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상대방에게 비하발언과 욕설을 듣고 성폭력과 위협을 당했던 게 차별인지 모르고 살아온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당시 필자에게는 장애라는 개념도 없었고 사회 전반에는 장애인차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차별에 대항하는 장애인운동은 꾸준히 계속되었고, 장애패러다임이 시혜에서 권리로 바뀌어 가며 장차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2002년 들어 열린네트워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각기 장차법 안을 선보였다. 이후 한국장총 등 장애인단체가 결집, 장차법 제정 추진 연대(이하 장추련)가 2003년 출범했다.

장추련은 법제정위원회, 투쟁위원회라는 두 개의 축으로 장차법 제정운동을 시작했다. 당사자들, 활동가들 등의 끈질긴 노력 끝에 드디어 2007년 3월 6일 장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년 후 2008년 4월 11일 시행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10년 전 3월 6일 장차법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의 모습들, 제석의원 197명 가운데 196명의 찬성으로 장차법이 국회를 통과한 모습(좌측), 장차법 통과 후 장추련 김광이 법제부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우측) ⓒ에이블뉴스DB

장차법 시행 이후 장애인의 인권의식 증가는 물론 차별을 당했을 경우 장애인 당사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하며 능동적으로 차별에 대응하는 것을 언론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장차법이 가져다준 긍정적 변화라고 본다.

아울러 장차법 제정은 장애인당사자들이 주도하고 활동가들이 함께 해 이루어진 것이며, 당사자들이 삶 속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법 안에 담으려 했기에, 그 자체야말로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2011년 방화사건의 가해자로 재판을 받게 된 여성지적장애인을 지원하며 장차법에 근거가 있었던 의사소통조력제도가 경찰조사단계에서부터 활용되는 등 장차법은 장애인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제도까지 바꾸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9년 동안 시행하며 문제점들도 있었다. 먼저 정신적 장애인의 차별 받는 삶을 없애기 위한 조치 등의 내용을 장차법에 잘 녹여내지 못했다. 정보접근성에 있어서는 웹사이트 규정만 있을 뿐 요즈음 나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의 구체적 규정을 마련치 못해 장차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장차법 49조의 차별행위에서는 차별의 고의성·지속성·반복성·피해자에 대한 보복성·차별 피해의 내용을 전부 고려해 처벌여부를 판단한다는 내용으로 인해 장애인 차별을 처벌하기 쉽지 않은 관계로 장차법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다수인 차별행위나 반복적 차별 행위 등에 대한 권고 불이행 시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것까지 고려,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한다는 조항이 있다. 시정명령 요건이 너무 엄격해 역시 장차법 실효성이 낮아지며, 지금까지 시정명령이 두 차례에 불과했음이 이를 입증한다.

이외에도 상법 제732조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라는 표현이 많은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이 보험을 반복적으로 거절당하는 근거가 되어 최근 개정됐지만 차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의 차별금지를 담은 장차법 17조의 실효성 역시 떨어지는 현실이다.

이렇게 장차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 지난 주 화요일에 법 개정에 관한 의견수렴 토론회가 있었다.

장차법 제정 10주년 토론회 축사자들의 모습, 좌측에서부터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 보건복지부 조남권 장애인정책국장, 장애인법연구회 임성택 회장 ⓒ이원무

2017 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선 3대 핵심 요구안을 설명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정훈 정책실장 ⓒ이원무

필자는 이 토론회에 참석해 최저임금 제외규정은 차별이라 최저임금 보장을 장차법에 규정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보호작업장에 발달장애인 비율이 제일 많고 2014년 보호작업장 평균임금은 34만원이나 이는 평균적인 거고 임금이 10만 원 이하인 발달장애인도 많아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치 않은 현실이라 그렇게 말했다.

여기에 대해 한 발제자는 사회의 전체적 발전, 국민의식, 기업가들의 문제 등 전체적인 것을 포괄해야 하는 문제가 최저임금 문제이고 이전부터 장차법 제정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거라 당시 결론을 못 내렸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또 한 토론자는 시설이나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임금과 최저임금과의 차이에 해당되는 금액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에서 주면 시설, 회사에서는 임금 부담이 줄어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말을 했다.

토론회가 끝난 직후 한 발제자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장차법 시행 당시 최저임금 보장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장차법에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차별이라 하는 규정을 만들기 쉽지 않았던 거지. 하지만 지금은 직업재활기금 등을 통한 방안이 있으니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아까 말한 차별을 장차법에 규정하는 걸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로 발달장애인에게 최저임금 보장은 필요하다.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은 물론 다른 유형의 장애인, 나아가서 비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 보장의 명분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도 49조 차별행위에서 ‘전부’라는 말을 삭제해 달라는 의견도 냈다. ‘전부’라는 말을 삭제하면 차별의 고의성·지속성·반복성·피해자에 대한 보복성·차별 피해의 내용 중 하나만 고려해서 처벌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발달장애인 인터넷 비하 등에 대해 실효적이고 강력한 처벌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전부’라는 말은 사실 장차법 제정 당시 한나라당(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넣자고 해 된 것이라고 한다. ‘전부’라는 말 때문에 친족상도례, 장애인 비하 등의 차별이 있어도 처벌이 어렵고 잘 안 되었다.

결국 장차법의 효과적 시행을 막은 데는 적폐세력인 자유한국당 등의 입김이 작용했던 셈이다. 따라서 ‘전부’라는 말을 삭제 시 장차법에 남아있는 적폐세력 잔재가 조금씩 청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인권위에서도 ‘전부’라는 말을 삭제하는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인권위 행보를 지켜보자.

장차법 제정 10주년 토론회 발제자, 토론자들의 모습 ⓒ이원무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카미(KAMI)에서도 의견이 있었는데,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을 불완전한 행위능력자로 전제해 행위능력을 대리하는 성년후견제는 차별임을 암시하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의 목소리를 반영해주시고, 장차법에서 모든 분야의 완전한 법적 평등을 선언한 규정을 두었으면 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성년후견제를 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침해요소가 있기에 성년후견제 대신 결정도우미 등의 의사결정지원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위의 입장에 동의한다.

이외에도 장차법의 장애인 정의가 의료적 정의에 양념을 친 정도라 사회적 모델 정의로 개정이 필요한 점, 제4조 2항의 정당한 편의와 관련된 내용에 비물리적 편의를 장차법 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토론회에서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토론회가 끝나갈 무렵, 한 발제자가 청중에게 던진 다음의 이야기는 필자의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장애인당사자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담겨지지 않은 상태라 이 장차법 개정안은 반드시 당사자분들이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를 꼼꼼이 보시고 의견을 충분히 주십시오. 그래야 처음 법이 만들어질 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정말 필요한 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장차법의 나아갈 방향을 보게 되었다. 장차법을 통해 장애인의 인권의식 성장의 계기를 맞이했던 시기가 지난 9년이라면 앞으로는 신체장애인 뿐만 아니라 정신적 장애인이 삶에서 겪는 차별의 내용을 장차법에 제대로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여야 함을 말이다. 그런 노력으로 삶 속에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진짜 법 앞의 평등을 이뤄가야 함을 말이다.

그러기에 정신적 장애인이 장차법을 알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필자도 조금이나마 이 노력을 하고 싶다. 그래서 알기 쉬운 장차법 작업이 중요함을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느낀다. 장차법이 개정되면 알기 쉬운 장차법 개정판 작업이 향후 다시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장차법 제정 10주년 토론회장의 모습 ⓒ이원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서는 올해 가을 쯤 장차법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자리를 또 마련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특히 정신적 장애인들이 장차법을 꼼꼼히 보며 가을에 장차법 개정을 위한 자리에 의견을 많이 내길 바래본다.

그래서 장차법이 실효적으로 모든 장애인과 관련한 차별을 강력히 금지하는 법으로 작용해 장애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향후 10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장차법 시행 9주년이다. 장차법 시행 9주년을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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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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