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13일 서울 공항중학교에서 발달장애 이해교육을 진행했을 때의 ppt자료 중 일부내용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작년 4월 필자의 전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 발달장애 이해교육을 발달장애가 있는 필자에게 의뢰하는 내용으로 한 중학교에서 교육의뢰가 들어왔다고 말이다.

필자는 이전에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천안의 한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서 장애인식 교육을 한 적이 있어 중학교 교육의뢰를 수락했다.

이후 40년 동안 필자가 살아온 삶의 경험, 필자에게 있는 장애에 대한 이해, 연구소에서의 직장생활 경험, 발달장애인을 대할 때 필요한 것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내용을 구성했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의 검토 및 수정의견을 거쳐 최종 교육자료를 ppt로 만들고 교육을 의뢰한 중학교 측에 메일로 자료를 보냈다.

교육하기 하루 전날, 피피티 자료 발표 및 학생들의 질문 등의 상황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45분 안에 발달장애 이해교육을 끝마치려는 연습을 했다.

이렇게 해 다음 날인 작년 5월 1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발달장애 이해교육을 진행했다. 강당엔 수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수많은 학생들과 호흡하며 교육하는 거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해야 했기에 두려움을 없애고 당당하게 교육하자고 마음먹고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하는 동안 내 장애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연구소를 대표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활동을 했던 경험,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 제작활동 등 자랑하고 싶은 것도 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발표가 조금 길어졌다.

교육하면서 말하는 속도는 더 빨라졌고, 어느 새 45분이라는 시간이 다 지나 종소리가 울렸다. 이후 남은 내용을 빨리 발표하고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발달장애 이해교육은 끝났다.

작년 5월 13일 서울 공항중학교에서 발달장애 이해교육을 진행할 당시의 전경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이후 중학교 식당에서 같이 식사하며 중학교 내 장애이해교육 담당자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중학생들은 45분 수업을 하고 바로 다음 활동을 하기 위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고려해 강의를 하셨어야 해요.’

당시 연구소에서 근무했고 필자와 같이 왔던 한 간사도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말들은 필자로 하여금 필자의 장애이해교육에 대해 깊게 돌아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중학생들은 대개 유엔이라는 세계기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라요. 그래서 그 부분은 그런 게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고 관심이 있으면 나중에 다시 설명해주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야 해요.’

‘장애이해교육이니 중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장애에 초점을 두어 장애로 인한 삶과 직장생활을 중심으로 적절한 시간배분을 하며 얘기하셨으면 좋았을 거에요.’

‘교육을 듣는 동안 말이 좀 어려워서 학생들 관심을 끌기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 말들을 들으며 청중들이 중학생인 경우 장애로 인한 나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 쉬운 말로 교육하는 게 좋다는 것, 중학생들의 학교생활 패턴을 고려해 발표 시 적절하게 시간배분을 하는 것이 발달장애이해교육 시 필요한 점들임을 느꼈다.

바꿔 말하면 중학생들의 취향과 관심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조금은 나 자랑하는 데에 더 신경 썼다는 것, 이로 인해 적절한 시간배분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어려운 말을 썼기에 발달장애이해교육이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발달장애 이해교육을 듣고 있던 중학생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평소에도 말하는 습관을 보면 쉽게 표현할 것도 조금은 어렵게 말하는 나 자신을 본다. 이런 내가 대화하면 상대방은 얼마나 답답해할까? 상대방이 만약 지적장애인이면 내가 어렵게 말할 때 상당히 힘들어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려운 법도 다른 사람들이 쉬운 말로 설명하면 법이 더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는 내 자신을 보며 '나는 참 모순이 많은 사람이야!'라고 느끼면서도 쉽게 설명하는 게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으니 말이다. 내 주위 사람들 중에는 쉽게 설명하는 게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 어떤 부분을 확실히 안 다음 그 부분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부단한 노력이 나에겐 필요하다 생각한다. 쉽게 설명하는 사람들의 수업패턴도 조금씩 보며 따라 하고 이것을 나 자신에 맞게 적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하다 보면 어느 정도 교육능력이 향상된 내 자신을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노력하련다.

또한 앞으로는 교육내용을 만들어 교육 전 청중들 관심분야에 대해 전보다 더 세심하게 물어보고 생각하며 중점을 둘 교육내용은 어떤 것인지 깊게 고민해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장애이해교육에 대한 충분한 관심이 청중들에게 생김은 물론 청중들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니 말이다.

교육시간이 제한된 시간을 초과하거나 좀 길어질 때 청중들이 교육에 집중하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으니 방금 말한 중점을 둘 교육내용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교육시간이 너무 길지 않고 적절한 시간배분을 할 수 있어 일정시간 내에 교육을 끝마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작년 11월에도 필자는 발달장애 이해교육 의뢰가 온 것을 수락했다. 적절한 시간배분 및 청중들 관심사항 고려 등 작년 5월에 경험하며 배운 것을 명심해 교육을 했지만 청중들의 관심을 끌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하지만 피드백을 받는 기회가 많아지고 계속 하다 보면 분명 좋아질 것이란 생각은 든다.

쉬운 표현 쓰기, 학생 등 청중들의 관심사항 고려, 적절한 시간배분! 작년 5월 발달장애 이해교육 진행경험을 통해 배운 이 세 가지는 아직도 필자의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필자가 이를 항상 잊지 않고 실천하길 다짐해본다. 그래서 사람들의 장애인식제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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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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