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근무하는 I got everything 국회도서관점. ⓒ에이블뉴스 DB

필자와 같은 자폐성 장애를 겪는 회원이자 동생한테서 이런 얘기들을 종종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에서 같이 일하시는 분이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해서 마음이 힘들어요.”

장애인들도 직장생활을 하며 일하는 게 참 힘들다. 나도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지만, 상사에게 능력이 뛰어난 타 직장의 다른 사람과 비교를 당하거나, 기분 상하는 말을 들으면 잘해야지 싶다가도 마음이 굉장히 언짢았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장애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 노력했던 직장이었던 게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직장에서는 장애인의 행동을 보고 따가운 눈총을 주거나 폭언을 하는 등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인터넷이나 뉴스 등을 통해 들리곤 한다. 그런 데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또한 장애인은 저임금,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많아 좋은 일자리를 찾아 일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접하게 된다.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받는 지적장애인 등의 정신적 장애인들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면서 월 1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아가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견디고 있다. 고용의 질이 낮은 게 많이 느껴진다.

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최근 2년 10개월간 ‘장애인 일자리’ 관련 민원 945건을 분석한 내용을 보도했다는 소식을 접해 국민권익위원회 사이트에서 보도자료를 보게 되었다.

장애인 일자리 관련 민원유형. ⓒ국민권익위원회

민원유형을 살펴보니 ‘일자리 확대와 취업 알선’ (44.8%), ‘장애인 일자리 사업 관련 민원’ (26.2%), ‘장애인 직업훈련’ (15.6%),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 (13.4%) 순이었다.

이 가운데 필자가 중점적으로 봤던 것은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 ‘장애인 일자리 사업 관련 민원’ 이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관련 민원’ 의 경우 면사무소에서 3년째 장애인행정도우미로 근무하며 고용불안 없이 오래 근무할 수 있기를 바란다든지, 무기계약직 선발 시 공공근로로 최선을 다해 일했던 부분을 인정해 자립하도록 도와달라는 등 내용이 다양했다.

위의 내용이 진짜로 실행된다면 장애인행정도우미로 일하는 사람, 공공근로에 참여했던 장애인들 다 고용 안정성을 누리면서 고용의 질은 물론 삶의 질이 전보다는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센터에서 장애인일자리에 참여하면서 업무상 빠르게 습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모욕과 무시를 온몸으로 받으며 업무를 배워야 하냐며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나라도 이런 상황을 겪으면 죽고 싶을 것 같다.

일자리 확대·취업 알선 요청 민원(좌측), 장애인 일자리 사업 관련 민원(우측). ⓒ국민권익위원회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 의 경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임금차별‧업무차별‧왕따‧갑질 등 직장 내 고충이 39.8%로 가장 많았고, 중증장애인 근로자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및 보조기기 지원 강화와 개선 요구가 20.4%, 임금체불‧부당해고‧과다노동 등으로 인한 신고성 민원이 15.9% 순이었다.

직장 내 고충 부분에서 중공업 협력업체에 근무 중인 신장장애인이 1년 동안 언어폭력 및 은근한 차별대우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사례가 있었다. 만약 내가 그런 직장에서 일한다면 어떨까? 그런 얘기하지 말라고 하던지, 직장을 그만 두던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근로자 지원 부분에서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여성장애인이 근로지원인 업무보조서비스를 하루 8시간 받았는데 예산 부족으로 인해 하루 5시간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근로지원인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니, 이거를 정책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이 여성장애인은 직장에 오래 다니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거다.

신고성 민원의 경우 모 업체에서 장애인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후 근로계약서 근로시간 안 지키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급여지급 정황이 있어 근로기준법 저촉 여부를 부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정당한 대가를 받아 노동권을 지키고 후에 이런 일이 모 업체에서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외에도 직업훈련에 관련된 일자리가 없어 새로운 일자리 필요 시 이에 해당되는 직업교육을 해야 한다, 채용 공고에 여성장애인 우대, 특정 장애유형 제외 등 장애인 근로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취업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등 일자리 민원내용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장애인 직업훈련 확대 민원(좌측), 장애인 근로자 근무환경 민원(우측). ⓒ국민권익위원회

최근 장애인의무고용제, 장애인일자리 사업,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며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려고 정부가 계획하며 노력을 하고는 있다. 장애인 고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금 내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이 많아질 것이니 그 노력을 계속하길 바란다.

하지만 근로지원인의 지원을 강화하고 고용 안정성을 기하고, 직장 내에서 폭언 등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장애 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등 고용의 질을 높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될까?

취업해도 직장생활이나 일하는 게 힘들어져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는 장애인들이 많이 생겨나게 될 거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올해 보도한 장애인일자리 민원 조사자료의 결과가 이후에도 거의 변화가 없을 거다.

2018년 1월 1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노동권 궐기 장면. ⓒ에이블뉴스 DB

요즘 장애인 일자리는 양적인 성장에 치우친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임금 일자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고용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게 장애인에게는 쉽지 않다. 직장 내의 장애인 차별은 지금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근로지원인 등의 지원도 부족하며 장애인들은 일자리 달라며 아우성이다.

장애인의무고용도 의무고용률 달성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그런데 중앙행정기관 48곳 중 절반이 넘는 25곳에서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았다. 30대 대기업 중 22곳에서 고용주 편견 등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위반했다는 뉴스도 접하게 된다.

이제는 장애인 고용의 양과 함께 질을 같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은 일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자아실현을 하는 게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장애인 노동권 투쟁을 쳇바퀴 돌 듯이 계속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년쯤 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심사가 제네바에서 있을 것 같다. 그때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 최종권고에 장애인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고려해 지속 가능한 고용으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정부와 지자체가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장애인이 신명 나게 일하면서 노동권의 주체로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세금 내며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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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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