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립생활은 6살 때 시작됐다. 충청북도 영동이 고향인 나는 6살 때 서울로 올라와서 수술을 받기 위해 엄마랑 떨어져 지내야했다.

엄마랑 처음 떨어지던 날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곳에서 지내면서 언니들의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낼 수 있었고, 앉아서 놀지도 못했던 집에서의 생활에 비해 보조기에 의지해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골에서의 생활이 바빠 자주 올라오시지 못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워 ‘혹시 새엄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울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자립생활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이어져 기숙사에서 지내게 됐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에 별 의미를 찾지 못한 나는 직업교육을 선택해 3년을 보내고 선배 언니가 일하고 있는 ‘여성 지적 장애인 공동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도 하고 함께 지내면서 진정한(?) 자립을 꿈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내 생활에 커다란 밑거름이 된 시기였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작은 능력이지만 나눌 수 있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일들에 도전할 용기와 기회도 많이 생겼고….

이 생활을 5년 정도 하고나서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 자취방을 얻으러 다니면서 동시에 직장을 다니게 됐다. 소규모의 출판사였는데 정말 가족같이 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장님은 ‘일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장애인이여도 상관없다’고 하며, 자격증이나 경력이 없는 나를 즉시 채용하는 약간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요즘은 장애인의 사회활동이 많지만 그때(13년 전)만 해도 이런 일자리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해 활동하면서 얻은 건 ‘일할 수 있는 행복’, ‘자립생활이 주는 자유로움’, 그리고 ‘남편’이다.

요즘은 자립생활을 하는 장애인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을 보면 오래전 내 모습이 생각나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은 힘들고 막막한 순간들을 만나게 되지만 구석구석 숨어있는 ‘행운’, ‘행복’들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설렘에 힘이 나지 않을까?

요즘 아이들 통해 다양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낯설었던 1992년 무슨 배짱으로 혼자 살겠다는 선언을 하고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해 출판사 편집실에서 근무하면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일. 결혼 후 5년 만에 아이를 출산한 일.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일 때는 나에게 온 에너지를 쏟아 살았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지낸 3년은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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