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서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구 정신보건법)과 ‘국가유공자 등 예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적용을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는 시기부터 정신장애인의 복지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장애계의 주요 이슈가 되어왔다.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중복 서비스 수급을 우려한 것인데,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과 중복되는 것이 없는데, 왜 제한을 두고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먼저 제한을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장애인복지법에서 제한은 무조건이 아니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한하여 제한하고 있으며, 제한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통령령인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13조에서는 장애인복지법 34조의 재활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유공자의 경우는 중복 서비스를 피하기 위하여 더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34조의 내용인 주거편의, 상담, 치료, 훈련이다.

장애인연금이나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 요금 감면제도 등은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왜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것일까? 치료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다루고 있으니 그 서비스가 더 전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주거와 상담, 재활, 훈련, 취업서비스 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먼저 장애인의 정의에서부터 기인한다. 장애의 정의는 고착되고 장기간에 걸친 것을 말한다. 그리고 완치가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정신장애인이 아닌 다른 장애인의 치료는 장애를 경감하기 위한 의료적 처치이지 장애의 완치가 아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의 판정 기준을 보면, 정신적 병리현상으로 인하여 생활능력이 저하된 자로 입원 등 집중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약물치료는 필요한 경우이다. 즉 정신장애인의 경우는 고착이 된 것인지를 알기 위해 발병 후 1년이 경과한 후에 판정을 하며, 완치가 되어 장애인에서 벗어날 수 있어 2년마다 재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정신장애는 의학적 범주로서 치료의 대상이다. 다른 장애의 경우는 의학적 권한 내에 있기는 하지만, 보조기를 사용하는 등 복지 서비스 영역이 넓으며, 사회적 제약을 해결하고자 하는 영역이 크다.

물론 정신장애인도 사회적 제약이 있다. 하지만 신체적 장애인처럼 평생 장애가 고착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발달장애인처럼 능력이 저하된 상태로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모든 원인이 정신병리 현상으로 치료되면 장애인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추가적 복지 서비스의 욕구를 무시한 것이다.

물론 정신장애인은 정신적 손상이 거의 평생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장애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판정은 보다 의학적 영역으로 묶어 치료가 되었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영역으로 되어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시설의 입원치료 절차를 주로 다루고 있고, 의료시설, 요양시설, 건강증진사업시설, 복지센터, 트라우마센터, 통합지원센터 등 다양한 복지시설이 나오는데, 장애인의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시설의 정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시설들을 나열하고 있다. 즉 정신장애인을 사업의 대상으로 잡고 있어서 자신들의 고유사업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전문요원을 양성하는 것을 보면, 전문지식과 수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재활상담사나 복지사가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 별도의 전문요원의 업무라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은 전문분야가 정해져 있어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없으면 다룰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복지법상 국가유공자는 수급의 중복성을 우려하여 제한을 두었다고 할 수 있으나, 정신장애인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의학적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어 제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동료상담의 경우 정신장애인의 동료상담은 그 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장애가 더 심해질 수도 있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의 취지인 것이다.

그럼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장애인복지법에서 제한을 걷어내는 것을 찬성한다. 그리고 강력히 지지한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미국처럼 장애가 앞으로 생길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과거 장애를 가진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장애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규정이 없어 필요한 서비스를 미리 받거나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고 장애인을 어려움 속에 버려두는 것이 현행법이다.

그렇게 되면 정신장애가 어느 정도 치료되어 퇴원 후 필요한 복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치료 중이면 환자이고, 치료가 되고 나면 이미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단순히 치료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치료 과정 또는 치료 후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 단위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복지 서비스를 다른 유형의 장애인과 같이 상담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정신건강학을 비롯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인력이 장애인복지관 등 복지 서비스 현장에 배치되어야 한다. 현재는 복지전문가나 재활전문가에 정신장애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양성과정에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외에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있다고 하여 중복 서비스라고 하여 장애인복지법에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듯이, 정신장애인을 위한 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복지법에서 제한을 푸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다. 단지 전문가 배치는 필요하다. 아니면 직업훈련이나 상담 등에서 정신건강전문가와 복지사가 상호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도 정신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구축하도록 시설 중심의 의료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현재의 정신장애인이 된 후 많은 고통 속에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에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고 시각장애복지관에서 지체장애인 재활상담을 하지는 않듯이 제한을 삭제한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이미 구축되어 있는 직업재활 서비스를 정신장애인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정신장애인을 영원히 시설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교육, 복지, 의료가 상호 네트워크로 연결하듯이 정신건강 전문가와 복지사가 상호 협력하는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을 정신질환자라고 표현하는 한은 의료적 모델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중복 때문에 정신장애인 서비스를 장애인복지법에서 제한하고 있다는 잘못된 시각은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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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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