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포스터. ⓒKBS드라마 화면 갈무리

필자가 요즘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다. KBS2TV에서 매주 주말마다 방영하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는 드라마다.

송가네 가족 자녀들이 이혼‧파혼을 겪고 부모도 가슴 아파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드는 드라마다.

송영달(천호진 분)이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동생인 송영숙(이정은 분)을 만난 장면이나 드라마의 한 무대인 용주시장에서 상인들 간의 솔직담백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스토리 등은 나로 하여금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여러 장면이 있지만 말이다.

요즘에는 최윤정 가족의 둘째 아들인 윤재석(이상이 분)과 송가네 식구의 막내딸인 송다희(이초희 분)의 사랑 이야기에도 눈길이 가게 된다. 조금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 바란다. 이들의 스토리는 이렇다.

송다희는 파혼한 나머지 죽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어 자신의 짐을 호텔에 놓고 갔고, 이에 윤재석은 그녀의 짐을 건네주러 가다가 술주정할 정도까지 술을 마시는 다희를 발견한다. 재석을 본 다희는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재석에게 술을 권한다. 그런데 술자리를 뜨려 하자, 술값이 없는 걸 알고는 재석에게 돈을 꾸어달라며 다희는 집으로 간다.

이후 회사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아 퇴사를 결심한 다희는 공부하고 싶다고 가족에게 말했고 부모는 고심 끝에 다희의 요구를 승낙한다. 편입준비를 시작했고, 돈은 엄마 장옥분(차화연 분)의 친구인 최윤정(김보연 분)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으로 충당한다.

어느 날, 엄마에게 붙잡혀 온 재석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다희를 발견했고, 다희가 자신의 형수인 송나희(이민정 분)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재석이 사돈임을 알게 된 다희는 자신의 약점을 말해버린 사실에 부끄러운 나머지, 그를 모른 척했으나, 그는 이를 금방 알아차리고 그녀의 재미있는 행동을 보며 계속 놀린다.

윤재석(이상이 분)이 송다희(이초희 분)가 송나희(이민정 분)의 친동생임을 알게 되며 깜짝 놀라는 장면. ⓒKBS드라마 동영상 캡처

언제는 술값 꾸어달라는 쪽지를 보여주는데, 결국 다희는 자기라고 실토하지만, 이후 재석을 계속 모른 체한다. 그런데 다희가 카페에 오는 진상손님을 대하는 것에 쩔쩔매고 있을 때, 재석은 그러다간 당한다며, 그녀의 성격개조를 해주겠다고 했고 그녀는 배운 것을 그 손님에게 적용해 재미를 본다. 이후 재석과 다희와의 관계는 좋아진다.

둘은 자신의 언니인 송나희 이야기로 서로 뒷담화하면서 친구 관계로 지낸다. 언니의 이혼 이후, 사돈이라는 호칭을 없앴지만, 둘은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재석은 파혼으로 이끈 전 다희 남자친구에게 주먹을 날리는가 하면, 다희의 공부를 도와주며, 그녀의 편입 합격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그러다 재석은 어느 날, 다희를 진짜 좋아한다고 고백하지만, 다희는 자신의 언니 이혼에 장옥분과 최윤정 간 갈등 때문에 연애할 수 없다고 재석에게 말하며 둘의 관계는 냉랭해진다. 마침, 재석을 결혼시키겠다며, 윤정은 재석에게 맞선자리를 주선했는데, 재석은 이에 응하며 그 자리에 나간다.

하지만 그 소식을 들은 다희는 술을 마시는 등, 괴로워하다 자신이 재석을 좋아하는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재석이 있는 자리로 가 “재석씨, 데려갈게요”라고 하며, 그를 데려간다. 다희는 실은 재석을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재석은 표정을 감추며 집으로 돌아가지만, 속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좋아한다.

사랑을 상징하는 장미. ⓒPixabay

이후 서로 사귀기로 하지만, 옥분과 윤정의 대립 관계와 언니의 이혼 등을 생각하며 비밀연애를 하기로 한다. 심지어는 재석 엄마인 윤정 앞에서 서로 모르는 척 만나기도 하면서, 뒤에서는 몰래 전화통화를 하기도 한다. 다희가 다니는 대학교에 그녀를 좋아하는 대학생도 생겨, 잠시 둘 간에 힘든 일도 있었지만, 무사히 잘 넘기며 둘은 사랑을 지속한다.

어느 날, 재석은 자신이 혼자 살 집을 보러 다희와 함께 간다. 둘만이 있을 때 그는 다희에게 청혼한다. 이를 들은 다희는 두 집안 간의 관계를 생각하며, 머뭇거리지만 재석은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다희에게 안정감을 준다.

재석과 다희가 다시 만났을 때, 재석은 자신의 TOEIC성적표와 결혼 이후 아이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돌보겠다는 아내 내조계획 등을 보여주며, 진심으로 그녀를 아껴주는 마음을 보였다, 여기에 다희는 감동하며, 이 남자랑 결혼하면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고 느끼게 되고 술을 마신 후 결혼하겠다는 확신이 생겨 재석을 이끌고 자기 집으로 갔다.

송다희(이초희 분)이 윤재석(이상이 분)의 프로포즈에 반응하는 장면. ⓒKBS드라마 동영상 캡처

자신의 부모인 송영달과 장옥분에게 결혼하겠으니 허락해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두 집안의 관계를 겪은 장옥분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송영달은 반대도 아니고 찬성도 아닌 편에 서게 된다. 재석의 소식을 안 윤정은 둘의 결혼을 반대하며 꿀릴 게 없고 좋은 배경의 여자랑 결혼하라고 재석에게 압력을 가한다.

한편 다희는 최윤정에게 가 결혼을 승낙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윤정의 관계도 언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르바이트한 시절, 다희는 윤정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똑부러지게 잘하고, 손님에게도 친절하고 싹싹하게 잘 대했다. 윤정은 이런 다희를 보며 좋아할 수밖에 없었고, 다희가 결혼 승낙을 해달라고 하기 전까지도 관계가 너무도 좋았다.

하지만 결혼 승낙을 간청하는 다희에게 윤정은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결혼에 걸림돌이 되는 결격사유가 너무 많다며 안 된다고 말했다. 다희는 “폐 끼쳐서 죄송하다”며 윤정의 집을 나섰다. 여기서 윤정이 말하는 결격사유란 다희 자신이 파혼한 것과 전 사돈이었던 관계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장면은 필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흠이라고 생각하는 이혼 등을 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자녀에게 잘해주는 상대방 자녀가 사위나 며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에겐 더없이 좋겠으나, 이혼하지 않는 등의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 완벽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던가?

더군다나 과거에 이혼‧파혼한 적이 있어도, 당사자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행복해한다면 그 여부에 상관없이 둘의 행복을 진정으로 빌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부모님들에게는 쉽지 않고 힘든 마음이 들겠지만 말이다.

윤정의 집을 떠나고 나서, 다희는 재석을 만났다. 그에게 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재석은 그러기에는 다희씨가 중요한 사람이라며, 친구 사이로 지내자고 그녀와 포옹한다. 이후 재석은 윤정을 만나며, 다희와 헤어지기에는 그녀가 자신의 삶에 중요한 사람이라며 결혼 승낙을 간곡히 요청한다. 그러면서 “결격사유보다는 다희라는 사람을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말을 윤정에게 한다.

송다희(이초희 분)이 자신이 재석과 결혼하면 안 되냐고 하자(좌측), 최윤정(김보연 분)이 결혼 결격사유가 너무 많아 다희씨는 안 된다는 장면(우측). ⓒKBS드라마 동영상 캡처

이후 다희와 재석의 러브스토리 향방은 이번 주에 보면 알 수 있을 듯하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드라마의 애청자로 이들의 러브스토리가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결실이 되어 둘이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재석의 “결격사유를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는 말은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되는 말이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다희의 인격과 사람됨,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보고 결혼을 승낙해달라는 재석의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왜냐면 장애를 결격사유로 한 조항들이 우리나라 법체계에 아직도 120여 개나 존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하고 있는 현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법 제8조 1항에서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 중 하나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다.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달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의료인으로 적합하다는 기준이 막연하니, 전문의의 자의적 판단으로 판단해, 정신장애인이 차별당할 소지를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면 진료할 능력이 있고 위험하지 않은 정신장애인도 전문의의 자의적 판단으로 정신장애라는 결격사유 하나만으로 의료인 자격에서 탈락할 여지를 안고 있는 거다. 차별이자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변호사법에도 심신장애로 인하여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자에 대해 변호사 등록거부를 하는 제8조1항3호에 의해 변호사의 결격사유로 장애를 들고 있다. 설령 지적장애든, 자폐성 장애든, 정신장애든 그게 있더라도 피해자, 피고인 등의 입장을 잘 옹호할 능력 있으면 그걸로 변호사 자격은 족한 것 아닌가?

2년 7개월 전, 사회복지사 자격에 정신장애인은 제한한다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결정에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에서 항의시위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자신의 의사를 판단하는 능력인 정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면, 법적 권한의 결격사유로 보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정신장애 등을 겪는 정신적 장애인의 장애를 법적 권한의 결격사유로 악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거래 등의 법적 행위도 유효하다고 인정되지 않고, 성년후견인을 데려와야 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정신적 장애인 특성에 맞게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지원하면 이들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자다. 그리고 정신적 장애인은 위험하지도 않다. 실제로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장애를 겪지 않는 사람의 범죄율보다 15배 낮다는 통계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장애가 있으면 무능력하거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법적 권한을 박탈한다. 장애만으로 사람의 정신 능력을 포함해 모든 능력이 없다고 우리 사회에서 판단하는 그 자체가 얼마나 오만한 것인가?

그래서 전에도 말했듯이, 장애인이 겪는 장애를 결격사유가 아닌 다양성으로 봤으면 좋겠고 그래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역시 결격사유가 아닌 사람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그런 시각에서 나온 정책은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증진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해주어 결국엔 사회통합으로 가게 되는 길을 마련해줄 테니.

그나저나 각박해지고 사람 간의 정이 줄어드는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 냄새를 느끼며 웃음을 주는 드라마가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다. 이번 주 85회에서는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까 궁금해진다. 주말 저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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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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