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대개 두 유형의 복지시설로 가게 된다. 중증장애 위주로 입소하는 주간보호센터와 경도 장애 위주의 직업재활센터이다. 그 외에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이들도 있으나 소수이며, 대학을 마친 후나 취업현장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다시 복지시설로 돌아와 직업적응훈련을 받게 되곤 한다.

직업적응훈련반에 속한 이들은 평가절차를 통하여 인지력과 사회성 등에서 취업이 가능한 수준의 장애인들로 선별된다. 그리고 기능에 따라 보호작업장 고용이나 일정 기간 훈련 후 일반회사 지원고용 등으로 나누어 진로지도를 받게 된다.

주간보호센터는 장애인 평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들이 입소하게 되는데, 대개 복지관이나 법인 소속 또는 사설 센터로서 운영되며 이용자 15명 정도에 두 명의 재활교사와 한 명의 보조교사 등이 배치되어 있다. 재활교사는 대부분 사회복지사들이며 실질적으로 한 명의 교사가 온종일 수업 진행을 맡고, 나머지 한 명은 행정 업무, 그리고 보조교사는 화장실 이용, 식사 보조 등 부수적인 업무를 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사의 인건비만 지원하므로, 이용자에게서 월 15만원 정도씩 받는 회비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불가능한 환경이다. 즉, 하루 종일 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보호하는 수준 이상의 재활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간보호센터마저도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자해를 하거나, 무단이탈을 하거나, 공격성이나 기물파손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이들은 퇴소조치를 당하게 된다. 센터마다 2주 내지 3개월의 임시적응기간 동안 위와 같은 돌발행동 발생 시 퇴소조치 한다는 문구로 동의서를 작성시킨다. 그리고 퇴소 당한 장애인들은 가정으로 무한정 돌아가게 된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 주간보호센터의 교사들이 야박한가? 위험한 장애인들은 격리시키는 게 마땅한가? 성인이 되도록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부모들이 책임지는 게 당연한가? 이들 중 누군가가 잘못 했다고 여겨지는가? 이것은 잘못된 인식의 초점이다. 재활교사, 장애인, 부모, 그들은 모두가 열악한 현장으로 내몰린 최약자들일 뿐이다.

퇴소조치 당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왜일까? 어릴 때일수록 과민반응과 돌발행동이 더 많았을텐데, 왜 학교에서는 퇴학시키지 않았을까? 의무교육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고 향상을 돕는 교육과 치료과정이 병행되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연구수업을 통해 장애학생의 교육방식을 개선하는 교사들과 언어, 감각, 음악, 미술, 작업 치료 등 개별 치료 수업이 병행 지원되어 아무도 이들을 방치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한 후 성인 장애인을 위한 교육이나 치료 지원은 어떠한가? 아무 것도 없다! 주간보호센터도 평균 15만원의 월 이용료를 내야하고, 직업적응훈련반도 월 7만원 이상의 이용비와 4만원의 식대까지 낸다. 만 18세 때까지 방과 후 치료비로 지원하던 보건복지부 바우처도 교육청 지원금도 일시에 중단되어 버리고, 이후 모든 치료교육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주간보호센터에는 사회복지사, 직업적응훈련반에는 직업재활사만 있을 뿐, 발달장애의 특성을 파악하고 지도할 수 있는 전문교사도, 치료사도 없다. 사회복지사가 발달장애인의 감각과민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직업재활사가 상동행동과 강박성향 등을 기능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와 직업재활사는 장애유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복지 및 고용 행정 등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의 온정과 열의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발달장애인은 보다 더 깊은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대상이다.

엄밀히 따지면, 특수교사나 치료사들도 그 자격과정에서 발달장애, 특히 자폐증에 대한 지식과 정보 습득은 매우 협소하다. 대학 교육과정에서 대개 한 학기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할 뿐, 나머지는 봉사와 실습을 통해 접하거나,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하는 정도이다. 이는 신경정신과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광범위한 의학 중에서도 아직 원인이 불분명한 자폐증은 여전히 연구단계에 있으며, 약물치료보다 특수교육적 치료를 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어느 누구도, 어느 기관도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데다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최적화된 학교 과정을 마치면, 서비스 하는 기관이나 받는 이용자나 모두가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려버리는 현 실정에서, 대안은 교육과 치료와 복지를 일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성인기 지원 시스템의 구축 밖에 없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올해 2월 대구에서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최초로 개소되었고 차차 각 지역마다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에서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을 명시하였고,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는 개인별지원계획 수립과 원스톱 복지지원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그 구체적 내용으로써, 성인기 주간보호시설 내에 행정 담당의 사회복지사와 교육과 치료 영역의 전문교사 그리고 의료 담당자를 통합적으로 배치하는 상호 협력 시스템을 건의하고 싶다.

그리고 직업재활시설에도 마찬가지로 직업재활사와 발달장애 전문 담당자가 동반 배치되어야 하며, 고용현장에도 발달장애의 애로점을 최소화하고 재능적 특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문관리 담당자의 의무 배치를 지원하여 기업의 생산성과 직원의 인권을 모두 보장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사지로 내몰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그리고 맨바닥 현장에서 씨름하는 재활교사들 간에 서로 원망하고 다투게 하는 무책임한 복지구조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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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칼럼니스트 청년이 된 자폐성장애 아들과 비장애 딸을 둔 엄마이고, 음악치료사이자 부모활동가로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을 만나고 있다. 현장의 문제와 정책제안,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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