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CCTV 설치 의무화를 명시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에 대한 찬반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주로 학부모 측에서는 장애학생 사망사건을 비롯하여 교내 폭력, 방치, 학대 등에 대한 예방차원에서 찬성하는 입장이고, 교사 측에서는 사생활 침해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감시 목적으로서의 취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나는 발달장애인의 엄마이자 장애학생들을 교육하는 치료사의 입장에서 몇 가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일하는 치료실에서는 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와서 수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치료실 창문을 통해서 수업하는 내용을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다.

수업 후 “아이가 책상 위로 자꾸 올라가던데, 수업이 잘 되었나요?”라고 물어오면, “네, 새로운 자극행동이 생긴 것 같네요. 당분간 올라가지 말라는 금지보다 의자에 앉는 행동으로 유도해서 칭찬 강화하는 게 필요하겠습니다.”라고 설명을 드리곤 한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실에서는 CCTV를 설치 활용하여 40분 수업의 전 과정을 학부모에게 관찰하도록 한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모든 수업은 가정에서 연계되어 적용될 때에야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물건을 던지거나 자해할 때 대처하는 방법, 착석을 유도하여 집중을 지속시키는 방법, 학생을 관찰하고 반응하고 이끌어가는 방법 등 모든 도전적 행동에 대한 중재와 발달증진을 위한 치료 및 교육 기법을 시청각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반면 이렇게 전 과정을 다 공개했을 때 침해되는 사생활의 범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특수교육 현장에선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그룹수업 시에는 학생들 모두에게 물 마시는 방법을 가르칠 각오를 하고 마셔야 하고, 쉬는 시간에도 보조교사의 교대 없이는 잠시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다.

목이 아파서 사탕 하나를 까먹고 싶어도 수업 중에 가방을 뒤져서 사탕 꺼내는 모습을 누가 본다면 민망해질 것이다. 눈에 티가 들어가 거울을 들여다 볼 때도 지켜보는 누군가에게서 “저 선생님은 수업 중에 화장이나 고치고 있더라.”는 오해를 받을 각오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영상정보 제공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어디선가 내 행동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있다면 긴장과 피로가 극심해지기 마련이다.

학생들 편에서의 사적 침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팔을 펄럭거린다던지, 폴짝 뛰는 상동행동증으로 인하여 의도치 않게 옆 친구를 건드리게 되는 학생들이 있다. 이 경우 한 장면만 보게 된다면, 폭행의 가해자처럼 오인될 수가 있다. 그리고 단지 사타구니가 간지러워서 바지 속에 손을 넣거나 옷을 내리고 긁는 학생들도 있는데, 그 장면만 본다면 성추행의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사전정보나 맥락 없이 특정 장면만 보게 된다면, 오해나 마찰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CCTV의 장점과 단점은 이러하다. 그런데, 이번 법안의 발의에서는 교육적 활용의 목적과 용도가 아닌, 감시와 사고 예방의 차원에서 시행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그렇기에 특수교사들은 모욕감을 느껴 거부하고, 학부모들은 불안감으로 더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법안 발의의 계기가 되었던 한음이의 사망사건 장소인 통학버스에는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건의 원인은 감시용 CCTV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학교측의 직무지침에 대한 인수 절차 미비와 보조원의 장애학생 특성에 대한 파악과 업무 태도의 과실이 문제였다.

이쯤에서 우리는 장애인을 대하는 모든 직업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사고, 폭행과 방치와 차별의 근본 원인에 대해 정확히 짚고 가야할 것이다.

최근 모 특수학교에서는 전공과 교실을 늘이기 위해, 초등교실 하나를 줄여서 한 학급에 아홉 명의 학생들을 수용케 하였다. 특수교육법의 학급당 인원 규정에도 어긋날 뿐더러 아직 착석도 원활하지 않은 중증의 발달장애학생들을 십 명 정도나 한 명의 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의 요소를 이미 내재한 것이다.

사립재단에서 교실 증설비를 투자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학교 측과 교육청 측 모두 나 몰라라하는 이 현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한 일반 중학교에 입학한 한 발달장애학생은 학기 초 통합반에서의 적응기회도 가지지 못하고 특수교실에서 종일 방치된 채로 있었다. 게다가 특수교사는 통합교사들과의 조율에 애를 쓰기는커녕, 자신은 일주일에 20시간만 수업하면 되니 그 학생에게 하루 한 시간의 개별수업만 해주는 것으로 임무를 다했다며 도리어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급기야 학부모가 나서서 교육청에 요청을 하고 교장과 면담을 한 후에야 그 학생은 통합반 교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또 한 학생은 일반 중학교에 입학한 후 며칠 되지 않아서 특수학교로의 전학을 요구받았다. 그 발언 자체로도 이미 장애인차별에 해당되는데, 특수교사는 자신의 경력과 인맥을 드러내며 어디에 호소해도 이기지 못할 거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주었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는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로서는 아이가 미움 받을까 싶은 두려움과 비참함으로 통합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방치되고 차별받고 아슬아슬한 위험 현장에 노출되는 위 사례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엄연히 특수교육법과 차별금지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어겨버리는 학교, 법만 잘 지키면 된다며 무정하게 방치하는 교사, 그리고 여전히 장애학생과의 통합에 대해 무지와 편견으로 횡행하는 일반학교 교사들의 인식. 이들의 행위나 의도 속에 장애학생은 어디 있는가, 이들의 직업의식은 교사와 학교의 편의와 실적뿐인가?

어떠한 법을 만들기 전에, 이렇게 법으로라도 제지할 수 밖에 없게 된 원인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장애학생들은 과연 안전한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 뿐 아니라,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적절한 지원과 교육을 받고 있는가?

왜 가장 긴밀하게 신뢰하고 소통하고 보람을 함께 나누어야할 교사와 부모가 서로 의심하고 분노하고 감시해야할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통합교육이든 특수교육이든 CCTV설치든 부모의 불안과 교사의 모욕을 논의하기에 앞서, 교육의 유일한 주체인 장애학생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건과 과정마다 물어보아야 한다.

“세상을 배우고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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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칼럼니스트 청년이 된 자폐성장애 아들과 비장애 딸을 둔 엄마이고, 음악치료사이자 부모활동가로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을 만나고 있다. 현장의 문제와 정책제안,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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