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강원대학교병원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가 ‘발달장애인의 의료지원 및 권익옹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강원대학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에이블뉴스DB

최순자 칼럼니스트의 ‘장애아 치료시설과 특수학교 확대를!’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었다. 자폐성 장애를 겪는 자녀를 둔 엄마들은 신체적‧심리적‧정신적 부담이 상당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많은 등의 관계로, 치료시설과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이에 칼럼니스트는 장애아 치료시설 및 특수학교의 확대를 주장했다.

듣고 보면, 장애를 병으로 생각하며 치료하는 대상으로 삼는 우리나라 사회에 사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장애가 치료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야, 내 자녀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이니 말이다. 사람대접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치료시설의 확대를 말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장애를 몰랐을 때는 이유도 모르고,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괴롭힘을 안 당하고,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 상담 및 온갖 검사를 받은 걸 기억한다. 장애를 안 후 7~8년 후까지도 상담받은 적이 있다.

내가 겪고 있는 것이 자폐이고, 그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나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었다. 속에서는 ‘나에게 장애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원망도 밀려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직장에서 장애 관련 생각이 정리되면서 그냥 나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등의 장애로 인해 사람들과 힘들게 지낼 때, 속으로 ‘장애가 없었더라면’이라는 마음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조금은 들었었다.

아무튼,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니 자폐를 치료하고 없애려 할수록 나 자신은 상당히 주눅이 들고 불행해지는 걸 보게 되었다. 부모님은 ‘1~2%의 자폐를 치료하면 너는 완결하다!’고 말씀하시지만 듣는 나로선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서 칼럼에서 언급한 부모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치료시설 확대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애 정체성을 부정하며 장애인을 차별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장애 정체성 부정을 통한 장애인 차별의 구조도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물론 장애를 핑계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지만 말이다.

행복한 자폐아동. ⓒPixabay

한편 직장에 다니는 동안, 장애가 심해 의사소통 지원과 자기옹호가 상당히 필요한 자폐인의 경우, 조급하게 하기보다 주위에서 충분히 기다리고 존중하며 여유를 가지고 이들의 강점을 지원하면 느리지만 분명 발전하는 능력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장애가 심한 자폐‧지적 장애인 등을 포함한 장애인에겐 비장애인의 잣대를 가지고 치료해야 한다며 조급해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치료시설 확대보다는 당사자와의 효과적 소통을 위한 보완대체의사소통의 구체적 방안 및 이들의 강점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것을 통해 체계적 장애인 권리옹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권리옹호 시스템 구축 시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며,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제대로 놀 수 있는 권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자폐‧지적 장애인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아울러 장애자녀 양육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들과 관련해서는, 부양의무제 전면폐지 및 장애인/장애 가족의 욕구를 기반으로 한 가족지원제도로의 재설계를 통해 부양부담 완화를 꾀하는 정책을 마련하시길 정부에 촉구한다.

또한, 특수학교의 확대를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교육 분야에서 세워진 계획이자, 정부가 정책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수학교에 있으면 자녀가 장애를 겪지 않는 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인해 괴롭힘 받는 것이 줄어들며, 학교생활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부모에게서 자연스레 들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직장에 다니던 시절, ‘발달장애인의 권리’ 공부 모임에서 한 지적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은 체육시간 때 장애를 겪지 않는 또래들과 함께 놀고 싶다고 교사에게 말했지만, 특수학급 수업이 중요하다고 말한 교사의 말에 자신의 바람을 포기하고 말았다는 거다. 그 당사자에게서 통합교육을 받고 싶었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확대에 대해 정부는 장애특성을 고려한 교육환경의 한계로 인해 장애아동을 둔 가족의 특수학교 설치에 대한 요구가 있으며, 장애 유형에 따른 전문적 교육을 위해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권리협약 2, 3차 국가보고서에서 말하고 있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비전도. ⓒ보건복지부

하지만 물리적인 통합교육이긴 하나 실질적인 통합교육이 되지 않게끔 교육부가 정책을 펼쳤기에, 장애학생을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으로 쫒아내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이런 배경에서 부모들이 차선책으로 특수학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모들은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통합교육을 내심 바라고 있다.

일단 일반학급에 수업내용의 길이를 줄이고 쉬운 말로 고치는 등의 교수적 수정을 거치는 특수교사가 배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배치 근거 또한 부족하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 간의 공동수업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리고 통합교육 연수에 참여하는 유치원 및 각급 학교의 일반교사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하나, 교육도 대면교육보다는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어 실행하고 있다 보니, 장애학생을 이해하는 것 등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장애인식개선이라고 하는 것도 시혜적이고 단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로 인해 장애학생은 경쟁에서 밀려나며 이로 인해 통합교육 환경구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특수학교 확대를 부모들이 요구하는 배경에는 이런 것들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접근 가능하고 적합하게 수정된 교육자료와 교육과정, 교실 내 보조공학기기 지원 등을 통해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에서의 통합교육과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노력을 확대하는 것, ▲온라인 교육보다는 대면교육 등을 통해 일반 학교의 교사와 관리자를 포함한 교직원 연수강화, ▲장애인의 권리와 차별금지 내용을 중심으로 한 당사자 장애이해강의 기회 증진을 통한 장애이해교육 강화 등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교육정책을 계획하고 이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3년 전, ‘강서구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강하게 호소하며 무릎을 꿇는 장애부모들. ⓒ에이블뉴스DB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확대하게 되면, 비장애인과 부딪히면서 비장애인의 생각과 문화를 느끼고 이해하면서, 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고, 성인이 되고 나면 비장애인과 함께 지내기 어려워진다. 비장애 중심의 주류사회에서,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권리의 주체로 동등해지는 것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비장애인의 경우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현실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결국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편할지 몰라도, 결국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등의 사회통합이 어려워져 장기적으로는 장애인, 비장애인에게 마이너스다.

특수학교를 확대하면, 장애인을 분리‧차별하는 구조는 유지될 것이니 치료하는 의사, 정치권 등 기득권층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은 갖지 않을 것이다. 통합교육이 실현된다면, 기득권층에게는 기득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잠정적, 아니 어쩌면 실질적 위협에 직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겪은 차별을 다시 겪는 것은 정말로 끔찍하다. 그러니 기득권이 유지하려는 차별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도 통합교육이 필요하다. 통합교육 실시 및 체계적 장애인 권리옹호 체계 구축한 후에도 장애학생이 힘들다면, 그때 가서야 특수학교 확대의 필요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장애아 치료시설 및 특수학교 확대보다는 실질적인 통합교육 시행조치, 체계적인 장애인 권리옹호 체계 구축을 통해 장애인이 사회에서 장애 정체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권리의 주체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다.

그럴 때 기득권을 유지하게 만드는 장애인 차별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됨은 물론 권리협약이 추구하는 통합교육과 사회통합을 이행하는 길로 가게 될 터이니.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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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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