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표지. ⓒ국회입법조사처

지난주에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중증장애인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내용부터 시작해서, 피해장애인 쉼터 확대, 장애인 거주시설 등의 내용까지 다양했다.

필자가 자폐성 장애를 겪다 보니,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쉼터에 관한 내용에 관심이 갔었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면서, 조금은 아쉬움과 걱정이 밀려왔다.

■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 확대에 대해

2015년 11월 21일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법 제33조에 따른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현재 1개의 중앙센터, 17개 지역센터가 운영 중이며, 올해 4월엔 동법 제34조 개정으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등을 추가했다.

하지만 시・도에 설치된 지역센터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10명에 불과해 인력 1명당 책임지는 발달장애인 수가 너무도 많고, 도 단위 지역에 사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역센터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현실이다. 이에 시군구까지 지역센터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서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공공기관 사이트인 알리오를 봤더니 2016년부터 현재까지 그 센터에서 채용되는 직원, 팀장, 센터장 등의 고용 신분을 보면, 기간제 계약직, 단기계약직, 무기계약직 등 비정규직 신분으로 고용이 불안정하다.

직원 대부분은 최저임금부터 시작해 250만 원까지 월급이 높지는 않았고, 근속 년 수는 길어봤자 1년 2~3개월 정도 되었다. 물론 센터장은 직원보다는 월급이 높았지만 2년 임기제 후 평가를 통한 무기계약직 전환 가능이라는 조건이었다.

일각에서는 언제 계약이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고, 위탁단체의 특성상 사업 한 개가 없어지면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는 구조이기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인 것이 맞다고 본다.

이렇게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담당 인력들이 자주 바뀌니, 서비스가 지속적이지 않고 분절적일 뿐만 아니라 질도 낮을 여지가 상당히 높다.

2016년 12월 말, 서울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개소식 전경 ⓒ이원무

또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에는 개인별지원계획 등의 바우처시스템 운영, 장애아양육가족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사업 등이 있다.

주간활동사업의 경우,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윤소하 의원실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63.14%가 활동지원서비스 차감, 제공시간이 충분치 않은 등의 이유로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장애부모들은 돌봄부담 완화를 위해 8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주간활동서비스는 2시간(단축형)~5.5시간(확장형)이다. 따라서 돌봄부담 완화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또한,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운영‧관리하고 있는데, 이 사업의 수급자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인 구 1~3급 장애아동이라 장애아동 가족의 욕구에 따른 사업이 아니다. 더군다나 2018년에는 지적‧자폐성 장애아동 수(47,888명)의 약 7.2%인 3,470명만이 서비스를 받았을 뿐이다.

권익옹호와 관련해서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변호사의 경우, 평균 변호사 연봉의 50% 수준에 그쳐 신규채용이 쉽지 않고, 업무협약을 통해 외부 법률인력을 지원받기도 하나, 사건 초기부터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서 발달장애인 관련 사법절차 지원에 한계를 보인다. 이게 올해에는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려나?

이렇게 사업이 제공자 중심이고, 인력의 고용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낮을 여지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확대해서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이 서비스를 받는다 한들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해 팀장, 팀원, 센터장 등 직원들의 보수, 고용 안정성을 높이도록 하는 등의 직원 처우개선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한 관련예산 증액은 필요하다.

그리고 서비스는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와 의견을 고려해 재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고,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삶의 질도 전보다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고 난 후에야 지역센터의 확대가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자립지원 기능이 추가된 학대피해장애인쉼터 보듬 개소식 때의 관계자들 및 내빈 모습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에이블뉴스 DB

■ 피해장애인 쉼터 확대에 대해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위기발달장애인쉼터는 현재 하나도 없다고 보고서에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이 쉼터의 운영주체가 장애인거주시설이라는 것에 마음에 걸린다. 왜냐면 시설이라는 곳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하는 곳이라 당사자 입장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영주체는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니라 시설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의 단체에서 맡는 것이 맞다고 본다. 발달장애인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며, 쉼터에 머무는 기간도 최대 14일이 아닌 3~4개월 정도가 맞다고 본다.

그리고 피해장애인 쉼터 확대도 좋지만, 여기에는 자립지원기능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학대로 인해 심하게 학대받고 상처받은 심신을 치유하는 것은 물론, 자립을 준비할 목적으로 쉼터에서 머무는 것일 텐데, 자립 준비 기능하는 쉼터가 수원 1곳밖에 없다.

나머지는 단기보호시설 등에서 쉼터를 운영하기에 자립 준비를 도모할 수 없는 실정이며 쉼터에서 퇴소한 후 체계적인 권리옹호 및 자립지원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퇴소자 대부분이 학대가 일어난 원가정이나 시설로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피해장애인 쉼터 확대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자립준비기능이 있는 쉼터, 그리고 쉼터 퇴소 이후의 자립지원 및 권리옹호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한다. 국회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정부는 이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직장 내 장애인식교육도 이메일이나 우편 등의 교육자료 배포만으로도 이수시간을 인정하는 등의 형식적인 진행을 지양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강의기회를 늘리고, 실습 및 대면교육 중심으로 갔으면 좋겠다. 교육내용이 장애인의 권리와 차별금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쨌든 종합하면,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피해장애인 쉼터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이 보고서에서는 조금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들 기관이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환경으로 변화되었으면 하고 여기에 대한 고민을 국회와 정부, 지자체에서 고민했으면 한다.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환경이 되었을 때, 이들 기관의 확대는 서비스의 질은 물론 결국엔 지적‧자폐성 장애를 겪는 이들의 삶의 질 증진으로 가는 실효적 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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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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