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무상교육에 사실상 의무교육을 고등학교 때까지 받는다. 고등학교나 전공과 졸업 이후엔 장애인 대학특례입학제도가 있으나 대학 전까지 장애인에게 특화된 기초적 또는 한정된 교육만을 받아 기초 부족으로 공부에 애로사항이 많다.

더군다나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이후 배울 곳이 더 이상 없는데다 자립지원체계가 미비해 그동안 배운 일상생활능력이 퇴보한다. 여기에 가족지원제도는 부실해 가족은 중증장애인 부양 시 상당한 부양부담을 겪는다. 이는 결국 발달장애인 대부분이 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배경에서 발달장애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향상시킴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기 위한 기초로서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상당히 크다.

3년 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고, 법 26조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조항이 생겼다. 2015년 11월 법 시행이 시작된 후, 이 조항을 현실화하기 위한 부모들의 투쟁과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협의회 구성 및 서울시로부터 20개 구 이상에서 평생교육시설 설치 확답 등의 성과를 얻었다.

현재 서울에는 노원구, 동작구, 은평구, 성동구, 마포구 등에 평생교육센터가 있다. 앞으로 서대문구에 평생교육센터가 생길 예정이며, 센터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필자는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만날 기회가 상당히 많았다. 그런 가운데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성교육, 여가를 즐기는 방법, 인권교육,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말을 발달장애인 당사자 토론회 때 남겼다.

필자가 평생교육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여가를 즐기는 방법, 성교육,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싶다. 그 면에서는 위의 당사자와 교육욕구가 같다. 하지만 다음의 것을 더 배우고 싶다.

인문교양교육 중에 고전과 역사, 경제 등의 인문학 강좌와 생활과학을 배우고 싶다. 고전과 역사를 통해 과거의 교훈과 선조의 정신을 배우고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지혜를 얻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기본경제의 원리는 물론 국내경제와 세계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강좌를 들으며 뉴스에 나오는 경제관련 기사와 복지정책 간 상관관계를 알고 싶다. 또한 우리 생활에서 발견되는 자연현상을 실생활과 접목해 자립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았으면 하기에 생활과학을 배우고 싶은 거다.

시민참여교육에서는 사회구성원으로, 민주시민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을 배우고 싶다. 이를 위해 장애인기자단(기자양성교육) 교육을 받고 지역 나눔 활동 참여활동 및 관련강좌 수강을 하고 싶다.

성동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프로그램, 마포 프로그램도 성동 경우와 동일하다. ⓒ성동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사이트 캡처

은평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프로그램 ⓒ은평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사이트 캡처

이렇게 발달장애인 안에서도 평생교육에 대한 욕구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서울만 하더라도 마포구, 은평구, 노원구, 성동구 등에서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필자가 원하는 시민참여교육, 인문교양교육 등이 빠져 있다.

직업교육의 경우 성동구, 마포구를 보면 기초작업기술 교육, 일자리 탐색교육, 직업이해교육 등이 있고, 은평구에는 직업능력향상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이 나온다. 이는 기존에 직업재활시설, 장애인복지관에서 배우는 것들이다. 직무능력향상교육 등의 전문적 직업교육은 빠져 있다.

자립생활교육, 단과프로그램, 사회기술교육 등은 대부분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복지관 등에서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다. 기초문해교육은 학교교육을 놓친 발달장애인이나 발달장애가 심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종합해보면 서울시에서 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과정이란 발달장애가 심한 사람들을 위주로 하는 교육들이 대부분이다. 대개 발달장애가 심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교육과정은 거의 없으며 다양한 교육과정도 없다. 어떤 배경으로 그렇게 되었을까?

발달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장애인복지관의 경우에도 성과주의에 얽매여 장애가 심하지 않은 사람들이 평생교육을 배우게끔 선발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가 심한 발달장애인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혀있고 부양부담은 상당하니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평생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절규가 빗발쳤다.

그래서 이를 위해 부모들은 요구하며 때로는 투쟁했고 그 결과 현재까지 서울 노원구, 성동구, 동작구 등에 평생교육센터 설치를 이루어냈다. 발달장애가 심한 사람들의 평생교육 커리큘럼도 나왔다. 이런 부모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애부모들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설치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피켓을 들며 요구했던 모습 ⓒ에이블뉴스 DB

그런데 서울시에 있는 평생교육센터 중 3개(성동, 마포, 은평) 사이트와 인터넷 등을 찾아보니 평생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욕구조사만 있지, 장애정도와 상관없이 정작 중요한 당사자들의 요구와 필요가 담긴 자료는 없다.

그런 상황이니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다양한 평생교육 커리큘럼 욕구를 담아낼 수 없었을 테고,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부족함은 자명하다.

그러면 묻겠다. 평생교육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의 욕구가 다른 경우 제일 중요한 건 누구의 욕구인가? 교육을 받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욕구 아닌가?

사람인 이상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의 욕구가 같을 수는 없다. 국가와 지자체는 당사자 욕구 조사 실시 및 조사결과를 반영하는 일을 했어야 했다. 당사자가 원하는 평생교육이 부모의 욕구를 반영한 것과 다르다면 어떡할 건가? 그런 상태에서 당사자들은 평생교육 과정을 억지로 이용할 여지가 상당히 높다.

결국엔 평생교육을 이용하지 않을 여지가 상당히 클 게 우려된다. 장애유형, 성별 프로그램의 부족 등으로 어떤 평생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99.2%였음이 3년 전 UN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민간보고서에 담긴 현실이고 지금도 이런 현실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안다. 다양한 장애인 당사자 욕구를 반영했다면 이런 게 현실로 나왔겠는가?

평생교육법 제4조 2항에는 평생교육은 학습자의 자유로운 참여와 자발적 학습을 기초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발달장애인에 대입시키면 당사자 자신만의 자발적 동기부여가 되어야 진정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인 것이리라.

따라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원하는 평생교육에 대한 욕구는 무엇인지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보조공학기기, 그림 등의 방법을 쓰는 등으로 욕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 조사 결과에 기초, 국가와 지자체는 발달장애인이 어떤 커리큘럼을 원하는지 알아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욕구에 기초한 다양화된 평생교육 과정을 개발·편성해야 한다.

아울러 각 지역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마다 일정비율의 중증발달장애인이 있어야 한다는 내부규정을 두되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발달장애인도 평생교육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평생교육 이용기간은 1년 이상이었으면 한다.

동기부여가 되고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보장된 환경에서 자발적으로 발달장애인이 평생교육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이용자 중심 정책을 촉구한다. 그래서 UN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에서 나온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현실이 다시는 나와선 안 된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의 운영주체, 비용 지원과 인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