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에서는 2021년도 노인, 장애인 보조기기 연구개발사업 지원 신규과제를 공고했다.

국립재활원에서는 한국장애인개발원에 용역해 보조기기 전문가들로 하여금 우선과제를 선정하도록 했다. 필요성과 시급성, 파급효과 등을 기준으로 어떤 보조기기를 개발해야 할지를 정한 것이다.

보조기기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기능을 다양하게 구현하기를 요구하는 바가 크고, 이런저런 기능을 다 넣고 싶은 욕심이 앞서다 보니 실제로 이 과제를 통해 보조기기를 개발해야 하는 업체 또는 연구기관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과제를 보면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요구해 사실은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야만 한다.

공고에 의하면, 첫 번째 과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단말기 개발이다. 현재 국내에 점자단말기가 개발되어 있으나, 가격이 고가이니 부품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 가격을 낮추려고 하는 의도가 들어 있다. 점자를 돌출시키는 솔로네이드를 국산화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단말기는 워드 프로세서 기능과 인터넷, 음악 듣기 등 현재의 제품의 성능을 능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매우 낮출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점자 출력을 한 줄만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픽으로 여러 줄을 표현하여 그림이나 도식, 도표를 구현하는 기기를 개발해야 한다. 이 기기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그래픽에 대한 교육을 할 수도 있고, 수학이나 과학, 지리 등의 입체 개념이나 그림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기로도 사용할 수 있고, 키오스크를 구현하여 그래픽으로 물품구매나 교통 정보 등의 각종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로는 AAC(대체 의사소통기기)를 개발하는 과제이다. 환경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각기 필요한 다른 언어를 쉽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교통정보 교환이나 홈스마트 등 인간 간의 소통만이 아니라 정보통신 기기와의 소통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로는 청각장애인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청각보조 장치를 개발하는 과제이다. 이미 아이 울음감지기나 강우감지기 등의 제품은 시중에 나와 있으나 실제로 청각장애인에게 잘 보급되고 있지는 못하다. 이러한 음성이나 음향 인식 장치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보청 기능도 저렴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개발 제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음성인식이나 수화인식을 통해 자동 통역도 가능해야 한다.

네 번째 과제는 장애 아동이나 장애여성을 위한 보조기기 개발로 그 동안 개발 우선순위에서 아동과 장애 여성의 보조기기가 등한시된 것을 고려한 과제이다. 자세유지나 육아, 가사일 등 여성의 일들을 돕는 기기는 여성에게 더 혜택이 가겠으나, 오늘날 가사나 육아가 여성만의 일은 아니어서 이 또한 모든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가 될 것이다. 아동용 보조기기는 제안자에 따라 보행기기가 될 수도 있고, 학습기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그러한 개발 제안을 몇 건 이상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들은 HTDREAM(보건산업진흥원 연구 사이트) 사이트에 먼저 연구자 회원 등록을 하고, 연구기관도 등록을 하여야 하며, 제안서를 온라인 전산 입력을 하여야 한다. 사업공고는 2월 15일까지이다.

이번 과제들은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장애인에게 보급할 수 있어야 하며, 장애인 당사자들로 실증팀을 구성,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여 개발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연구 기간은 최대 3년이며, 첫해에는 3억 원 이내, 다음해부터는 4억 원 이내에서 연구 개발비가 지원된다. 4개 과제이므로 과제당 11억 원으로 보면 44억 원이 된다. 외부 수탁 연구과제만이 아니라 내부 연구 과제를 포함하고 몇 년간 장기적인 연구비를 확보한 점을 감안하면 국립재활원의 노인, 장애인 보조기기 개발 연구과제는 총 276여 억 원이 된다.

장애인을 위한 기술의 원천 기술을 국산화하고,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보급을 확대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국립재활원의 노력은 이제 상당히 가시화되어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자 하고 있으며, 국내 연구개발 업체들의 영세성과 잠재적 시장의 시장성을 높여 보조기기 보급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보조기기 보급을 통해 실현하고, 보조기기 산업을 육성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의도도 들어 있다.

먼저 장애인단체들은 이러한 개발에 적극 참여하여 장애 유형에 적절한 제품이 저렴하게 개발되어 보급될 수 있도록 실증과정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의 편리성이 충분히 고려된 제품이 나오도록 해야 하며, 매뉴얼이나 교육 자료가 장애인 입장에서 개발되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이런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개발에 반영하고, 연구비를 받은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장애인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개발 과정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함은 물론, 개발된 제품을 미리 사용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고, 버그나 불편 사항이 개선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개발된 제품이 충분히 장애인의 부담 없이 공급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도록 장애인 당사자들이 정부에 보급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여야 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물품 중 일부는 건강보험에서 지원되기도 하고, 주민센터를 통해 저소득 가정에 무상 지원되기도 하며, 근로자에게 한국장애인공단에서 지원되기도 하고, 정보통신기기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을 통해 보급되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보급이 되고 있음에도 필요한 보조기기를 마련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많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보급 기간에 반짝 하다가 평소 판매 실적은 전혀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누구는 무상지원을 받았는데, 누구는 현금으로 구매하려고 하니 억울하여 정부 지원이 오히려 구매력을 낮추어 시장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안정적이고 누구나 필요한 경우 보급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조기기에 대한 정보가 실제 장애인 개인들에게 충분히 제공되고, 평가를 통해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품을 접할 기회와 사용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보조기기의 연구개발의 지원 확대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이러한 희망이 실제로 열매를 달게 먹을 수 있도록 장애인단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번 과제는 감수성을 고려한 연구이므로 기대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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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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