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이 끝나지 않았음을 상징하는 마스크를 씌운 지구를 든 손(좌측),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청년 옆에 숫자가 움직이는 모습. ⓒPixabay

얼마 전 미국의 코로나 상황과 관련된 기사를 읽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질병 통계와 관련해 인종 요인을 고려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가 지적한 내용의 기사였다.

기사에는 코로나 사망자와 확진자 가운데, 유색인종과 소수민족이 인구 비율보다 높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얻지 못했고, 확진자의 52%는 인종 또는 민족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또한, 확진자와 사망자의 인종 정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주마다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도 언급했다.

여기에 인종 정보 누락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질병 확산을 통제하려는 노력의 약화는 물론, 바이러스가 소수집단에 어떻게, 얼마나 고통을 안겼는지를 알 수 없다고 정치전문매체가 지적한 내용까지도 기사에 실어놓았다.

코로나에 걸려 병원으로 긴급 이동이 필요해,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경우, 비용이 몇천만 원이라 서민들 경제부담이 엄청날 정도로 공공의료 체계가 부실한 미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미국에서 통계를 통해 코로나가 유색인종과 라틴계 사회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으니 이를 보완하라고 지적한 것은 효율적인 질병 통제를 위한 합리적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똑같은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등의 통계에 장애 요인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격리해제자 등의 통계를 보면 연령, 성별, 날짜, 지역 등에 따른 구분통계는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체 일반통계 안에 장애 여부 및 유형, 정도 등에 따른 구분통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신장애인, 신장장애인 등의 장애 유형별 사망자 수 등은 언론 보도나, 보건복지부 자료를 장애계 단체에서 다시 재구성한 자료 등으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성별·연령·장애·거주지·지리적 지역·정책 수혜자를 기준으로 세분화된 통계자료의 수집‧분석·배포하고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모든 장애인이 자유롭게 통계에 접근하도록 조치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6년 전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지금 정부는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6월 27일 0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지역별 통계(좌측), 연령별 통계(중간), 성별 통계(우측). ⓒ질병관리본부 KMA팩트 도표 캡처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에도 확진자, 사망자, 격리해제자 등의 통계는 연령, 성별, 날짜, 장소별로 구분되어 있었으나, 장애 여부 및 유형, 정도 등에 따른 분리통계가 없었다. 역시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장애유형 등에 맞춘 세심한 정책이 나오기란 만무했다.

당시 노모와 같이 생활했던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신장투석을 목적으로 방문했던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면서, 자가격리통보를 받았으나 정부는 통보만 할 뿐 활동지원 등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4년 전부터 감염병 상황에서 장애 유형에 맞는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지금까지 계속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왔다.

3년 전에 정부는 재난 시 장애인이 인지와 대응력이 낮을 수 있고, 재난안전 통계 미비 등으로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부족함은 물론 비장애인 중심의 재난대응 매뉴얼과 정보 제공 등으로 장애인 안전 정책이 미흡하다고 시인했었다.

통계가 미비하다고 시인했건만, 장애 등으로 세분화한 분리통계가 없음은 이번 코로나 통계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3년마다 하는 장애인실태조사 발표에 그치고 있는 것이나, 정부 차원의 모든 정책에 장애인 분리통계를 생산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 시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장애인의 삶과 사회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고 메르스 때도 이와 비슷했으니 말이다. 이로 인해 감염병 재난 관련 정부 정책은 장애인을 고려한 기준이 아닌 비장애인 중심의 공급자 위주 정책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로 인정하는 분위기임에도, 장애인에겐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청도 대남병원 정신장애인부터 시작해 장애인은 코로나로 인해 삶의 직격탄을 가장 심하게 당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시설정책은 여전히 유지되면서, 코호트 격리라는 식으로 장애인은 건강 악화는 물론 삶의 질 하락까지 경험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서울시복지재단과 공동으로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이 겪는 어려움과 생활실태를 파악하고 이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렇게라도 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려나?

'코로나19와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감염병 및 재난과 관련한 장애인 종합대책 마련 토론회 때 청중의 모습(좌측), 발제하고 있는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근배 정책국장(중간),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모습(우측). ⓒ이원무

이렇게 장애인 분리통계가 없는 배경에는 통계법에서 장애인통계와 관련한 규정이 전무하다는 것이 한 몫을 차지한다. 또한, 통계청 인력들의 장애인식 부족도 한 요인을 차지한다.

더군다나 과거엔 코로나가 여름이 되면 사그라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금 우리나라와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이어져 코로나 시국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코로나로 인해 장애인의 삶의 질에 미칠 영향은 어떠한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장애인 분리통계는 그만큼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물론 장애인 분리통계 제작에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일임은 이해하며 알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분리통계를 내야 정책을 시행할 때 복지 관련 예산은 장애인에 대한 분리통계 안 했을 때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비용이 절약되고 장애인의 장애유형과 정도 등에 따른 세심한 정책 시행이 가능해지기에 그렇다.

따라서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의 권리와 차별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애이해 교육을 통계청(코로나 시국엔 질병관리본부 인력까지도 포함) 인력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통계법에서 장애인 등의 관련 규정을 추가하고 이를 통계에 반영, 실제 분리통계로 구현해 시행해야 한다.

물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감염취약계층에 장애인을 포함시키는 개정안 작업을 통해 감염병 상황 시 장애인을 고려한 장애인지적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튼 이번 코로나 시국을 계기로 모든 정책에 장애 여부, 유형, 정도 등을 고려해 접근 가능한 분리통계 등을 통한 장애포괄적 통계 생산하는 일을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이행해야 한다. 장애포괄적으로 개선된 통계로 장애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정책을 입안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후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재난 상황이 다시 올 때, 정부가 이전에 만든 장애포괄적 통계를 참조해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정책을 수립, 눈을 씻고도 장애인들이 삶의 질 하락을 경험하는 일이 최대한 없게 되길.

그나저나 사그라들지 않는 기세로 국민의 생명을 계속 위협하고 있는 이번 코로나 시국을 통해 생명, 일상의 삶 등 모든 것이 소중하다고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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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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