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의 모성권도 보장돼야

지난해 10월 17~18일 양일간 여의도에서 UN CRPD(장애인권리협약) 제정 10주년 기념해 세계장애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장애여성’을 주제로 국제컨퍼런스가 개최했다.

이 자리에 모인 각국의 장애여성 지도자들은 자국의 ‘장애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가장 많이 다뤘던 주제는 ‘교육과 재생산권(임신・출산, 양육)’이다. 각국의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그들의 고민도 가지각색이었다. 이중 아시아권의 장애여성은 종교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장애여성은 남편과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신・출산, 양육을 하였는데, 전 과정을 혼자서 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일본사회는 남성중심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활동으로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는 듯 보이지만, 여성에 대한 혐오범죄와 차별도 늘어만 가고 있다. 또한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은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3개월 즉, 12주를 기준으로 하여 12주가 되기 전까지는 낙태를 허용하고 그 이후에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태아의 생명권도 중요하지만 임신・출산, 양육까지의 전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어,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반면 장애여성은 형법의 예외로 모자보건법상 낙태의 허용사유로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독일 나치시대 때부터 문제가 되었다.

이것은 후손들에게 좋은 유전자만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즉,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면 장애아를 낳을 확률이 높으므로 유전을 막기 위해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을 막는 정책이었다.

이에 따라 장애여성은 강제로 낙태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감염병인 한센병을 유전병으로 오인하여 한센병을 앓고 있는 장애여성이 임신하자 강제로 낙태를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 방송을 통해 보도된 적도 있다.

장애여성의 강제불임 및 낙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통계나 자료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상당수의 장애여성이 주변인들에 의해 불임수술이나 낙태를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8년에 장애인 인권헌장 제11조에 ‘여성장애인의 임신, 출산, 육아, 및 가사 등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라고 장애여성의 모성권을 권리로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여성도 비장애여성과 마찬가지로 모성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태아가 장애를 유발할 유전병을 앓고 태어난다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

장애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하거나 허용하는 규정을 두기보다는 한 가정의 아내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아기를 낳고 양육할 수 있도록 전문 산부인과와 양육정책을 하루빨리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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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칼럼리스트 법학을 전공하고 법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관련해 10여 가지의 법들이 존재합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알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모르면 두려움의 대상이 바로 법입니다. 법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장애인 문제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쉬운 칼럼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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