폐인,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폭력적이라 시설이나 정신병원에 가두어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직도 팽배하다. 실제로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돼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정신장애인이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게 퀴어특구에 담긴 ‘사회로부터의 분리’라는 차별의 본질과 뭐가 다른가?

게다가 국회, 지방의회 등의 정치권이 장애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기까지 하다. 이건 국민의 힘 김은혜 의원의 ‘꿀 먹은 벙어리’라는 청각장애인 비하 발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더군다나 국회 본회의 때 최혜영 의원의 발언이 끝난 후 의원들의 의석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던 걸 보면 차별‧혐오가 나올 토양이 만들어지는 곳이 정치권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좌측), 발언 직후 장애인식 부족한 국회를 보여주는 듯 국회 회의장 자리가 많이 빈 모습(우측). ⓒ국회방송NATV캡처

이런 현실이니 지금은 오세훈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내준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 입에서 자폐인, 정신장애인 등의 장애인을 분리해 장애인 특구를 만들자는 말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다른 정치인들 입을 통해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이런 거는 여야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이런 맥락이기에, 성 소수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가 강화되어야 하고, 성적지향, 성적 정체성,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악의적인 차별을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실효성 증진 위한 보다 섬세한 논의가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와 장애계의 모니터링, 국가의 강력한 재재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와 성적지향 등을 다양성으로 보고, 사회적 소수자 차별‧혐오가 범죄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에 뿌리박게 하는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 하더라도, 차별과 혐오는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지금도 사회적 소수자 혐오‧비하 발언은 정치권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분노하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정치인들이 비하발언을 계속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좋지 못한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정도라 이제는 어떤 정치인이 차별과 혐오 발언을 할지 오히려 더 궁금해질 정도니 참 슬프다. 식상하고도 역겨운 레파토리란 느낌마저 든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간다운 삶과 평등을 위해 이제는 이런 저질 레파토리쯤은 중단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질문으로 오늘도 하루를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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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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