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 츨연진들. ⓒKBS드라마캡처

작년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는 KBS2 주말드라마가 감동도 있고 재미있어서 그런지 후속 드라마도 재미있겠지 하면서 보고 있는 드라마가 지금 방영하고 있는 ‘오! 삼광빌라!’이다. 이 드라마는 서로 타인이었던 사람들이 삼광빌라 사장인 이순정(전인화 분)의 집밥에 눌러앉아 마음을 열고 함께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신개념 왁자지껄 드라마라 하지만, 사실 그 느낌은 별로 못 받는다. 출생의 비밀, 악역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구조 등 과거 일일연속극에 나오던 레파토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간혹 장준하(동하 분)와 이해든(보나 분)간의 러브스토리, 우정후(정보석 분)와 우재희(이장우 분)간의 일부 스토리에서 시트콤 느낌이 나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이야기가 좀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요즘엔 우정후 관련 스토리에 눈길이 간다. 가부장적인 게 싫긴 하지만 약간의 코믹도 있어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라 그렇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나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중견기업 회장님이 되었지만, 직원들, 간부들에게 깐깐히 대했고, 아내 정민재(진경 분)와 아들 우재희에겐 극강의 스트레스 유발로 집 안 갈등을 부추겼다.

그런 우정후였기에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출했고, 아내는 어느 날 마카롱을 먹다 남편에게 들켜 제대로 마카롱을 삼키지 못한 채 응급실에 실려간 것을 계기로 이혼을 결심하고 결국 이혼하기에 이른다. 충격에 빠진 우정후는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전거 타고 고향 같은 곳에 휴가를 가던 도중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당시 이순정이 사고를 목격한 관계로 병원에 같이 있었는데 우정후는 그곳에서 자신을 제임스라 부르게 된다. 이후, 그는 과거 사채로 고생했던 악몽이 떠올라 병원을 뛰쳐나왔지만 어디로 갈지를 몰랐고, 이순정은 그의 처지가 딱해 보여 그를 도와주기로 하고, 김확세(인교진 분)을 불러 같이 삼광빌라에 그를 데리고 온다.

그때는 우재희가 삼광빌라에서 하숙하던 때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임스(우정후)가 우재희 방 주변을 청소하던 도중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 방으로 들어가 옷장에 숨었다. 우재희는 이를 눈치채고 옷장을 열었는데 자신의 아버지가 거기 숨어있던 걸 보고는 상당히 놀랐다.

이후 우재희는 제임스(우정후)가 삼광빌라 식구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에겐 혹독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제임스가 건장한 청년을 보며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고는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고, 결국 삼광빌라에서 같이 하숙하게 됐다. 우정후는 삼광빌라 식구들의 따뜻함에 부드러워지며 조금씩 기억을 되찾고 있었다.

우재희(이장우 분, 좌측)가 자신의 방 옷장에 우정후(정보석 분, 우측)가 숨어있음을 알고 놀라는 모습. ⓒKBS드라마캡처

한편 이혼한 전 아내는 고된 시집살이로 인해 이혼 후 조울증에 시달렸지만 우정후가 이순정과 사귀는 모습에 질투하는 꿈을 꾼 후 우재희에게 그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우정후와 같이 있었던 우재희는 아버지의 기억상실을 엄마가 알게 되면 조울증이 더 심해질까봐 아버지가 잘 있고 임원회의로 바쁘다는 거짓말을 문자로 보냈다.

하지만 이 문자에 정민재는 회사나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우재희는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우정후에게 잘 있다고 정민재에게 당당히 얘기할 것을 주문한 후 우정후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주문한 대로 그가 잘 해내자 재희는 안도했다.

며칠 후 우정후 회사에 긴급이사회의가 있었는데, 그 이사회의는 우정후가 필히 있어야만 하는 자리였다. 이를 안 우재희는 기억 잃은 우정후에게 정민재, 정민석, 임원진 등에게 이렇게 얘기하라고 주문했고, 우정후 역시 아들의 말대로 하며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뭔가 수상하다는 걸 느낀 정민재는 삼광빌라에 기습적으로 쳐들어갔고, 마침내 우정후가 기억을 잃은 사실을 알게 됐다. 정민재는 아버지의 기억상실을 알렸어야 한다며 거짓말한 우재희를 다그쳤고, 우정후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

얼마 후 이순정이 가수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듣고 잠깐 노래 부르는 모습을 우정후가 우연히 보게 된다. 순정이 소녀 시절에 고추잠자리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며 머리가 아프더니, 그녀를 보며 ‘순정씨?’했고 이순정은 우정후가 기억이 거의 돌아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때마침 정민재가 삼광빌라에 와있었고, 자신은 이혼했지만, 이혼 후 우정후가 저렇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인 것 같다며 일단 우정후를 데려가 기억을 돌려주겠다고 이순정에게 말했다. 민재는 우정후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는 사채업자들에게 얻어맞았던 과거가 떠올라서인지 삼광빌라를 떠나지 않겠다 했고, 이런 그를 보며 결국엔 눈물이 터졌다.

이에 이순정은 ‘제 말 믿으시죠? 사장님 이름은 우정후 맞아요’ 하면서 우정후에게 정민재와 같이 집에 갈 것을 설득한다. 고민하더니 우정후는 정민재와 같이 가겠다고 하고 삼광빌라를 떠난다. 그는 정민재와 같이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괴한들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것을 보더니 사채업자들에게 쫒기던 과거가 다시 떠오른 나머지 이들을 피하려고 도망가다가 이들과 부딪쳐 길바닥에 쓰러지고 병원으로 실려 간다.

우정후(정보석 분)가 정민재(진경 분)와 함께 삼광빌라를 떠나는 모습. ⓒKBS드라마캡처

이후 그는 병원에서 깨어나더니 아들과 전 아내를 알아보며, 기억을 되찾았다. 그 후 회사에 다시 복귀했지만, 직원들은 짠돌이로 행세했던 그를 반기지 않았다. 여기에 충격을 받았고 게다가 심리상태가 불안해서인지 회사에서 회의 끝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알고 봤더니 삼광빌라로 간 것이었다. 그쪽 사람들의 따뜻함이 그리워서였을까?

우정후는 짠돌이 모습에서 조금씩 바뀌었고, 회사 직원들에게도 사과하며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라고 말했다. 점점 더 마음은 안정되어 갔고 회사에서 근무함과 동시에, 김확세와의 좋은 인연으로 인해 족발집 알바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정후가 자신의 처남인 정민석으로부터 정민재가 조울증 치료받는 날이 오늘이라는 귀띔을 들었다. 그는 알바 일을 마친 후 삼광빌라에 들를 일이 있어 들렀다가 나온 정민재를 보며 자신이 기억을 잃었을 때 우정 차원에서 도와주었으니 그녀의 조울증 치료를 도우러 같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정민재는 우정후의 그런 모습이 낮설어서인지 당신 아픈 거 아니냐고 반응했고, 그는 기껏 생각했더니 싫으면 말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싫은 거는 아니라면서 병원에 그랑 같이 가게 되었다. 이들은 상담사를 만났고, 상담사는 이혼한 후의 감정정리가 중요하다며 둘이 함께 잘 왔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정민재는 우정 출연으로 우정후가 병원에 온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민재의 심리를 좌우하는 것은 전 남편 정후라며, 민재와 정후가 같이 심리상담을 받아볼 것을 상담사는 제안한다. 병원을 나오면서, 정민재는 우정후에게 상담 같이 받을 거냐고 물었고, 그는 워낙 바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둘은 다시 상담을 받으러 왔다.

우정후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지만, 상담사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애착물건을 가지고 왔냐고 묻더니 정민재는 깜찍이 인형을, 우정후는 제임스 시절 때 입었던 옷을 상담사에게 보여주었다. 우정후가 바쁘다는 말을 들은 정민재는 그에게 먼저 하라고 했고 그는 그러겠다고 하면서 상담사와 우정후의 상담은 시작되었다.

우정후와 정민재가 같이 상담을 받는 모습들. ⓒKBS드라마캡처

상담사는 우정후에게 가장 좋았을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았다. 옆방에서 이를 들은 정민재는 돈 많이 벌었을 때, 사채 빚 갚았을 때라고 혼잣말로 빈정거리며 짐작했다. 하지만 우정후는 정민재가 자신의 아들인 우재희를 낳았을 때라고 답했다. 이에 정민재는 혼잣말로 ‘시부모님이 아들 낳았다고 좋아하셨을 거니까’라고 또 빈정댄다.

하지만 답은 예상외였다.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일이 손에 안 잡혔지만, 회사 책임자라 빠져나올 수 없었으며, 아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우정후는 상담사에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분만실에 가보니 아내가 없어서 무서웠지만, 입원실에 갔더니 미역국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에 정말 행복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상담사는 다음 질문으로 가장 후회되는 때는 언제냐고 질문했다. 말하기 힘들면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옆방에서 들은 정민재는 친구 믿고 동업하다 속아서 왕창 날려먹은 거라고 말할 거라며 혼잣말로 우정후에게 다시 빈정댔다.

그런데 또 다시 우정후의 대답은 예상외였다. 정민재와 우재희에게 괴팍한 고집불통에 지독한 짠돌이로 군 게 후회된다고 말이다. 부모님 부양하고 동생들, 친척들 다 챙기고 생활비에 학비까지 챙겼지만, 아내에겐 돈을 안 버니까 돈 귀하게 여기고 수도세 아껴라 했단다. 속으로는 자신도 힘들게 돈 벌면서 부모님 부양하고 동생들 뒷바라지하는 게 싫었지만 해야 했고, 이게 짜증으로 밀려왔단다.

그 짜증을 아내인 정민재와 아들인 우재희에게 쏟아부었고, 이들을 막 대해도 되는 사람들로 여겼단다.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 너무나 잘 알았으니까 그랬지만 그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며 상담사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오열했다.

이렇게 상담사와의 대화를 끝내며 우정후는 전 아내 정민재를 다시 만나며 순대국 같이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약속이 있어서 안 되겠다고 거절했다. 우정후도 족발집 알바 가야지 하면서 오늘 여기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우정후와 상담사와의 대화를 들으면서, 우정후는 사랑할수록 더욱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가족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뒤늦게라도 깨달으면서 솔직한 심정을 오픈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이걸 계기로 우정후와 정민재가 다시 재결합해 부부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라마를 본 사람 입장에서 가져본다.

우정후가 후회하는 모습을 말할 때 옆방에서 정민재(좌측), 상담실에서 우정후(우측)가 각각 눈시울을 붉히려는 모습. ⓒKBS드라마캡처

그런데 우정후의 말을 들으며 약간은 곱씹게 되는 말이 있었다. 우재희와 정민재를 ‘내가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라는 말 말이다.

자폐를 겪는 나로선 말 반복을 줄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말 반복을 걱정하는 부모님이랑 누나들이 내가 거래 같은 걸 할 때 그냥 잘 모르면 묻지 말고 군소리 없이 그냥 ‘네’하라고 곁에서 간혹 말할 때가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가족으로써 걱정하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되기는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은 언짢다. 나를 조금은 막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느끼실 분들도 있을 거고, 생각은 자유니까.

또한, 우리 사회에선 자폐인 일부의 폭력성을 가지고 자폐인은 위험하다며 가까이해선 안 되는 사람이란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최근엔 언론이 자폐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자폐인들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과거보다는 조금 낫긴 하다. 언론에서는 ‘자폐적’이라는 말을 ‘폐쇄적’이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자폐인들은 폐쇄적이지 않다. 세상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표현을 쓸 뿐 절대로 폐쇄적이지 않으며, 세상과 몸짓이든, 언어든 소통하려고, 함께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폭력적인 사람들도 거의 없고 그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자폐인들이 폐쇄적이거나 폭력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자폐인들을 막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폐인들과 진정으로 삶을 공유해보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편견 속에 그렇게 우리를 대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2017년 2월 22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장추련 관계자들, 장애부모들이 자폐성 장애학동 사건 불기소처분 관련 재정신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에이블뉴스 DB

심지어 자폐인의 행동을 훈육한다는 목적에서 자폐인을 두들겨 패는 사회복지 종사자들 등의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자폐인들이 인권침해의 대상으로 전락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역시 막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굴욕감을 지금까지는 삼켜오며 속에서 삭혀왔다.

하지만 이제는 장차법 등으로 인해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차별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자폐인들이 점점 많아져 간다. 자폐인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차별임을 아는 자폐인들도 많아져 간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삭히면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계속 우리를 막 대할 것이다. 인권의식은 높아져 가니 이제는 함부로 우리를 대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자폐인들이 많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할 터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회는 자폐인들로부터 많은 저항을 받을 것이다. 자폐인이기 이전에 우리도 존엄성이 있는 인간이자 권리의 주체니까.

그렇게 되도록 자폐인 자조집단에서는 회원들 간 의견이 다르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자신의 삶과 경험을 나누는 모습이 일상처럼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할 때 그런 모습에 공감하는 자폐인들은 많아지며 서로 간의 연대는 강하게 형성되어 갈 터이다.

여기에 자폐인 차별, 혐오에 대한 국가, 지자체 차원의 강력한 재재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게 할 때 사회는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자폐인들이 사회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나 자신에게도 다짐해본다.

정말로 그렇다. ‘자폐인, 막 대해도 되는 존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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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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