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고라 ‘장애인 여행인가? 고행인가?’ 패널들 모습(좌측), 국민과 장애인의 1년간 여행경험을 원형 차트로 나타낸 모습 ⓒ에이블뉴스 DB, 이원무

바야흐로 여행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더위를 피하거나 일상에 지친 자신에게 쉼을 주어 다시 삶의 활력소를 얻고자 계곡, 바다, 산 또는 해외로 여행을 많이 간다.

하지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의 장애인단체가 전국 장애인 185명에게 SNS 설문을 한 결과 비용부담과 편의시설 부재로 인해 여행을 포기하거나 여행지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비율이 80.6%였다.

또한 여행에서 차별 받은 경험에 대한 질문에서 44%가 차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설접근도 그렇지만 인식적 측면에서 일방적 욕을 당한 것, 장애인에게 ‘집안에 남아 있지, 왜 나와서 피해를 주냐?’는 식의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도 있었다 한다. 숙박거부, 물놀이 등의 레저 활동에서 배제, 이유 없는 욕설 등의 응답도 나왔다.

이를 보면 장애인에게는 여행이 즐거움, 활력소가 아닌 고행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장총 등 4개 단체에서 여행이 장애인의 삶에 활력소가 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여행인가? 고행인가?’라는 주제로 아고라를 개최했다. 이 아고라에서 공감하거나 강하게 느꼈던 것들을 중심으로 나누고 싶다.

먼저 여행에서 장애인식제고가 시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한동국 사무국장이 “뇌성마비로 근육이 경직되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먹방 여행을 하는데 밥 먹는 데 나가시라는 경험을 많이 해 살짝 긴장하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김이경 위원은 일상생활 영위가 쉽지 않아 지원자의 도움이 필요하며 중증 자폐장애가 있는 22세 딸의 경우를 소개했다. 여행 도중 딸과 같이 화장실로 들어갈 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 기지를 발휘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같이 어울려 살기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성숙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자폐의 경우엔 장애를 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많아 사회 속에서 자폐인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게 되는 현실이니 말이다.

장애인식에 대한 정부계획이 있긴 하지만 프로그램이 형식적이고 일회성이라 비장애인의 장애에 대한 생각을 좋게 바꾸는 데는 한계를 가진다. 이런 상황 속에 장애인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하나의 특성으로 존중하도록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사회적 관점이 담긴 장애인식계획을 세우라고 말하고 싶다.

아울러 장애인 당사자도 사람들 시선은 쿨하게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의 장애 및 강점과 약점을 잘 인지하고 당당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여행은 고행이 아닌 즐거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 및 자신의 여행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홍서윤 소장 ⓒ이원무

용기를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에게 맞는 여행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도 상당부분 공감했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의 홍서윤 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이 여행을 가는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 그러니 여행이 힘들다. 휴양스타일인지 관광스타일인지 자신에게 맞는 여행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처음 여행경험이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본인의 내면을 깨부수고 용기를 발휘하는 게 없는 한 어렵다. 하지만 (용기를 갖고 내면을 깨부수며) 한 번의 여행경험이 두세번으로 이어지고 나쁜 경험도 한 번의 좋은 여행경험으로 상쇄되니 다양한 여행경험을 해야 함은 맞다.’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여행스타일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다양한 경험 및 자신의 여행스타일 찾기를 힘주어 강조했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여행을 혼자 했다. 그 전에는 누나 등 다른 사람이 있어야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독일 월드컵 관람 이후 나 혼자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 당시 월드컵을 관람하고 싶어서 대한축구협회에서 월드컵 축구 표를 구입했다. 그리고 난 다음에 항공권과 숙박 등은 누나 등에게 도움을 얻으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누나는 ‘이건 너가 하는 일이야!’라며 ‘너가 하지 못할 거면 아버지랑 같이 독일에 가는 것은 어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권위주의적인 아버지랑 같이 가기는 싫어 나 혼자 가고 싶다 했고 누나는 숙박도 혼자서 잡는 법을 알려줬다. 그대로 했고 메일도 혼자 보냈다. 여행을 혼자서 처음 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이기에 내면의 두려움을 깨고 약간의 용기를 내어 여행을 감행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독일여행 시 토고와의 월드컵 본선 경기장면 중 일부 ⓒ이원무

2009년 유럽여행 시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좌측),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운하투어 모습(우측) ⓒ이원무

이후 나 혼자서 여행을 가고 싶고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겨 3년 후 유럽여행을 다시 갔고 일본 등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면서 여행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생겼다.

하지만 여행책자를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명하다 하는 장소들을 가면 ‘나도 여기 다녀왔다’는 자랑하고픈 마음에 여행 과정에서 조금은 피곤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여행스타일을 찾으라는 발언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 정말 나에게 맞는 여행스타일을 찾고 싶다. 이제는 쉬면서 나에게 즐거운 여행스타일을 고민하려 한다.

이번에 기회가 되면 유럽여행을 갈까 생각한다. 여행스타일을 조금 더 고민해보겠지만 유럽여행을 하게 된다면 노르웨이 피요르드라는 자연경관을 즐기며 쉬고 싶은 건 확실하다. 그리고 관심 분야인 인권분야를 잘 살려 유대인 학살의 비극이 일어났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서 인권의 소중함도 느끼고 싶다.

다음으로 비용부담도 장애인 여행의 걸림돌이라는 것에는 아고라에 참석한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활동보조인이 있어야만 여행을 갈 수 있는 중증장애인의 경우엔 보조인 관련 비용부담이 너무 큰 것이 여행의 걸림돌임을 토로한 점이 공감 갔다.

여행비용 부담과 관련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 ⓒ이원무

이에 대해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크워크 전윤선 대표는 국가에서 고용하는 형식으로 월급을 주는 대신 장애인 여행을 가이드하고 지원하는 형식의 여행도우미 제도를 만들거나 여행 시 활동보조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남겼다.

장애인 소득 현실이 열악함을 생각하면 여행도우미 제도나 활동보조인 비용지원이나 다 국가가 돈을 내는 것이라 장애인의 여행비용 부담을 줄이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 의견에 공감한다.

한편 여행을 하다보면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사고를 당하거나 재난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그런데 발달장애를 이유로 여행자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관행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6년 전 이런 유형의 보험가입 거부는 차별이라고 권고를 내렸었다.

권고 이후 아직도 장애를 이유로 여행자보험 가입 거부 등의 차별관행이 있는지 궁금증이 생겨 물어보았는데, 그런 관행은 아직까지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다행이다 싶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했으면 한다. 그래서 장애를 이유로 여행자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등의 차별관행은 영원히 사라졌으면 한다.

장애인 아고라 ‘장애인 여행인가? 고행인가?’를 듣는 플로어에 있는 청중들 전경 ⓒ이원무

이외에도 인터넷에 여행정보가 있지만 장애인에 맞게 가공해 알리는 곳은 없고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정보는 적으며 이동권에 대한 부분이 특히 부족해 누구든 여행정보를 올릴 수 있는 코너를 나라에서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여행에 대한 욕구 등의 기초조사 실시와 더불어 여행과 관련해 문체부 등 국가기관이 매뉴얼 제작 등의 방법으로 발달장애인 이해 인식 안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아고라에서 나왔던 장애인 여행의 어려움 및 차별에 관한 내용을 장차법에 여행관련 차별금지 조항으로 잘 녹여 명시하고, 구체적 사항은 장차법 시행령에 규정했으면 한다.

그리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관광지나 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에 대해 명시·규정한 조항이 없다, 발달장애 당사자 및 장애계 등이 관광지 등의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이를 편의증진법에 명시·규정함은 물론 정부차원에서 제도화해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

이처럼 제도화 및 인식개선 등의 지원으로 즐거운 장애인 여행이 되는 게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실제로 당당하게 돈을 쓰며 여행하는 등 주체적 소비자로서 역할을 하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그럴 때 장애인에게 여행이란 당당한 권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본다.

그래서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고 당당한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넓히며 어울려 감은 물론 자신의 내면을 풍성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장애인 여행이 되길 필자는 바라며, 마지막으로 다음의 말로 글을 마치겠다.

‘장애인도 당당하게 여행하고 싶다!’

이번 여행 코스로 생각하고 있는 폴란드 오슈비엥침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 모습ⓒ네이버 블로그 캡처

이번 여행에서 이용하고 싶은 LOT Polish Airline의 작년 인천 취항 장면 ⓒ이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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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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