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필자는 어머님을 모시고 쇼핑을 하기 위해 영등포 롯데백화점에 방문했다. 나는 평소에 스마트 TV에 관심이 많아서 삼성 전자 매장을 둘러보았다.

매장 직원은 어머니와 나에게 풀 HD TV의 장점을 알려주었고 스마트 TV는 유튜브를 이용해서 동영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만 가능한 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너무 마음에 드셨는지 350만 원 가량의 TV를 구매하셨다. 집에 와서 TV를 켜보니 어머니께서는 기존의 TV와는 확실히 다르고 선명하게 보인다며 좋아하셨다. 하지만 내가 직접 유튜브를 보기 위해 리모컨을 눌러봤지만 나는 이용할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인 나에게는 음성 지원이 필요한데, 음성 지원이 되지 않아서 스마트 TV지만 나에게는 스마트 TV가 아니었던 것이다.

2019년, 나는 다시 백화점에 방문했고 UHD 65인치 스마트 TV를 구매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스마트 TV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한 시간 남짓 교육받았기 때문에 빅스비 기능이 가능한지만 확인했다.

TV는 일주일 후 집에 배송됐고 기사님이 오셔서 설치도 완료했다. TV 리모컨을 키고, 유튜브를 띄우고, 빅스비 기능을 킨 다음, 음성으로 이것저것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검색하자 신기하게도 드라마, 예능,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가곡, 가요가 잔뜩 검색되었다. 이제 시각장애인인 나도 스마트 TV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유튜브 이외에 웨이브나 왓챠 플레이는 여전히 내가 이용할 수 없다. 빅스비를 통한 음성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운영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삼성 전자의 빅스비 기능을 통해 음성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웨이브나 왓챠 플레이와 같은 국내 플랫폼은 빅스비를 통해 접속은 가능하나 어떤 음성 서비스도 지원되지 않는다.

삼성 전자 측에 문의하면 왓챠 플레이나 웨이브 측의 문제라고 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서비스가 잘 된다고 설명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빅스비 기능을 통해 검색과 음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국내 플랫폼이 개선되어야 한다.

스마트 TV에 '캐논의 아침'을 검색한 결과. ⓒ조현대

예를 들어 '캐논의 아침'을 검색하고 싶다면, 리모컨의 마이크 버튼을 꾹 누르고 '캐논의 아침'이라고 말한다. 그럼 빅스비가 관련 콘텐츠를 검색한다. 방향키를 조작하면 콘텐츠의 목록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검색된 자료를 탐색할 수 있다.

이렇게 음성 지원을 통해 보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TV를 시청하다 보면 지금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한 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시각장애인 음성정보서비스 성음회가 나서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TV 프로그램 안내를 강하게 요구한 일도 있을 정도로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 TV를 통해서 언제든지 현재 시청하는 프로그램과 앞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알 수 있다. 스마트 TV 리모컨의 채널 버튼을 길게 누르면 편성표를 음성으로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직전에 나오는, 프로그램 설명을 기다려야만 했지만 이제는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더하여,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는 때가 있다면 녹화 기능을 이용하여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스마트 TV의 편성표. ⓒ조현대

대기업의 조그마한 배려가 시각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직도 웨이브나 왓챠 플레이 등의 플랫폼들은 스마트 TV를 이용하더라도 시각장애인이라면 활용할 수 없다. 또한 LG전자 역시 스마트 TV를 출시하고는 있지만 음성 지원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진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스마트 TV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LG전자와 왓챠 플레이, 웨이브도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여 기기를 개발하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동일한 정보를 누렸으면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시각장애인이 살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다른 장애 유형보다 진정을 더 많이 하는 유형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스마트 TV나 스마트 냉장고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기업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기업도 장애의 불편이 있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주고 비장애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도록 도와야 한다. 장애인 소비자는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의 장애인도 고려해야 하기에, 음성지원 프로그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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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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